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신약 여행78: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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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7-12-18 | 조회수6,042 | 추천수0 | |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78)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1) 창조와 구원의 하느님, 새 삶을 살게 하시는 분
- 콜로새서는 그리스도의 가장 큰 업적인 십자가 희생을 통한 구원을 요약해서 전하고 있다. 사진은 마르크 샤갈 작 ‘십자가에 못박힌 백색의 예수’, 1938년. 출처=가톨릭굿뉴스.
콜로새서는 차명 서간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이하 콜로새서)은 바오로 사도의 이름을 빌려서 쓴 차명 서간으로 구분합니다. 편지를 보낸 이는 ‘바오로’라고 표현되지만, 바오로 서간보다는 조금 후대에, 콜로새서의 경우 70년쯤에 기록된 편지로 생각합니다.
콜로새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리스도 찬가’로 불리는 내용입니다.(콜로 1,15-20) “그분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맏이이십니다”로 시작되는 이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의 업적을 두 가지로 요약해서 전합니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것은 ‘창조 원리인 그리스도’입니다. 마치 요한복음의 서문과도 비슷하게 모든 창조물은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통하여” 창조되었다고 밝힙니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업적을 창조와 연관시키는 것은 그리스도의 선재(先在)에 대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세상에 오시기 이전부터, 하느님의 창조 이전부터 계셨던 분입니다.
창조의 관점에서 구원 바라보기
또 그리스도의 가장 큰 업적인 ‘십자가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모든 창조물의 맏이인 동시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도 맏이라는 콜로새서의 내용은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을 요약합니다. 십자가 죽음은 만물을 하느님과 화해시킨 것으로 평화를 이룬 사건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 인간의 구원만이 아닌 하느님과 창조물 사이를 화해시킨 것이라는 콜로새서의 생각은 창조의 관점에서 구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콜로새서에서 강조하는 것은 하느님과의 화해 이후에 주어진 새로운 삶에 대한 내용입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였으니 그분 안에서 살아가십시오.”(콜로 2,6) 신앙인들은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고” 그분의 부활과 “함께 되살아난” 이들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콜로새서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초대 교회에서 세례는 믿음을 드러내고 회개를 나타내는 것이면서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이 세상에서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세례가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면 그 의미 안에서 이 세상에서 죽었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에 신앙인들은 이미 이 세상에서 죽고 다시 살아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라는 콜로새서의 권고는 세례의 의미를 잘 나타냅니다.(콜로 3,2)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 제시되는 것은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간직하는 것입니다.(콜로 3,12) 이를 통해 용서하고 사랑하며 감사하는 것이 신앙인들에게 요청되는 모습입니다. 콜로새서는 이것을 위해 그리스도의 말씀이 머무르게 하고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면서,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라”고 권고합니다. 여기서 표현되는 새로운 삶의 모습은 바오로 사도의 편지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과 비슷하면서도 더 구체적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 통해 성장
콜로새서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내용은 교회에 대한 생각입니다. 이미 코린토 1서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바오로 사도가 생각하는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모든 이들이 지체를 이루는 몸입니다. “온몸은 이 머리로부터 관절과 인대를 통하여 영양을 공급받고 잘 연결되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라는 것입니다.”(콜로 2,19) 교회는 몸입니다. 그리고 교회는 그리스도를 통해 성장합니다. 교회는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콜로새서의 언급은 ‘성장하는 몸인 교회’에 대한 바오로 사도의 교회관을 보여 줍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와 함께 머물러 있을 때, 그분께 “단단히 붙어” 있을 때 본연의 사명을 수행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성장해 갈 수 있습니다. 교회를 이루는 신앙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12월 17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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