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구약 성경 인물: 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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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7-11-16 | 조회수8,068 | 추천수0 | |
[구역반장 월례연수] 구약 성경 인물 ⑥ 욥 - 신앙의 신비여!
욥기는 기원전 587년 바빌론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성전이 파괴된 뒤 바빌론으로 끌려간 유대인들이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고뇌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합니다. 욥기는 인간의 고통을 인과응보(선을 행한 만큼 복을 받고, 죄를 지은 만큼 벌을 받음)의 신명기적 원칙에 따라 설명하려는 친구들에게 인간의 선행 여부를 넘어서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구원의 핵심으로 제시합니다. 곧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지, 또 사람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하느님과의 진정한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통’이라는 문제를 통해 일러 줍니다. 욥기가 개인이나 공동체가 겪는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욥기는 뜻밖의 고통을 당하는 한 인간 욥이 하느님께로 향한 물음과 도전의 여정을 거치면서 궁극적으로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며 신앙을 고백하게 되는 신앙과 지혜의 안내서입니다.
욥기의 내용
욥이 매우 경건한 신앙인의 모습을 보이는 산문체(서문과 결문) 부분과 하느님께 의문과 도전, 신앙을 고백하는 운문체(본문: 3,1-42,6)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산문으로 된 서문(1장-2장)
정확히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우츠’라는 땅에 사는 ‘욥’은 “흠 없고 올곧으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는”(1,8) 의인입니다. 그런 욥을 두고서 사탄(고발자)은 “욥이 까닭 없이 하느님을 경외하겠습니까?”(1,9)라며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욥은 사탄 때문에 재산과 자녀들을 잃고, 온몸에 생긴 부스럼으로 고통을 겪는 가운데 아내에게도 이해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틀림없이 하느님을 눈앞에서 저주할 것입니다.’(1,11; 2,5 참조)라던 사탄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욥은 의연한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욥에게 닥친 불행을 전해들은 세 친구들(엘리파즈, 빌닷, 초파르)이 그를 위로하려고 찾아와 이레 동안 밤낮으로 말없이 그의 곁을 지킵니다.
2. 운문으로 된 대화(3장-42장 6절)
1) 욥의 독백(3장)
이레 동안 침묵한 다음 욥은 자신의 탄생을 저주하면서 자신의 존재뿐 아니라 삶 전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합니다.
2) 욥과 세 친구들의 대화(4장-28장)
엘리파즈, 빌닷, 초파르가 각각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그에 대해 욥이 답하는 형태의 세 연사군(4-14장; 15-21장; 22-27장)을 보입니다. 세 친구들은 의인 욥이 당하는 뜻밖의 고통에 대해 이스라엘의 전통 사상(신명기적 사고)에 따라 죄에 따른 벌이라고 봅니다.
첫 번째 욥과 친구들의 대화(4장-14장)에서, 엘리파즈는 그 벌에 훈계의 요소가 들어있다고 보고, 빌닷은 의로운 하느님의 판단에 의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여기며, 초파르는 인간이 받는 벌은 지은 죄에 비해 가볍다는 주장을 폅니다. 세 친구들은 욥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그러나 욥은 일상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죄와 벌의 인과관계를 거부하면서,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은 고통 앞에서 하느님께로부터 그 해답을 구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욥과 친구들의 대화(15장-21장)에서 엘리파즈는 고통을 당한 사람이 할 일은 하느님께 은총을 구하는 일이지 고통의 부당함에 분노할 일이 아니라며, 하느님께 물음을 제기하는 일이야말로 욥을 죄인으로 만든다고 말합니다. 빌닷은 “어찌하여 우리가 … 자네 눈에 멍청하게 보인단 말인가?”(18,3)라고 욥을 비난하면서, 악인들의 빛은 꺼지고 그 불꽃은 타오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18,5 참조) 초파르는 욥이 당하는 고통은 “악한 사람이 하느님에게서 받을 운명”(20,29)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욥은 친구들을 “쓸모없는 위로자들”(16,2)이라고 질타하면서 하느님께 희망을 둡니다.(19,25-26 참조)
세 번째 욥과 친구들의 대화(22장-27장)에서 엘리파즈는 앞의 두 차례 발언보다 더 공격적으로 욥을 죄인으로 몰아갑니다. 이제 욥은 하느님의 부재를 어느 때보다 깊이 느끼며 그분의 전능하심과 선하심과 의로우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빌닷은 “하느님 앞에 사람이 어찌 의롭다 하리오?”(25,4)라며 욥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죄인임을 다시 역설합니다. 그러나 욥은 자신의 무죄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자신을 비난하는 자들의 불의함 그리고 악한 자들의 멸망에 대해 말합니다.
지혜 찬가(28장)를 통해 욥은 자신의 고통에 대해 설명하는 세 친구들을 반박하면서, 하느님만이 “지혜에 이르는 길을 식별해 내시고 그 자리를 알고”(28,23) 계시는 분임을 노래합니다.
3) 욥의 독백(29장-31장)
욥은 ‘예전의 행복’(29장)과 ‘지금의 불행’(30장)을 노래한 뒤에 ‘자신의 무죄함을 다시 선언’(31장)합니다. 욥은 하느님께서 보살피시던 행복한 예전 날들을 그리워한 다음 점점 더 비참해지는 지금의 불행에 대해 일곱 단락으로 나누어 노래합니다. 이어서 하느님 뜻대로 살아온 자신이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할 이유가 없음을 강변하면서, 하느님께서 더 이상 침묵하지 마시고 답을 주셔야 한다고 아룁니다.
