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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여자 - 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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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14 조회수6,617 추천수0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여자 - 하와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창세 2,16) 창세기 2장의 최초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여자의 창조’ 이야기로 곧장 넘어갑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말이 등장합니다. 바로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는 여자 창조의 이유입니다.

 

창세기 1장은 창조에 대해 말하며,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려주며 창조된 세상의 아름다움과 하느님의 마음에 드심을 표현하고 있는데, 사람이 혼자 있는 것에 대해서는 ‘좋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완전한 존재가 되며 하느님 보시기에도 좋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코헬렛도 같은 말을 합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나으니 자신들의 노고에 대하여 좋은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다른 하나를 일으켜 준다. 그러나 외톨이가 넘어지면 그에게는 불행! 그를 일으켜줄 다른 사람이 없다.”(코헬 4,9-10)

 

그런데 하느님은 협력자를 만드시겠다며 동물들을 만드십니다. 이는 동물들도 사람의 협력자로 사람과 도움과 유익을 서로 주고받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그들 중에 사람에게 ‘알맞은 협력자’는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생명의 숨을 나눠 받고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땅의 모든 것을 다스리고’(창세 1,28)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터전을 ‘일구고 돌보는’(창세 2,15) 일을 함께 할 다른 이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일종의 긴장감이 생겨납니다. 사람에게 맞는 존재는 과연 어디서 찾을 것인가?

 

하느님은 그 협력자를 사람 안에서 찾으십니다. 하느님은 사람을 잠들게 하시고 그의 갈빗대를 하나 빼내셔서 여자를 지어내십니다. 여자를 갈빗대로 만들었다는 말에 대해 매튜 헨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를 능가하도록 머리로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그에 의해 짓밟혀지도록 그의 발로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와 동등한 존재가 되도록 그의 옆구리로부터, 보호받도록 그의 팔 아래서 그리고 사랑받도록 그의 심장 가까이에서 만들어졌다.”(WBC 성경 주석 I 창세기 1-15, p.186) 사실 아담을 창조할 때 나오는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라는 말씀 중, ‘생명’(히브리말 : 하임), ‘생명체’(하야)라는 말속에 이미 여자의 이름(하와)이 담겨 있습니다. 이미 아담 속에 하와가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 불리리라.”

 

여자를 만났을 때 남자에게서 나온 부르짖음입니다. 이 탄성은 뒤따르는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한 몸이 된다.”(창세 2,24)는 말씀과 연결되어 남녀의 관계-결혼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줍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여자가 남자의 집으로 ‘시집’을 왔지, 남자가 여자의 집으로 ‘장가’를 가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고대 사회에서는 결혼을 통해 새로운 살림을 내는 것이 아니라 대가족의 일원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마치 남녀가 결혼하여 새로운 살림을 내는 것처럼, 남자가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풍습과 다른 이 말씀은 무슨 뜻일까요? 여기서 말하는 것은 결혼이란 남녀가 육체적 정신적 결합이나 자녀를 낳기 위한 과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몸, 남자의 탄성을 바탕으로 한다면, 한 ‘골육’(뼈에서 나온 뼈, 살에서 나온 살)이 되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같은 맥락에서 결혼과 이혼에 대해 말씀하십니다(마태 19,1-9; 마르 10,1-12; 루카 16,18).

 

여자의 창조로 사람은 비로소 남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합니다. “남자(이슈)에게서 나왔으니 여자(이샤)라 불리리라.” 히브리말 발음이 비슷한 점을 이용한 언어유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창세기 서두의 창조에 대한 말씀은 혼돈(카오스)에서 질서(코스모스)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 산과 들, 새들과 짐승들, 물고기들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얻습니다. 창조질서란 바로 모든 존재가 자신의 자리, 자신이 있어야 마땅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며 또한 그것을 온전히 누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자의 창조는 단순히 하나의 성(性)을 지닌 사람(여성)이 세상에 등장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자의 자리와 여자의 자리,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여자 창조 이전까지 ‘사람’이라고 통칭되던 최초의 인간은 ‘여자’로 인해 ‘남자’라고 불리며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갖습니다. 그러므로 창세 2장의 사람의 창조 이야기는 아담의 창조에서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창조를 통해, 여자가 세상에 나옴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를 통해 남자와 여자 모두 창조주 하느님의 질서-코스모스-조화로운 세상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협력자, 곧 서로 돕고 나누기 위한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말은 점점 의미를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탄만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배려하고 나누기 시작할 때 비로소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내신 뜻을 이루는 것임을 새겼으면 합니다.

 

[2018년 1월 14일 연중 제2주일 의정부주보 5-6면,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선교사목국 성서사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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