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신약 여행93: 지극히 거룩한 믿음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아가십시오(유다 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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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4-08 | 조회수5,147 | 추천수0 | |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93) “지극히 거룩한 믿음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아가십시오”(유다 20) 불경하면 하느님 심판을 면치 못하리니
- 구약성경 민수기에 등장하는 발라암은 예언자임에도 하느님의 천사를 알아보지 못하는 거짓 예언자로 그려지고 있다. 유다 서간에는 이처럼 불경한 자들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다. 그림은 율리우스 카롤스펠트 작 ‘발라암을 가로막은 천사’. 출처=「아름다운 성경」.
유다 서간(이하 유다서)은 25절로 이루어진 짧은 편지입니다. 이 서간은 짧은 편지 형태의 서문(1-2절)과 결문을 대신하는 찬송(24-25절)과 함께 전해집니다. 그 형태로 보면 바오로 사도의 차명 서간과 비슷해 보입니다. 저자는 자신을 “야고보의 동생인 유다”라고 소개합니다.(유다 1) 여기서 야고보는 제베대오의 아들이 아닌 주님의 형제 야고보입니다.(마르 6,3; 마태 13,55 참조) 저자 역시 스스로 주님의 형제인 유다라고 표현합니다. 이 서간은 언어나 내용적인 면에서 주님의 형제 유다가 직접 쓴 편지이기보다 차명 서간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편지의 수신인들은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습니다. “부르심을 받은 이들, 곧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랑하시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켜 주시는 이들”로, 넓은 의미의 신앙인들을 향한 것처럼 표현됩니다. 구체적으로 유다서가 생각한 이들을 추측하기 어렵지만, 현대의 많은 학자는 바오로 사도가 선교했던 지역의 사람들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편지의 내용이 바오로 사도의 신학과 상당히 유사하고 일부 내용은 바오로 사도의 특정한 서간을, 예를 들어 코린토 1서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불경한 자들에 대한 경고
유다서의 주된 내용은 “불경한 자들”(유다 4)에 대한 경고입니다. 이들은 “하느님의 은총을 방탕한 생활의 방편으로 악용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자들입니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몸을 더럽히고 주님의 주권을 무시하며 영광스러운 존재들을 모독합니다.”(유다 8) 그들의 가장 큰 죄는 “불륜과 변태적인 육욕에 빠진” 것입니다. 또, 그들의 행실은 “카인의 길을 따라 걸었고 돈벌이 때문에 발라암의 오류에 빠졌으며 코라처럼 반항”하는 것으로 드러납니다.(유다 11)
성경에서 ‘길을 걷는다’는 표현은 많은 경우에 윤리적인 처신이나 생활 방식을 말할 때 사용되는 비유입니다. 이들이 카인의 길과 비유되는 것은 카인에게 내려진 결과와 같은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창세 4,11-12)
발라암은 구약성경의 민수기에 등장하는 이방인 예언자입니다. 민수 22―24장에 기록된 발라암의 모습은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지만, 후대에 발라암은 발락의 사주를 받아 하느님의 백성을 우상숭배에 빠지게 한, 특히 윤리적인 부도덕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져온 부정적인 인물로 소개됩니다.(민수 33,16 참조) 발라암은 유다교 안에서 이미 예언자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천사를 알아보지 못한 자로 평가되고 하느님보다 자신을 드러낸 거짓 예언자로 이해됩니다. 자신뿐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을 배신하도록 만든 발라암은 성경에서 우상숭배를 조장한 대표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묵시 2,14)
코라는 모세와 아론에게 대항해 반역을 일으켰던, 하느님을 업신여겼던 인물입니다.(민수 16장) 이들에 대해 유다서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저들은 불평꾼이며 불만꾼으로 자기 욕망에 따라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잇속을 챙기려고 사람들에게 아첨하면서 입으로는 큰소리를 칩니다.”(유다 16)
신앙인들이여 자비를 베푸소서
유다서는 신앙인들에게 이런 불경한 자들의 가르침과 그들의 행실을 따르지 않도록, 그들이 받게 될 심판에서 벗어나도록 권고합니다. 권고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신앙인들에게 필요한 자세는 “성령 안에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성령 안에서 기도하면서 “믿음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아가도록 권고합니다. 둘째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자신을 지키며” 자비를 청하는 것입니다. 이 권고에는 자신의 행실에 따라 모든 사람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다서는 신앙인들 역시 자비를 베풀도록 권고합니다.
유다서는 이런 권고와 함께 하느님의 업적을, 하느님이 베풀어주신 자비와 구원, 그리고 불의한 자에 대한 심판을 기억하도록 초대합니다. “여러분이 넘어지지 않도록 지켜주시고, 당신의 영광 앞에 흠 없는 사람으로 기쁘게 나서도록 해주실 수 있는 분, 우리의 유일하신 구원자 하느님”을 찬송하는 편지의 마지막은 신앙인들을 위한 기도이기도 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4월 8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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