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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예수님 이야기39: 일흔두 제자의 귀환과 예수님의 기쁨(루카 10,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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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11-18 조회수5,072 추천수0

[이창훈 기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39) 일흔두 제자의 귀환과 예수님의 기쁨(루카 10,17-24)


철부지처럼 주님만 따른 일흔두 제자의 믿음

 

 

- 일흔두 제자의 귀환 보고를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시면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다. 사진은 오는 12월 미국 워싱턴 성모의 원죄없으신 잉태 대성전 중앙 돔에 설치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모자이크화 작업 현장. [CNS 자료사진]

 

 

예수님께서 파견하신 일흔두 제자가 돌아와 예수님께 드린 보고와 그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10,17-20),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또 다른 말씀(10,21-24) 두 부분을 차례로 살펴봅니다.

 

 

일흔두 제자가 돌아옴(10,17-20)

 

파견됐던 일흔두 제자가(10,1-12) “기뻐하며” 예수님께 돌아옵니다.(10,17) 왜 기뻐하며 돌아왔을까요? “주님,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저희에게 복종합니다.”(10,17) 주님의 이름으로 병자를 고쳐 주었음은 물론 마귀들까지 복종시킬 수 있었기에 제자들은 기뻐하며 돌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일흔두 제자보다 훨씬 앞서 파견하신 바 있는 열두 사도들의 귀환 보고에는 기뻐하며 돌아왔다는 내용이 없습니다.(9,10 참조) 사도들은 예수님한테서 마귀를 쫓아내는 권한을 받았지만(9,1) 오히려 마귀를 쫓아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예수님께서 거룩한 변모 후에 산에서 내려오시자 더러운 영에 걸린 아이의 아버지가 와서 “스승님의 제자들에게 저 영을 쫓아내 달라고 청하였지만 쫓아내지 못하였습니다”라고 말씀드리는 데서(9,40)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볼 때 예수님의 최측근 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열두 사도가 한 수 아래 격인 일흔두 제자와 달리 마귀를 쫓아낼 수 없었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어쩌면 자기들이 예수님의 최측근 제자라는 자부심이 지나쳐,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기보다는 자만에 빠진 자신들의 힘으로 마귀를 쫓아내려고 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입으로는 주님이라고 고백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들을 드러내고 싶어했기 때문은 아닌지요? 

 

이에 비해 일흔두 제자는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낼 수 있었고 그래서 기뻐하며 돌아와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저희에게 복종합니다” 하고 말씀드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흔두 제자의 보고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보라,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고 원수의 모든 힘을 억누르는 권한을 주었다. 이제 아무도 너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10,18-19) 사탄은 마귀들의 두목을 말합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일흔두 제자가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냈을 때 마귀들의 두목인 사탄이 거처인 하늘에서 추락했음을 의미합니다. 뱀과 전갈은 온갖 악의 세력을, 원수는 바로 악의 세력의 두목인 사탄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제자들에게는 사탄을 비롯해 그 수하의 어떤 세력도 힘을 쓰지 못하리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그 다음 말씀이 의미심장합니다. “그러나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10,20) 제자들은 영들이 자기들에게 복종하는 것을 두고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영들을 복종시킨 것은 제자들 자신의 힘이 아니라 주님의 이름이었습니다. 이것은 제자들이 주님의 이름을 부를 때만, 곧 주님께 의지할 때만 악령의 세력을 복종시킬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늘에 이름이 기록됐다는 것은 하느님과 누리는 참 생명에 참여하게 됐음을 뜻한다고 하지요.

 

-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듣고 그 표징들을 보려면 철부지처럼 오로지 주님의 이름을 부르고 주님께 의탁해야 한다.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 모형을 들고 있는 어린이의 손. [CNS 자료사진]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10,21-24)

 

이 대목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부분은 예수님의 기쁨과 감사입니다.(10,21) 예수님께서는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이 말씀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앞 대목과 연결시켜 보면, 예수님의 기쁨은 하늘에서 사탄의 세력이 떨어지는 것, 그리고 제자들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탄의 세력이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제자들에게 굴복하고 제자들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은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의 뜻이었습니다. 이 아버지의 뜻은 지혜롭고 슬기롭다는 자들 곧 율법학자나 바리사이 같은 지도자들이 아니라 당신이 파견하신 제자들 곧 갈릴래아 변방의 어부 출신이자 촌뜨기들을 통해서 드러났습니다. 바로 이를 예수님께서는 기뻐하고 또 감사드리고 계시는 것입니다. 

 

둘째 부분은 하느님 아버지의 계시에 관한 것입니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 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버지께서 누구이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10,22)

 

이 말씀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 예수님이 하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들이신 예수님을 알면 아버지를 알 수 있고, 또 아버지를 알려면 아들이신 예수님을 알아야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를 아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하십니다. 예수님 자신을 통하지 않고서는 또 예수님께서 아버지를 드러내 보이려고 미리 선택하신 이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버지를 알 수 없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셋째 부분은 제자들에게 이르신 말씀으로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들은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10, 23) 

 

그렇다면 제자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었다는 것인가요? 제자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들이 굴복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기들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됐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 나라에 관해 들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표징들을 보았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고 듣는 사람은 행복할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듣고 그 표징들을 볼 수 있을까요?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뽐내지 않아야 합니다. 철부지처럼 오로지 주님의 이름을 부르고 주님께 의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따라야 합니다.

 

 

알아 봅시다

 

루카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즐거워하셨다, 기뻐하셨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은 10장 21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이 기쁨, 즐거움은 아버지의 뜻이 철부지들을 통해 드러나고 이루어진 것에 대한 기쁨이었습니다. 그런데 루카는 예수님께서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말씀하셨다”고 기록합니다. 

 

이 표현은 우리에게 참된 기쁨이 어떤 기쁨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줍니다. 그것은 예수님처럼 “성령 안에서 누리는 기쁨”입니다. 주님의 뜻이라고 여겨 열심히 노력해서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뻐합니다. 하지만 이때에 조심해야 합니다. 그 기쁨이 성령 안에서 누리는 기쁨이 아니라 인간적 성취에 따른 자만의 기쁨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기쁨이 성령 안에서 누리는 기쁨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11월 19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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