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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예수님 이야기34: 영광스러운 변모(루카 9,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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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10-14 조회수6,707 추천수0

[이창훈 기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34) 영광스러운 변모(루카 9,28-36)


주님의 거룩한 변모, 우리에게 힘과 위안 줘

 

 

- 타보르 산 전경.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이야기는 바로 앞의 내용들 곧 예수님의 신원에 대한 베드로의 고백(9,18-21)과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 예고 말씀(9.22), 그리고 당신을 따르는 이들의 자세에 대한 말씀(9,23-27)과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습니다.

 

 

하느님 만나는 곳으로 세 제자 데려 가시다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오르셨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9,28) 성경에서 산은 기도하는 곳 또는 하느님을 만나는 곳입니다. 제자들 가운데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가신 것은 이 세 제자에 대한 예수님의 각별한 사랑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카파르나움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실 때도 이 세 사람만을 데리고 가셨습니다(8,51 참조) 같은 내용을 전하는 마태오복음과 마르코복음에서는 “엿새 뒤”(마태 17,1; 마르 9,2)라고 하는데 루카복음에서는 “여드레쯤 되었을 때”라고 합니다. 루카가 왜 ‘여드레’라는 표현을 썼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유다인들에게 8이라는 숫자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옷이 하얗게 번쩍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모세와 엘리야가 영광에 싸여 나타나 예수님과 대화를 나눕니다.(9,29-31) 유다교에서는 옷이 하얗게 번쩍이고 빛난다는 것은 종말에 있을 천상 영광의 표시로 이해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기도 중에 예수님께서는 종말에 있을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하신 것입니다. 그 변화가 옷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도 있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그만큼 충만한 영광 중에 계셨다는 것을 나타내겠지요. 

 

게다가 모세와 엘리야가 영광에 싸여 예수님과 대화를 나눕니다. 모세와 엘리야는 구약을 대표하는 위대한 지도자요 예언자입니다. 엘리야는 죽지 않고 회오리바람에 실려 하늘에 올라갔고(2열왕 2,11), 모세는 “주님께서 얼굴을 마주 보고 사귀시던 사람”(신명 34,10)으로서 그가 주님을 만나고 오면 사람들이 가까이하기 두려워할 정도로 살갗이 빛났습니다.(탈출 34,29-30) 

 

이렇게 하느님의 영광에 싸여 세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세상을 떠나실 일”(9,31)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배척을 받고 수난을 겪고 죽임을 당하는 것뿐 아니라 부활하시어 하늘에 오르시는 일까지 다 포함한다고 성경학자들은 풀이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당신을 두고 ‘하느님의 그리스도’시라고 고백했을 때 함구령을 내리시고는 바로 이어서 당신의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셨는데,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나누신 대화가 바로 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학자들은 또 “세상을 떠나실 일”이라는 표현에 주목합니다. 이 표현에 해당하는 그리스 말이 ‘엑소도스(Exodos)’로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을 가리킬 때 쓰는 표현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선 당신의 죽음과 부활과 승천으로 새로운 탈출을 실현하신다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주석 성경」 루카복음서 참조)

 

제자들이 잠에 빠졌다가 이 광경을 봅니다.(9,32)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에게서 떠나려고 할 때 베드로가 나서서 이렇게 말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베드로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9,33)라고 덧붙입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어떨까요? 잠에 빠졌다가 눈을 뜬 베드로가 보니 예수님과 모세와 엘리야가 영광에 싸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황홀해서 베드로는 얼떨결에 세 분을 모실 거처를 지어 함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비록 잠이 덜 깼을지 모르지만, 세 사람이 함께 있는 그 모습이 영원히 지속됐으면 하는 게 베드로의 마음이었음은 분명했을 것입니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그런데 구름이 일더니 세 사람을 덮고 세 사람이 구름 속으로 들어갑니다. 제자들은 덜컥 겁이 났습니다.(9,34) 구름은 하느님의 현존을 표시합니다. 구름이 세 사람을 덮었다는 것은 세 사람이 하느님의 영광 중에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을 감싸는 하느님의 위엄과 영광에 제자들은 겁을 먹은 것입니다.  

 

그때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하는 소리가 납니다(9,35)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에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하늘에서 들려온 말씀을 상기시킵니다.(3,22 참조) 그러나 세례 때와 달리 여기에서는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는 말씀이 첨가됩니다. 이 말씀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한 말을 반향합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 동족 가운데에서 나와 같은 예언자를 일으켜 주실 것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신명 18,15) 따라서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예언된 그 예언자이심을 상기시킵니다. 

 

이 말씀이 끝나자 예수님만이 보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침묵을 지켜 자기들이 본 것을 그때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9,36)는 설명으로 거룩한 변모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제자들의 침묵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하느님의 그리스도’로 고백했을 때 예수님께서 내리신 그 함구령(8,21)을 그대로 지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함구령은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이후에 해제됩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제자들이 예수님을 하느님의 그리스도 곧 메시아로 선포하기 시작한 것은 성령 강림 이후부터라고 봅니다.(사도행전 2장 참조)

 

 

생각해 봅시다

 

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느님의 그리스도’라는 베드로의 고백에 함구령을 내리시면서 베드로와 다른 두 제자를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 거룩한 변모를 보게 하셨을까요?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 놀라운 일들을 목격합니다. 병자들을 고치고 마귀를 내쫓으시고 죽은 사람을 살리실 뿐 아니라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시는 기적도 행하십니다. 풍랑을 잠잠하게도 하시지요.  

 

예수님의 이런 모습은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이스라엘을 구원할 현세적 메시아로 여기게 했음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당신이 겪으실 배척과 수난과 죽음을 먼저 예고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을 따르려면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권고하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이런 말씀이 혼란스러웠지 않았을까요? 제자들은 ‘내가 이 분을 메시아로 믿고 따르는 것이 제대로 가는 길일까?’ 하고 의문도 제기했을 법합니다. 거룩한 변모 이야기는 바로 이런 상태의 제자들에게 힘과 위안을 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잠시지만 종말에 있을 그 영광을 체험한 제자들은 이제 다시 격려를 얻고 용기를 내어 예수님을 따를 것입니다. 물론 또 실망하겠지만 말입니다.

 

- 타보르 산 주님의 거룩한 변모 기념 성당 중앙 제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예수님을 놓아 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요. 거룩한 변모 사건은 이런 우리에게도 위로와 힘을 줍니다. 힘들 때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기로 한 후 예수님과 함께하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십시오. 우리 각자에게 ‘거룩한 변모의 산’은 무엇인지 떠올릴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힘을 얻어 내게 주어진 십자가의 길을 다시 성실히 걸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거룩한 변모 이야기는 이런 의미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화입니다.

 

 

알아 둡시다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신 산은 어디일까요? 복음서들은 그 산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교회 전승은 거룩한 변모의 산이 이스라엘 북부 갈릴래아 호수 남서쪽에 있는 타보르 산이라고 봅니다. 이스라엘의 비옥한 북부 이즈르엘 평야 북동쪽에 자리 잡고 이 있는 타보르 산은 둥근 사발을 엎어놓은 모양입니다. 해발 588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주변이 평야 저지대여서 정상에 오르면 사방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지요. 산 정상에는 성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관할하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 기념 성당과 정교회에서 세운 엘리야 성당이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10월 15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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