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신약 여행66: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필리 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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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7-09-19 | 조회수4,084 | 추천수0 | |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66)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필리 3,8) 흠 없던 바리사이, 의로운 그리스도인으로
- 그리스 베로이아에 세워진 바오로 사도 설교 기념터의 모자이크 벽화. 바오로 사도가 베로이아에서 설교하는 모습을 그렸다. 가톨릭평화신문 DB.
바오로 사도의 신학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으라면 그의 ‘의로움’에 대한 생각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의화(義化)’ 또는 ‘의롭게 되는 것’은 바오로 사도의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입니다. 특별히 의로움에 대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은 그의 편지들 중에 비교적 후기에 쓰인 내용 안에서 잘 드러납니다.
율법 철저히 따르던 유다인
“여드레 만에 할례를 받은 나는 이스라엘 민족으로 벤야민 지파 출신이고, 히브리 사람에게서 태어난 히브리 사람이며, 율법으로 말하면 바리사이입니다. 열성으로 말하면 교회를 박해하던 사람이었고, 율법에 따른 의로움으로 말하면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었습니다.”(필리 3,5-6) 바오로 사도의 이 표현은 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사실 바오로 사도의 편지 외에 그의 인간적인 역사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미 살펴보았던 것처럼 사도행전과 일부 서간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필리피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자신을 위와 같이 표현합니다. 그는 유다민족 출신으로 바리사이였습니다. 또 그의 말처럼 자신의 신앙에 대한 열정으로 교회를,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율법에 따라 아무 흠 없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이 표현은 그가 얼마나 충실한 유다인이었는지, 그가 얼마나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며 살았던 인물이었는지 알려줍니다. 구약성경의 배경에서 유다인들에게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란 표현은 가장 큰 칭찬이자 가장 모범적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태생으로나 열성으로나 충실했던 바오로 사도에게 율법은 하느님의 뜻이 담긴 것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그는 철저하게 율법에 따른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바오로 사도에게 유다교를 나타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율법이었습니다. 율법은 하느님의 계명에 충실하고자 했던, 계명에 따라 바른길을 걷고자 했던 유다인들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율법은 그만큼 중요했습니다. 그렇지만 바오로 사도는 율법에 대해 필리피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나에게 이롭던 것들을,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두 해로운 것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필리 3,7) 그에게 율법은 더 이상 하느님께 이르는 유일한 길이 아닙니다. 더 나아가 율법은 오히려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준 하느님의 구원을 알아보지 못하게 합니다. 율법을 충실하게 지키는 이들의 떳떳함은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믿는 것에 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 앞에 ‘의로운 사람’ 인정받다
이제 바오로 사도는 구약성경의 배경에서 ‘의로움’을 이야기합니다. 의로움은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이 말 안에는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하느님으로부터 의롭다고 인정받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율법에서 오는 나의 의로움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로움, 곧 믿음을 바탕으로 하느님에게서 오는 의로움을 지니고 있으려는 것입니다.”(필리 3,9) 율법과 믿음에 대한 비교는 바오로 사도가 전하고자 하는 ‘의로움’의 가장 중요한 근거입니다. 이 주제는 앞으로 보게 될 바오로 사도의 다른 편지들 안에서도 지속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만큼 의로움은 바오로 사도의 신앙과 그의 신학을 요약할 수 있는 주제입니다.
구원과 믿음, 소중한 신앙의 바탕
어쩌면 바오로 사도는 누구보다 율법과 율법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율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또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에서 율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우리에게 자세히 알려줍니다. 그에게 율법은 조상들이 전해준 유다교 신앙의 소중한 유산이었지만, 이제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구원과 믿음은 그보다 훨씬 더 소중한 신앙의 바탕으로 자리합니다. 이 믿음을 통해서 구원이 오고, 이것을 통해 하느님 앞에서 의롭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바오로 사도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해 얻게 될 의로움은 하느님을 향해 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9월 17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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