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음산책] 예수님의 족보에 등재된 나의 이름---박상대 신부 | 카테고리 | 성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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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타한인성당 | 작성일2011-04-10 | 조회수394 | 추천수2 | |
[복음산책] 예수님의 족보에 등재된 나의 이름---박상대 신부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생축일에 봉독되는 복음은 17절과 마지막 24~25절을 뺀 마태오복음 1장 전체로서 예수의 족보에 관한 내용이다. 예수의 족보는 마태오복음(1,1-17)과 루가복음(3,23-39)에만 기록되어있다. 둘은 다 구약성서를 토대로 족보를 편집하였지만 비교해보면 조상들의 이름에서 많은 차이점이 발견된다. 뿐만 아니라 잘못된 표기도 있고 누락된 조상도 있다. 아무튼 루가는 예수님부터 아담까지 77대를 거슬러 올라가고, 마태오는 아브라함부터 예수님까지 42(14× 3)대를 내려가며 기록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두 복음서가 기록하고 있는 예수의 족보 중 어느 것도 정확한 족보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두 족보는 모두 고고학적으로 조상들의 계보를 밝히기보다는 신학적으로 예수의 정체와 이스라엘의 역사를 밝히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예수님은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다윗의 후손으로서 약속된 메시아이시다. 그분은 이스라엘의 모든 조상의 계보를 통틀어 역사를 움직이시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것이다.
마태오가 편집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서 신학적으로 두 가지 특이할만한 점을 지적하고 넘어가야 하겠다. ① 첫째는 족보에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제외하고 부인 넷의 이름을 언급한 점이다. 여인들은 다말(3절), 라합(5절), 룻(5절), 그리고 우리야의 아내(6절)이다. 다말과 라합은 여호수아가 정복하게 되는 가나안의 원주민 출신이다. 다말은 유다의 며느리인데 나중에 유다에게서 베레스와 제라를 낳게 된다.(창세 38,6; 1역대 2,4) 라합은 예리고를 정찰하러 나간 이스라엘의 정탐꾼들을 숨겨주었다고 해서 여호수아가 그녀와 가족들을 이스라엘 가문으로 받아들였다.(여호 6,25) 룻은 나오미의 며느리로서 모압 출신이었지만 예루살렘에 들어가 보아즈를 만나서 아들 오벳을 낳게 된다.(룻기 참조) 우리야의 아내는 바쎄바로서 다윗이 우리야를 전장으로 내보내 죽게 한 다음 아내로 맞아 솔로몬을 낳는다.(2사무 11,3.15.17; 12,24) 이렇게 마태오의 족보에 등장하는 여인 넷은 모두 이방인 출신으로서 각각 기이한 인연으로 이스라엘 가문과 관계를 가지게 되어 가문의 혈통을 잇게 한다. 이 점은 언급된 여인들이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 차지하는 특별한 위치를 고려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구원의 역사에 불가사의한 방법으로 개입하는 하느님의 섭리를 밝히고, 예수님을 또한 이방인의 메시아로 소개하려는 마태오의 강한 의도로 보인다.
② 두 번째로 지적할 점은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고 마리아에게서 예수가 나셨는데 이분을 그리스도라고 부른다.”(16절)는 대목에서 “마리아에게서 예수가 났다.”는 점이다. 족보의 모든 부분에, 또 등장하는 4명 여인의 경우에도 아버지가 “주격”으로 아들은 “목적격”으로 구사되지만 이 대목에서는 아들 예수가 “주격”으로 구사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구체적으로 두 가지 의도를 더 가지고 있다. 하나는 마리아의 동정녀 잉태를 강조하는 것이고(1,18-25), 다른 하나는 예수님, 즉 하느님이 모든 구원역사를 계획하시고 실행하시고 성취하시는 주역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다름 아닌 우리 인간과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 하느님”(23절)께서 직접 자기 백성을 죄에서 해방시켜 구원하실 것(21절)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마태오가 기록한 예수의 족보(마태 1,1-17)를 일년 중 3번 미사복음으로 봉독한다. 대림시기의 12월 17일과 성탄시기를 시작하는 성탄전야미사, 그리고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신축일이다. 반면 루가가 기록한 예수의 족보(루가 3,23-38)는 성서를 공부하는 개인의 몫으로 돌렸다. 마태오는 족보에서 예수가 아브라함의 정통 후손인 다윗의 왕통을 이어받은 메시아임을 보여주며, 루가는 예수의 아버지 요셉의 가문이 다윗과 아브라함과 아담을 거쳐 하느님께 이름을 보여준다. 우리는 오늘 만이라도 예수님의 족보를 소리 내어 천천히 읽어가면서 하느님의 놀라운 구원계획을 묵상해야 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어느 날 갑자기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죄 많은 인간이 사는 세상에 보내신 것이 아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철저한 구원계획에 천지창조 때부터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마태오와 루가복음이 전하는 예수님의 족보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인류의 구원역사에 꼭 필요했던 사람들, 그가 비록 여자라고 해도 초대해 주셨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느님의 구원계획과 그리스도의 강생으로 성취된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다 예수 그리스도의 후손이다. 그렇다면 오늘까지 이어진 예수님의 족보에 바로 우리 각자의 이름도 등재(登載)되어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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