제목 | [성경] 히브리어 산책: 야인, 다간(포도주, 곡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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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7-07-16 | 조회수5,953 | 추천수0 | |
[주원준의 히브리어 산책] 야인, 다간 포도주는 영혼과 육신 치유하는 음료
오늘은 농민주일이니 히브리어로 곡식과 포도주를 알아보자.
- 야인. 히브리어로 포도주를 의미한다.
포도주를 처음 빚은 노아
야인(포도주)은 그리스도교의 중요한 상징이다. 그런데 구약성경에서 야인을 처음 생산한 농부는 누구일까? “농부인 노아는 포도밭을 가꾸는 첫 사람이 되었다”(창세 9,20)는 기록이 그 답이 될 것이다. 사실 ‘노아’라는 이름 자체가 ‘취하다’는 의미와 관련이 깊다. “그가 야인(포도주)을 마시고 취하여 벌거벗은 채”(창세 9,21) 누워있었던 일화를 보아서도 노아와 야인은 강한 연관성이 있다. 노아는 고대에 제주(祭酒)를 생산하고 바치는 사람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식초와 포도주
고대의 양조기술과 보존기술은 현대와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준이어서, 포도주가 변질되는 일이 잦았다. 쉬어버린 포도주는 버리지 않고 식초를 만들었다. “남자든 여자든 자신을 주님에게 봉헌하기로 하고, 특별한 서원 곧 나지르인 서원을 할 경우, 그는 야인(포도주)과 독주를 삼가야 하고, 야인으로(포도주로) 만든 식초와 독주로 만든 식초를 마셔서는 안 된다”(민수 6,2-3)는 규정이 있다. 술로 식초를 만들었으니, 식초를 마셔도 취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금주(禁酒)규정에 식초까지 포함된 것이다. 룻기의 마지막 대목에서 구원자 역할을 한 보아즈는 룻에게 “이리 와서 음식을 들고 빵 조각을 식초에 찍어 먹어라” 하고 권하였고, “룻은 배불리 먹고 남겼다”(룻기 2,14)고 하는데, 룻이나 보아즈나 술기운에 살짝 취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 다간. 농부가 생산하는 곡식을 다간이라 한다. 달레트(주황색 d) 안의 하늘색 점은 일부 자음(bgdkpt)으로 음절이 시작할 때 사용하는 기호이다(약한 다게쉬).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고통을 받으셨을 때 “어떤 사람이 달려가서 해면을 신 포도주에 적신 다음, 갈대에 꽂아 예수님께 마시라고”(마르 15,36) 갖다 대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신 포도주’를 일부에서는 ‘식초’로 옮기는 경우가 있다. 당시 식초는 신 포도주였던 것이다.
치료하는 포도주
포도주는 상처에 바르기도 했다.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된 사람에게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처음 한 일은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루카 10,33) 일이었다. 아마 포도주에 포함된 알코올이 살균효과를 발휘했을 것이다. 포도주는 우리의 영혼은 물론이요 육신도 치유하는 음료이다.
다간, 다곤
농부가 생산하는 곡식을 히브리어로 다간이라 한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다간(곡식)은 필수적이다. 고대근동의 국가들은 기근에 취약했다. 3~4년간 기근이 지속되면 왕조가 바뀌거나 도시국가가 송두리째 멸망하기도 했다. 곡식의 신을 숭배하는 사람이 많았던 이유다.
- 다곤.곡식의 신으로서 필리스티아인들의 대표적 신이다. 다곤은 신명(神名)으로서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D를 대문자로 옮길 수 있다.
히브리어로 다곤은 곡식의 신인데, 다간(곡식)이라는 말과 어근이 같다. 다곤은 필리스티아인들이 섬기는 대표적인 신이자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신이었다. 이스라엘의 영웅 삼손의 머리카락을 자른 들릴라의 배후는 필리스티아의 제후들이다. 그들은 삼손을 무력화시킨 다음 “자기들의 신 다곤에게 큰 제물을” 바치며 즐겼다.(판관 16,22) 이스라엘의 임금 사울은 필리스티아인과 싸우다 전사했다. 사울이 쓰러진 것을 발견한 필리스티아인들은 그의 머리를 “다곤 신전에 매달아 놓았다.”(1역대 10,10)
다곤 신을 믿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궤를 빼앗은 사건도 있다. 필리스티아인들은 하느님의 궤를 빼앗아 그 궤를 자신들의 “다곤의 신전으로 가져다가 다곤 곁에 세워 두었다.”(1사무 5,2)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의 무한한 권능으로 다곤의 신전 안에서 다곤을 꺾으셨다.(5,3-4) 사실 곡식의 신 다곤은 풍요를 내린다고 믿었기에 널리 섬겨졌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다곤 신전 안에서 다곤을 꺾으셨으니 참된 풍요를 가져다주시는 분은 하느님뿐이라는 메시지도 이 이야기에 들어있다.
구약성경에는 풍성한 곡식과 과일은 하느님께서 내려주신다는 증언과 고백이 풍부하다.(신명 8,8; 느헤 9,25 등) 하느님이 주시는 자연의 풍요를 땀 흘려 거두는 농부들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 이 세상의 모든 농민들이 오늘 복음 말씀처럼 ‘뿌린 대로 거두는’ 세상이 오길 희망한다.
*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 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학자다.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의정부교구 사목평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7월 16일, 주원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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