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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신약 여행86: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히브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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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2-10 조회수5,407 추천수0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86)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히브 11,1)


구약을 통해 전해지는 믿음의 역사 믿음의 힘

 

 

- 히브리서 11장은 구약성경을 통해 전해지는 믿음의 내용을 요약하고 있다. 에녹이 하늘로 들어올려진 것, 노아가 의로움으로 방주를 통해 구원 받은 것 등이 담겨 있다. 그림은 율리우스 카롤스펠트 작 ‘방주에서 나오다’ 부분. 출처=「아름다운 성경」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이하 히브리서)은 말씀하시는 하느님과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관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에 대한 표현 자체로 히브리서가 구약성경의 내용들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구약성경에서 드러나는 계약을 넘어 새로운 계약을 통한 믿음을 강조한다는 것 역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새 계약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죄를 없애시려고 한 번 제물을 바치시고 나서, 영구히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한 번의 예물로, 거룩해지는 이들을 영구히 완전하게 해 주신 것입니다.”(히브 10,12.14)

 

죄의 용서를 위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우리를 거룩하게 만들고 완전하게 하는 행위로 묘사됩니다. 히브리서는 신앙인들을 “하늘의 부르심을 받은 거룩한 형제”(히브 3,1)로 표현하고 예수님은 “사람들을 거룩하게 해주시는 분”으로 소개합니다.(히브 2,11)

 

예수님의 구원은 “첫째 계약 아래에서 저지른 범죄로부터 사람들을 속량하시려고 그분께서 돌아가시어,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약속된 영원한 상속 재산을 받게 해”주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업적을 통해 이제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과 약속에 대한 믿음

 

히브리서에서 믿음과 희망은 동의어처럼 보입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약속에 대한 믿음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안식에 들어가리라는 희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고백하는 희망을 굳게 간직합시다. 약속해 주신 분은 성실하신 분이십니다.”(히브 10,23) 신앙인들의 믿음은 바로 하느님의 성실하심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미 구약성경에서부터 강조되는 것처럼 하느님은 당신의 말씀과 약속에 성실하신 분이십니다. 하느님의 성실하심과 상응하는 것은 사람들의 믿음입니다. 성실함과 믿음은 같은 말에서 온 표현입니다. 아무런 근거 없이 그저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창조 때부터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과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에 믿음을 두는 것입니다.(신명 7,9; 이사 49,7; 1코린 1,2)

 

이런 의미에서 히브리서 11장은 과거에 드러났던, 구약성경을 통해 전해지는 믿음의 내용을 요약하는 부분입니다. 마치 믿음의 역사를 전하는 서사시와도 같습니다. 이 장대한 내용은 하느님의 창조부터 시작합니다. “믿음으로써, 우리는 세상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마련되었음을, 따라서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에서 나왔음을 깨닫습니다.”(히브 11,3) 아벨의 제물이 받아들여지고 의인으로 인정받은 것, 에녹이 하늘로 들어 올려진 것, 노아가 의로움으로 방주를 통해 구원받은 것,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알려준 땅으로 길을 떠나 약속의 상속자가 된 것, 사라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나이에도 이사악을 낳아 그를 통해 하느님의 축복이 실현된 것,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하느님께 바치고 다시 돌려받은 것, 야곱과 요셉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 업적이 이어진 것, 모세가 태어나고 히브리인임에도 죽음을 면한 것, 그가 하느님의 백성의 인도자가 되고 이집트에서 이끌어내 바다를 건너 탈출에 성공한 것, 긴 광야 생활을 마치고 예리코 성을 점령하여 정착한 것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믿음으로써” 믿음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임을 강조합니다.

 

 

‘오늘’의 믿음

 

히브리서는 믿음을 이야기하면서 현재적 차원을 강조합니다. 그것은 바로 ‘오늘’입니다. 오늘은 항상 현재의 시간입니다. 구원의 완성된 모습으로 제시되는 것은 ‘하느님의 안식처’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이 장소적인 의미만은 아닙니다. 하느님의 안식에 드는 것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 오늘 너희가 그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너희는 마음을 완고하게 갖지 마라.”(시편 95,7-8) 히브리서가 말하는 신앙인은 하느님의 안식에 들기를 희망하며 ‘오늘’ 하느님의 말씀을 충실하게 듣고 따르는, 믿음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2월 11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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