4) 엘리후의 연설(32장-37장)
엘리후는 의롭다고 주장하는 욥과 적절한 반론을 못하는 세 친구들에게 화를 내면서 네 개의 담론(32-33장; 34장; 35장; 36-37장)을 펼칩니다. 엘리후는 인간이 고통 앞에서 하느님과 논쟁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기도하고 순종하면서 그분의 뜻을 살피며 자기 죄를 회개하고 자비를 구한다면 하느님께서 생명의 빛을 주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5) 욥이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38장-42장 6절)
하느님께서 욥에게 폭풍 속에서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욥의 고통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고, 그의 물음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으십니다. 다만 당신이 세상 만물의 주재자이심을 말씀하시면서 인간의 무지와 허약함을 일깨우십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 앞에 자신이 피조물임을 깨달은 욥은 “저는 알았습니다.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음을, 당신에 대하여 귀로만 들어 왔던 이 몸, 이제는 제 눈이 당신을 뵈었습니다.”(42,2.5)라고 고백합니다.
3. 산문으로 된 맺음말(42장 7-17절)
‘욥의 기도로 세 친구가 하느님께 용서 받음’과 ‘욥의 회복’을 보여 줍니다. 재산 · 명예 · 권력과 상관없이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그분을 섬기는 존재인 욥은 이제 까닭 없이 하느님의 도구가 되었으며, 이전보다 더 많은 복을 누리게 됩니다.
욥기의 신학적 주제
1. 고통에 대한 이해
죄와 벌의 형평성 문제나 의인과 악인 사이의 불균형 문제에 대한 욥의 물음은 우리 모두의 물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고통의 원인이나 이해에 있어서 만족할 만한 답을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욥은 ‘고통은 왜?’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에서 발견합니다. 인간에게 뜻밖에 다가온 고통은 죄에 대한 벌이 아니라 하느님과 더욱 올바른 관계로 나아가게 하는 은총과 교육의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2. 하느님에 대한 이해
의인이 겪는 뜻밖의 고통 앞에서 전능하고 선하고 의로우신 하느님, 더구나 침묵하시는 하느님을 어떻게 이해하고 말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고통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으시고, 고통과 관련된 물음에 대해서도 대답하시지 않습니다. 욥이 새롭게 체험한 하느님은 시련을 겪는 그 사람의 고통에 가슴 아파하며 함께하는 사랑 자체이십니다.
3. 고통에 대한 대응
1) 고통당하는 사람
사람이 뜻밖의 고통을 겪으면 혼돈과 의문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해와 수용에 이릅니다. ‘함께하시는 하느님’께 믿음과 희망을 두고서 물음 · 도전 · 탄원 · 내어맡김 · 기도의 여정을 걸어갈 때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체험하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2) 고통당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사람
고통당하는 사람을 위로하려고 누군가의 탓 또는 하느님의 뜻이라고 섣불리 말한다면 “쓸모없는 위로자”(16,2)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그가 고통을 호소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고, 혼자가 아니라는 공감과 위로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생각과 마음을 사랑의 하느님께 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4. 믿음의 성장
세 친구들과 엘리후가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욥은 직접 하느님께 말씀을 드립니다. 욥은 이 여정을 통해 하느님께서 언제 어디서나 함께하심을 깨달았고 체험했음을 고백합니다. “이제는 제 눈이 당신을 뵈었습니다.”(42,5)
5. 하느님의 도구
뜻밖의 고통을 당한 욥은 세 친구들의 죄의 용서 여정에 까닭 없이 하느님의 도구가 됩니다. 의인이 마지막 날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 안에서 주님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며 하느님의 도구로서 걸어가야 합니다.
생각해 보기
1.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을 찾고, 만나며, 믿음과 희망을 둘 수 있습니까?
2. 고통을 포함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삶의 문제들에 대해 자신이 단편적으로 쌓아온 지식이나 이해만을 기준으로 그 해답을 찾으려고 하지는 않습니까?
3. 사람은 행복이나 불행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하느님을 섬겨야 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를 더 깊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습니까?
4.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은 그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고통을 함께 겪어 주어야 할 사람이 주변에 있습니까?
5. 고통이라는 바람이 불지 않도록 바라지 말고, 바람에 덜 흔들리도록, 흔들리더라도 뿌리가 뽑히지 않도록 애써야 합니다. 더구나 스스로 바람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참고 문헌
《고통, 그 인간적인 것》(송봉모), 《고통은 왜 - 욥기해설》(박요한 영식), 《구약성경 개론》(에리히 쳉어), 《구약 성서의 이해 I, II, III》(B.W. 앤더슨), 《시서와 지혜서》(김혜윤), 《약함의 힘 - 시련의 때에 드리는 믿음의 응답》(C. M. 마르티니), 《욥기》(장 레베크), 《욥에 관하여 - 하느님 이야기와 무죄한 이들의 고통》(G. 구띠에레스), 《욥이 말하다 - 고난의 신비와 신학 이야기》(양명수), 《주석 성경》(주교회의 성서위원회), 《하느님에 대한 욥의 물음》(H. 하아크)
[길잡이, 2017년 11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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