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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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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4-14 조회수5,774 추천수0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요셉

 

 

꿈쟁이, 형제들이 노예로 팔아넘긴 아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젊은이, 재상의 자리까지 오른 현인, 마침내 형제들을 용서한 사람, 요셉, 그의 삶은 드라마 같은 전개를 보이며 창세기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요셉 이야기(창세 37장-50장)는 앞선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의 이야기와 다른 면들이 있습니다. 성조사가 여러 일화들의 모음집의 형식을 갖고 있는데 비해 요셉 이야기는 기승전결의 확실한 구조 속에서 극적 긴장과 그 해소가 돋보이는 하나의 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요셉 이야기에서는 ‘주님’(YHWH)이라는 하느님의 이름이 39장에서만 등장(39,2.21)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하느님’(Elohim)으로만 말해집니다. 하느님은 요셉에게 말을 건네시지도 않고 사건에 직접 개입하시지도 않으며 천사나 꿈을 통한 간접 접근도 하시지 않습니다. 단지 요셉의 입을 통해 하느님이 언급될 뿐(40,8; 41,16; 45,5-8)입니다. 또한 성조사에서 중요한 주제인 계약과 땅의 선물, 자손의 약속 등이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요셉 이야기는 본디 독립적인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인데, 성경을 엮은 이들(사제계 편집자)이 야곱 이야기와 연결시키며, 이스라엘의 이집트 이주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꿈쟁이 요셉 이야기에는 여러 꿈들이 등장합니다. 요셉의 꿈 2개(37장), 파라오의 두 시종의 꿈(40장), 파라오의 꿈 2개(41장), 모두 6개의 꿈이 있습니다. 요셉이 꾼 꿈은 설명이나 해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곡식 단이나 별들이 자신 앞에 절을 하더라는 그의 꿈을 아버지와 형들이 모두 알아챕니다. 그리고 이 꿈은 일종의 ‘예고’가 됩니다. 그러나 파라오와 시종들, 곧 이집트인들의 꿈은 ‘상징적인 꿈’으로 해석이 필요합니다. 꿈은 이들을 ‘근심하게’(40,6)도 하고 ‘불안하게’(41,8)도 하지만, 그들의 지혜와 지식으로는 풀 수 없습니다(41,8). 그 꿈을 풀이하는 것은 요셉이라는 노예이며 죄수인 젊은 유다인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요셉은 ‘하느님만이 꿈을 풀이하실 수 있다.’(40,8; 41,16)는 고백을 먼저 하고 꿈 풀이를 합니다. 그는 자신의 처지나 신분에 매이지 않고 당당하게 임금 앞에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그의 고백이 파라오마저 자신의 입으로 하느님을 찾게 만듭니다(41,39). 그리고 하느님으로부터 온 지혜와 지식을 지닌 자로 드러난 요셉은 마침내 이집트의 재상의 자리까지 오릅니다(41,40-44).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을 잊지 않고, 그분에 대해 당당히 고백하는 이가,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지닌 어떠한 이들(41,8 이집트의 모든 요술사와 모든 현인)보다 더 ‘슬기롭고 지혜로운 사람’(41,33.40)으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마침내 요셉은 자신이 꾸었던 꿈들처럼 형제들이 자신을 찾아와 절하는, 어릴 적의 꿈이 실현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42,6; 43,26).

 

요셉 이야기의 가장 극적인 장면은 기근으로 먹을 것을 구하러 온 형제들과 요셉이 두 번째로 마주하는 부분(43,15-45,15)일 것입니다. 요셉은 형제들을 알아보고, 그들과 식사 자리를 만듭니다. 그는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자리에서 잠시 물러나기도 합니다(43,30). 그런데 식량을 구해 돌아가는 형제들 중, 벤야민의 자루에 자신의 은잔을 넣게 하고 그들을 도로 붙잡아옵니다(44,1-5). 이제 요셉은 그들을 추궁하며, 잔이 나온 자루의 주인-벤야민을 종으로 삼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모두가 긴장하고 있던 이때, 유다가 나섭니다. 그는 막내 동생 대신 자신이 종이 되겠다고 합니다. 사실, 이 형제들은 첫 번째 방문 때 물질적인 이익을 위해 형제 중 하나인 시메온을 남기고 갔었습니다(42,24). 돌아보면, 이들은 요셉을 팔아넘겼던 이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이제 유다의 입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입니다. 이들은 이전에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습니다. 형제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변화를 보입니다. 요셉은 그러한 형제들의 모습을 보고 마침내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폭풍눈물을 쏟습니다(45,2.14.15). 형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유다의 행동이 모든 비밀과 갈등을 풀어내는 열쇠가 되었고 마침내 형제들은 눈물의 화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요셉은 분명 힘든 과정을 겪었습니다. 형제들의 시기로 집안에서 따돌림을 당했고, 살해의 위협을 거쳐 노예로 팔려갔습니다. 그는 집주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편해지는 듯했는데, 안주인의 유혹과 누명으로 2년 간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파라오의 꿈을 풀어주기 전까지 그는 더는 내려가지 못할 나락의 끝까지 간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반대 받고 내쳐지고, 비인간적인 배신의 아픔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께 대한 굳센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그와 함께 계셨습니다.’(39,2.3.21.23)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40,8; 41,16) 주님께 대한 굳센 믿음이 역사 안에서 움직이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열어주었습니다. ‘우리를 살리시려고 하느님께서 나를 이집트로 보내신 것입니다.’(45,5.7.8) 자신 앞에 엎드려 있는 형제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쏟던 요셉이 한 말입니다. 모든 일을 하느님의 안배와 섭리로 해석하는 깊이 있는 통찰은 믿음에서 온 것입니다. 그것이 나아가 모든 원한과 원망을 지우고 화해의 입맞춤(45,15)으로 형제들과 마주하게 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우리도 많은 삶의 역경들을 겪습니다. 미움과 다툼, 갈등, 원한, 배신, 역겨움과 분노까지, 그런데 그 모든 삶의 부침들이 지금의 나를 여기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이 이토록 상처 가득한 나를 주님 앞으로 데려 왔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여기로 오게 하셨다는 것은, 주님께서 나의 삶의 여정에 함께 하셨다는 것을 또한 말해줍니다. 그것이 우리의 신앙이며 우리가 해야할 고백입니다.

 

[2018년 4월 15일 부활 제3주일 의정부주보 5-6면,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선교사목국 성서사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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