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신약 여행61: 모든 것이 허용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유익하지는...(1코린 10,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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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7-08-12 | 조회수4,473 | 추천수0 | |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61) “‘모든 것이 허용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유익하지는 않습니다”(1코린 10,23)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 ‘먹지 말라’ 권고
-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을 먹지 말라고 권고하며, 성찬례를 통한 구원 의미를 지향할 것을 설교했다. 그림은 라파엘로 산치오 작 ‘아테네에서 설교하는 성 바오로’.
바오로 사도, 우상에 관한 독특한 관점 드러내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이하 코린토 1서)은 다양하고 중요한 주제들을 많이 다룹니다. 생활에 직접 관련된 혼인에 대한 문제, 교우들 간의 시비를 가리는 문제 그리고 불륜의 문제 등에 대해 신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언급합니다. 이런 구체적인 문제와 함께 바오로 사도가 강조해서 언급하는 것 중의 하나는 우상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바오로 사도는 독특한 관점을 보여 줍니다.
코린토 1서 8장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을 먹는 문제에 대해 다룹니다. 구약성경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하느님께 바치는 제사에는 제물이 사용됩니다. 황소, 양이나 염소 또는 비둘기 등이 대표적인 제물로 등장합니다. 번제제사(레위 1,1-17), 곧 모든 제물을 남기지 않고 태워서 살라 바치는 경우 외에, 제사에 바친 제물은 하느님의 몫과 사제의 몫을 제외하고 제물을 바친 이에게 돌아갑니다. 이처럼 다른 신들에게 바치던 제물 역시 비슷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코린토에 있는 신자들에게 권고합니다. 당시 코린토에는 상당히 많은 신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한, 제사에 쓰였던 일부 제물은 공개적으로 시장에서 팔고 사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오로는 다른 신의 신전에서 제물로 바쳤던 음식을 먹는 것(1코린 8,1-13)과 시장에서 제물에 바쳤던 제물을 사 먹는 것(1코린 10,23-33)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바오로 사도에게 찾을 수 있는 생각은 “세상에 우상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에게 하느님은 유일한 주님이자 신입니다. 다른 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상에게 바친 제물에 대해 논하는 이유를 바오로 사도는 형제애의 차원에서 설명합니다. 하느님은 한 분뿐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아직 이것을 굳게 믿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우상에게 바친 제물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약한 이들에게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을 하지 않도록 권고합니다. “여러분은 먹든지 마시든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십시오.”(1코린 10,31)
예수님과의 만찬 성찬례로 재현
이와 함께 바오로 사도는 주님의 만찬인 ‘성찬례’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표현에서 당시 초대 교회의 신앙인들이 어떻게 성찬례를 거행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전례 안에 자리 잡지 못한 성찬례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했던 방식대로, 저녁 식사를 겸해 이루어졌습니다. 빵과 포도주를,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했습니다. 복음서 이외에 성찬 제정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전하는 것은 코린토 1서뿐입니다. “사실 나는 주님에게서 받은 것을 여러분에게도 전해 주었습니다. 곧 주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들고….”(1코린 11,23)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전승을 전합니다. 하지만 코린토 공동체의 모습은 그리 모범적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주님의 만찬은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식사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모여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성찬례는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것을 재현하면서 구원의 의미와 공동체의 일치를 지향합니다.
초기 공동체의 모습은 그들의 생활상을 통해 신앙인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갔는지 보여 줍니다. 이런 면에서 바오로 사도의 서간들은 긍정적인 면들만 아니라 당시의 부정적인 모습들도 보여 줍니다. 구약에서 하느님께 바치는 제사가 가장 큰 경신(敬神)의 행위였다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이후 이것을 기억하는 성찬례는 제사를 대신하는 예식이었습니다. 경신의 차원인 성찬례, 그리고 그것에 반대되는 우상에게 바친 제물을 먹는 것에 대한 문제는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8월 13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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