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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히브리어 산책: 콜, 코헨, 클리(전체, 사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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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8-28 조회수4,988 추천수0

[주원준의 히브리어 산책] 콜, 코헨, 클리


사제는 만인을 위해 사는 사람

 

 

오늘은 카프로 시작하는 콜(전체), 코헨(사제), 클리(그릇)를 알아보자.

 

- 콜. ‘전체’를 의미하는 명사다. 구약성경에 매우 자주 나온다. 카프(회색) 안의 하늘색 점은 일부 자음(bgdkpt)으로 음절이 시작할 때 사용하는 기호다(약한 다게쉬).

 

 

무엇이든

 

콜은 ‘전체’를 의미하는 명사다. 무척 자주 쓰이는 말이기에 문맥에 따라 ‘만인’, ‘만물’, ‘모두’, ‘전부’ 등으로 다양하게 옮긴다. 오늘 복음에 두 번이나 나오는 ‘무엇이든’도 히브리어로 옮기면 콜이 적당하다.

 

 

최초의 세 사제들

 

만인을 위해 사는 사람, 곧 사제를 히브리어로 코헨이라 한다. 코헨은 제단에서 번제를 올리는 일을 맡은 사람으로서, 고대근동 종교의 중요한 직책이기도 했다. 그런데 역사적 관점으로 볼 때 본래 이스라엘에는 전문 사제직이 없었던 것 같다. 창세기와 탈출기에 등장하는 사제는 모두 이스라엘인이 아니다.

 

성경에 최초로 등장하는 사제는 멜키체덱이다. ‘살렘의 멜키체덱’은 아브라함을 축복했고 아브라함은 그에게 십일조를 바쳤다.(창세 14,18-20) 살렘은 훗날 예루살렘으로 불렸고, 이스라엘의 수도가 되어 사제직이 꽃피는 장소가 된다. 이 이야기에서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크신 계획과 신비를 묵상할 수 있다.

 

구약성경의 두 번째 사제는 이집트의 사제 ‘포티 페라’이다.(창세 41,45) 그는 이집트에 팔려간 요셉의 장인이기도 한데, 요셉과 사이가 좋았던 것 같다. 이집트의 재상이 된 요셉은 흉년이 들었을 때, “사제들의 농토만은 사들이지 않았다.”(47,22.26)

 

세 번째는 미디안의 사제이자 모세의 장인 이트로였다.(탈출 2,16; 3,1) 모세는 동족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제일 먼저 장인에게 밝혔다.(탈출 4,18) 이집트 탈출 이후에도 이트로는 모세와 긴밀히 협력했던 것 같다. 그는 모세에게 백성을 다스릴 지혜를 나누어 주었다.(탈출 18)

 

- 코헨. 사제를 의미한다. 고대 셈어에 공통적으로 널리 알려진 낱말이다.

 

 

이스라엘의 사제

 

창세기의 조상들은 주님께 번제물을 바칠 때, 사제를 초청하지 않고 가장이 직접 행했다. 이를테면 아브라함이 아들을 “나에게 번제물로 바쳐라”(창세 2,2)는 하느님의 명을 받았을 때, 그는 사제를 구하지 않고 직접 아들과 함께 산에 올랐다. 야곱도 ‘제단을 만들어 바쳐라’(창세 35,1)는 하느님의 명을 받고 직접 제단을 쌓고 제사를 드렸다.(창세 35,7.14) 이스라엘인들이 전문 사제직을 도입한 것은 약속한 땅에 들어가고 나서였다.

 

이런 점에서 창세기와 탈출기 시기에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가 얼마나 소박하고 친밀한 가정종교였는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 ‘집’(바이트)은 유일한 기관이자 삶의 중심이었다. 바이트를 다스리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상의 노동과 교육과 종교적 역할까지 도맡았던 것이다.

 

코헨의 기본적인 역할은 제단에서 하느님께 번제를 드리며 백성과 하느님을 잇는 일이었다. 하지만 훗날 이스라엘의 사제들은 말씀을 선포하고 백성의 교육을 담당하며 때로는 판관의 역할까지 맡았다. 구약성경이 전하는 이스라엘의 사제직을 관찰하면, 사제들은 영구불변의 고정된 역할을 맡았다기보다는 시대와 형편에 따라 하느님과 백성이 요구하는 다양한 일을 했다. 앞에서 우리는 자켄(원로)이 하느님 백성의 평신도 대표격임을 보았다. 구약성경은 ‘코헨과 자켄’(사제와 원로)이 가깝게 협력한 정황도 자주 전한다.(여호 8,33; 1열왕 8,3; 유딧 4,8 등)

 

클리. 그릇을 의미한다. 다양한 맥락에서 쓰이는데, 한자의 ‘그릇 기(器)’와 잘 통한다. 윗첨자로 붉게 쓴 글씨 e는 거의 발음되지 않는다.

 

 

그릇(器)

 

사제들이 번제에 쓰는 그릇을 클리(그릇)라고 한다. 고대의 글자들은 동서양을 가로질러 통하는 바가 있다. 클리는 한자의 ‘그릇 기(器)’와 잘 통한다. 일반적으로 쓰는 그릇도 클리라고 했고, 특히 제사에 쓰는 제기(祭器)를 클리라고 했다. 그래서 주님께 바치는 “거룩한 기물”(器,物 1열왕 8,4), “성소의 기물”(민수 31,6; 4,16), ‘예배의 기물’(1역대 28,13) 등은 물론이요, 심지어 ‘다른 신을 위한 기물’(2열왕 23,4)이나 “악기”(樂器, 2역대 30,21)도 클리라고 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보자. 주님이 열쇠를 맡겨 주신 교회다. 이토록 중요한 교회의 모든 사제가 하느님의 큰 그릇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 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학자다.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의정부교구 사목평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8월 27일, 주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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