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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신약 여행91: 우리가 그 생명을 보고 증언합니다(1요한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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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26 조회수4,090 추천수0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91) “우리가 그 생명을 보고 증언합니다”(1요한 1,2)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사랑의 계명 지켜야

 

 

- 요한 서간은 하느님의 사랑과 그 증표로 계명을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림은 십계명이 새겨진 돌판을 모세에게 주시는 하느님 모습을 담은 율리우스 카폴스펠트 작 ‘십계명’. 출처=「아름다운 성경」

 

 

요한계 문헌 

 

요한 서간은 가톨릭 서간에 속하면서 전통적으로 요한계 문헌으로 구분되는 편지입니다. 세 편의 편지로 전해지는 요한 서간은 시간의 큰 차이 없이 2세기 초반에, 곧 100~110년 즈음에 기록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요한 서간은 요한 복음과 동일한 저자가 기록했다는 것에 큰 이견은 없습니다. 현대에 많이 표현하는 ‘요한 공동체’가 복음뿐 아니라 요한 서간의 저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요한의 첫째 서간은 요한복음과 비슷하게 찬가의 형태로 된 증언과 함께 이 서간을 기록한 목적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요한의 첫째 서간 1장 1-4절에서 증언하는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신비’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 있던 “생명의 말씀”이 우리에게 나타났고 “우리”는 그것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강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진 않지만, 사람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표현합니다. 내용적으로 요한복음의 서문(요한 1,1-18)과 거의 동일합니다. 이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선포와 함께 요한 서간의 목적은 “친교”라고 표현됩니다. 이 편지를 읽는 이들 역시 서간을 기록한 “우리”와 그리스도 안에서 친교를 이루고 그것을 통해 기쁨이 충만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계명과 하느님 사랑의 완성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 그것으로 우리가 그분을 알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1요한 2,3)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계명을 지키는 사람 안에서는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된다고 표현합니다. 

 

요한 서간에서 사랑과 계명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1요한 5,3) 여기서 말하는 계명은 이미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것처럼 ‘사랑의 계명’입니다. 그리고 이 사랑의 계명은 우리에게 의무로 주어진 것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업적을 통해 하느님께서 먼저 보여주신 사랑입니다.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고 불리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자녀입니다.”(1요한 3,1) 또 이렇게 언급합니다. “그 사랑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의 아드님을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로 보내 주신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것은 믿음을 통해 가능한 것이고 하느님의 뜻을, 계명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처럼 요한 서간은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구원을 하느님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으로 이해합니다. 

 

요한 서간에서 하느님은 사랑 그 자체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1요한 4,16) 이 표현은 마치 사랑을 통해서만 하느님을 알게 되고, 사랑을 통해서만 믿음 안에 머물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리고 이것이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과 맺게 되는 친교입니다. 이 친교 안에 머무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습니다.

 

 

하느님 향한 사랑과 세상에 대한 사랑

 

이제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며,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이들로 소개됩니다. 여기서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반대되는 것은 세상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기에 이것들을 사랑하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하느님의 사랑이 없습니다.”(1요한 2,15) 

 

요한 서간은 이렇듯 하느님의 우선적인 사랑과 신앙인들의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하나의 큰 주제로 삼습니다. 여기서 구체적인 사랑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은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런 신앙인들은 자신의 믿음과 공동체 안에서 드러나는 실천의 모습이 같은, 거짓말쟁이가 아닌 사람들입니다. 요한 서간이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공동체 안에 거짓을 말하고 행하는, 하느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지 않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3월 25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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