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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히브리어 산책: 얌, 나하르(바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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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8-13 조회수8,472 추천수0

[주원준의 히브리어 산책] 얌, 나하르


혼돈의 바다, 그 위를 지배하신 주님 권능

 

 

히브리어로 얌은 바다 또는 호수를, 나하르는 강(江)을 의미한다.

 

얌. ‘큰 물’을 뜻하는 일반적이고 대표적인 말이다. ‘바다’, ‘호수’ 등으로 옮긴다. 고대근동신화에서 바다는 혼돈을 상징했다.

 

 

큰 물

 

얌은 ‘큰 물’을 뜻한다. 대개 ‘바다’나 ‘호수’로 옮긴다. 나하르는 ‘강’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말이다. 일찍이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물이 모인 곳을 얌(바다)이라 부르셨다.”(창세 1,10) 그리고 에덴 동산에는 나하르(강)가 네 개 흘렀는데, 성경은 저마다 이름을 전한다.(창세 2,10-14)

 

 

지중해 = 서쪽

 

얌이나 나하르는 특정한 지명을 일컫기도 한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이스라엘의 서쪽에 있는 큰 바다, 곧 지중해를 히브리어로 ‘큰 얌(큰 바다)’(민수 34,6 등)이라고 한다. 지중해는 이스라엘에서 보기에 “해 지는 쪽”(여호 1,4)에 있었기에 얌은 그저 서쪽이라는 의미도 지니게 되었다. 그래서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해풍인 ‘얌의 바람’은 서풍, 곧 ‘하늬바람’을 의미했다.(탈출 10,19)

 

나하르. 강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말이다. 얌과 나하르는 신화적 의미가 비슷하다.

 

 

사해

 

인간은 바다에서 소금을 얻는다. 그런데 필리스티아 지역의 소금 생산지로서 유명한 바다는 지중해가 아니라 ‘소금의 얌(소금 바다)”(창세 14,3 등)이라는 곳이었다. 이 얌 근처에 ‘소금 성읍’과(여호 15,62) ‘소금 골짜기’(2사무 8,13 등) 등이 있었다. 소금은 많고 물이 적어 생명이 살기 힘든 바다였기 때문에, 훗날 히에로니무스 성인이 이 얌을 ‘죽음의 바다’(mare mortuum)로 불렀고, 우리에게 익숙한 ‘사해’(死海)라는 이름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 얌은 현재 인간의 무분별한 자원 개발과 기후변화로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죽음의 바다마저 말라버리면 생명체는 어떻게 살까 걱정이 든다.

 

 

갈대바다

 

이집트 탈출의 결정적 사건이 일어난 곳을 구약성경은 ‘갈대의 얌(갈대 바다)’(탈출 10,19; 15,4 등)이라 전한다. 이 바다를 전통적으로 ‘홍해’로 옮겼기 때문에 모세가 가른 바다가 홍해 바다라고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 히브리어 원문에 충실하게 ‘갈대 바다’로 옮긴다. 이 ‘갈대의 얌’이 정확히 어디를 가리키는지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특정한 바다를 가리키는 의견도 있고, 태초의 신화적 의미가 크다고 보기도 한다.

 

나하라임. ‘두 강’이란 뜻으로, 메소포타미아 일대를 의미한다. ‘-ayim’은 남성 쌍수형 어미다.

 

 

메소포타미아

 

히브리어에는 단수형과 복수형 외에 ‘쌍수형’이 있다. 동물의 한 쌍도 일컫고, 손발이나 장갑처럼 한 짝을 이루는 명사에 쓰인다. 나하르의 쌍수형은 나하라임인데 지명으로 쓰인다. 바로 ‘두 강의 지역’, 곧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지역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구약성경이 전하는 ‘나하라임’은 ‘두 강 사이(의 지역)’를 의미하는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라는 이름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람 나하라임 임금’(판관 3,8)은 ‘두 강(의 지역)의 아람 임금’이란 뜻이다. 구약성경의 ‘나하라임’은 현대의 ‘메소포타미아’보다는 살짝 서쪽 지역을 의미했다.

 

 

갈릴래아 호수

 

‘킨네렛 얌(킨네렛 호수)’(민수 34,11 등)은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투트모세 3세의 문헌에도 등장하는 유서 깊은 곳이다. 킨네렛은 얌의 이름이기도 하고, 호수 근처의 지명이기도 하다.(여호 11,2) 킨네렛은 역사의 무대에서 잠시 사라졌다가, 헬레니즘 시대에 ‘겐네사렛’이란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고(1마카 11,67; 마태 14,34 등) 신약성경 시대에 ‘갈릴래아 호수’로 불렸다. 본디 킨네렛(갈릴래아)은 이집트에서 탈출한 백성이 광야 생활이 끝나고 요르단 동편의 땅을 처음 분배할 때에 이스라엘에 속한 유서 깊은 곳이었다.(신명 3,17)

 

 

혼돈의 바다

 

고대근동 신화에서 얌이나 나하르는 ‘혼돈의 상징’이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얌 위를 걸으셨는데, 혼돈을 지배하시는 당신의 크신 권능을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새길 수 있다. 예수님은 스스로 혼돈을 지배하실 뿐 아니라,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면 우리도 그럴 수 있다고 가르치셨다.

 

*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 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학자다.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의정부교구 사목평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8월 13일, 주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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