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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경풀이: 개인의 삶, 출생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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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5-19 조회수3,529 추천수0

[허규 신부의 성경풀이] 개인의 삶, 출생과 죽음

 

 

예수님의 활동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은 유다인이었습니다. 물론 예수님 역시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이나 비유는 상당히 자주 이들의 삶을 배경으로 삼고 유다교의 가르침이나 관습과의 비교를 통해 설명됩니다.

 

복음서에서 전하는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는 탄생에서 시작합니다. 유다교의 율법에는 아기를 낳는 경우 역시 따라야 할 규정이 많았습니다. 산모가 사내아이를 낳으면 칠일이 지난 후에 여드레째 되는 날 아기에게 할례를 베풉니다. 예수님 역시 이런 규정에 따라 할례를 받았습니다.(루카 2,21 참조) 랍비들의 해석에 따르면 할례에 대한 규정은 안식일 규정보다 우선합니다. 안식일에 태어난 아기는 안식일에 할례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후 산모는 삼십삼 일 동안 집 안에 머물러 있어야 했습니다. 반면에 여자아이를 낳았을 경우 산모가 정결하게 되기까지 두 배의 시간인 육십육 일을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레위 12,1-8 참조)

 

이와 함께 이스라엘에는 첫 아들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 또한 지켜야 할 규정이었습니다. 이 규정은 이집트에 내린 하느님의 마지막 재앙인 파스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집트의 모든 맏아들과 맏배를 죽이는 재앙을 통해 그곳을 탈출하게 됩니다. 파스카는 “지나가다”라는 뜻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 재앙을 피하게 되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들은 종살이에서의 탈출과 함께 맏아들과 맏배를 지켜주신 것에 감사하기 위해 하느님께 맏아들과 맏배를 봉헌합니다.(탈출 13,11-16 참조) 요셉과 마리아 역시 이 규정에 따라 예수님을 하느님께 봉헌합니다.(루카 2,22 참조)

 

이스라엘의 장례 풍습은 우리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들은 죽은 사람을 가능한 한 빨리 매장합니다.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죽음에 있어서 가족이나 부족의 강한 결속력을 보여줍니다. 그 예는 선조들의 유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받은 야곱은 죽음에 앞서 자손들에게 이렇게 유언을 남깁니다. “나는 이제 선조들 곁으로 간다. 나를 히타이트 사람 에프론의 밭에 있는 동굴에 조상들과 함께 묻어 다오.”(창세 49,29-30) 이런 것을 보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가족묘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복음서에서도 장례와 관련된 내용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누군가가 죽게 되면 그 사람의 집에서 곡을 하는 관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마태 9,23 참조) 또 죽은 사람은 도성 밖에 매장했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루카 7,11-17 참조)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방식은 동굴에 매장하는 것인데 예수님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에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은 예수님의 시신을 받아 “아마포로 싼 다음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에 모시고, 무덤 입구를 돌을 굴려 막아” 놓습니다.(마르 15,46) 그리고 다른 복음서는 모두 이 무덤이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새 무덤이라고 덧붙입니다.

 

[2018년 5월 20일 성령 강림 대축일 서울주보 4면, 허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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