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천주교 신자(였)습니다.
-> 지금은 아주 열심히 교회에 나가지는 않고, 본인 스스로는 무신론자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지, 가끔씩 교회 미사에 참석하곤 합니다.
-> 굳이 기독교도로 남아있겠다고 한다면, 보편교회로서의 관용성이나 나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성공회로 개종(?)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아 이건 별 상관 없는거니... 파스하구요...
저는 기독교 교리 자체, 그리고 기독교의 역사...에 관심이 조큼 많은(신앙심 자체보다) 기독교 신자이자
언어에 관심이 많은 학생입니다.
제가 질문 드릴건 성모송의 번역입니다.
성모송....? 먼저 라틴어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베 마리아 그라띠아 쁠라나 도미누스 떼쿰 베네딕따 뚜 인 물리에르부스 엣 베네딕투스 ....
AVE MARIA GRATIA PLENA, DOMINVS TECVM.
BENEDICTA TV IN MVLIERBVS, ET BENEDICTVS FRVCTVS VENTRIS TUI IESVS.
SANCTA MARIA, MATER DEI ORA PRO NOBIS PECCATORIBVS NVNC ET IN HORA MORTIS NOSTRÆ.
AMEN.
다음은 불어입니다.
쥬 부 살뤼, 마히, 플렌느 드 그하스 르 쎄눼흐 에 아벡 부...
Je vous salue, Marie, pleine de grâce; Le Seigneur est avec vous.
Vous êtes bénie entre toutes les femmes, et Jésus, le fruit de vos entrailles, est béni.
Sainte Marie, Mère de Dieu, priez pour nous, pauvres pécheurs, maintenant et à l'heure de notre mort.
Amen.
다음은 영어입니다.
헤일 메어리, 풀 어브 그레이스, 더 로드 이즈 위드 디...
Hail Mary, full of grace, the Lord is with thee.
Blessed art thou among women. And blessed is the fruit of thy womb, Jesus.
Holy Mary, Mother of God, pray for us sinners, now and at the hour of our death.
Amen.
사실 이 세 버전은 제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번역상에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어는 좀 다른거 같습니다.
한국천주교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기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계시니 여인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여기서,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부분과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부분은 항상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성공회 기도문을 찾아보니 성공회도 같은 취지의 기도문을 사용하는 거 같습니다.
은총을 가득히 입으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마리아에게 나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하느님의 모친되신 마리아여, 이제와 임종 시에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성공회에서 쓰고 있는 이 번역이, 한국천주교의 번역보다는 낫다고 생각됩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 하느님의 모친되신 마리아여.
하지만.... 제가 인터넷으로 찾아본 저 기도문이 맞다면요, "마리아에게서 나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는 완전한 "의역" 아닌가요?
fruit of thy womb이라고 했으면 그건 그렇다 치고............
하지만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이 부분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A: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
B: 여인 중에 복되시다.
C: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다.
로 문장을 나눠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주님께서 함께계시니 여인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라는 문장은
1. A이기 때문에 B이고 A이기 때문에 C이다. (A이기 때문에 "B와 C"인 것이다.)
라는 뜻입니까 아니면
2. A이기 때문에 B이다. 또한 (별개로써) C이다. 이런 뜻입니까? 중의적으로 해석 가능한 듯 한데...요?
번역을 할 때 어느 쪽을 염두에 두고 번역을 한 것입니까?
뭐가 되었든 간에 이는 영어/불어와 비교하여 볼 때 상당히 동떨어진 번역인 거 같습니다.
Ave Maria, gratia plena, Dominus tecum.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여 주께서 함께 하시나이다.
Benedicta tu in mulieribus, et benedictus fructus ventris tui Iesus.
여인 중에 복되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도 복되시나이다.
Sancta Maria, Mater dei, ora pro nobis peccatoribus nunc et in hora mortis nostrae.
주의 어머니인 성녀 마리아여, 이제와 우리 죽을 때에 죄인인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원문의 뜻에 가깝게 번역을 해보면 오히려 이렇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질문드리는 것입니다.
(저도 발번역이라 뭐라 하진 못하겠지만요)=전문 번역가가 아닌 관계로 제 번역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애초에 기도문의 유래인 루카 복음서를 생각해 보면 현행 기도문의 번역은 정말로 이상합니다.
루카 복음서 1장 28절
(한글)
1: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영문)
1:28 And the angel being come in, said unto her: Hail, full of grace, the Lord is with thee: blessed art thou among women.
그리고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당신은 여인 중에 복되도다."라고 말하였다.
헛....? blessed art thou among women은 번역에서 빠져있네요? 그래서 일어와 불어를 찾아보았습니다.
불어) L'ange entra chez elle, et dit: Je te salue, toi à qui une grâce a été faite: le Seigneur est avec toi.
천사는 마리아의 집에 들어와서 말하였다: "은총을 받으신 당신께 축하합니다: 주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십니다."
일어) 御使いは、はいって来ると、マリヤに言った。「おめでとう、恵まれた方。主があなたとともにおられます。
천사는 들어와서 마리아에게 말했다. "축하합니다, 은혜를 받은 분이시여. 주님께서 당신과 함께하십니다."
역시 "당신은 여인 중에 복되십니다."라는 부분은 없습니다. 그래서 불가타 성경을 찾아보았습니다.
라틴어) ET INGRESSVS ANGELVS AD EAM DIXIT: HAVE GRATIA PLENA, DOMINVS TECVM. BENEDICTA TV IN MVLIERBVS.
그리고 천사가 그녀에게 와서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자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함께 하신다. 여인 중에 복되도다."
음, 라틴어 판에는 확실히 "여인 중에 복되시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글/불어/일어 성경에서는 왜 빠진 것일까요?
이건 또 이거대로 의문입니다만;;;;;;; 이건 또 왜 이렇죠?
어쨌든요. 다음으로 넘어가서 루카복음서 같은 장 42절을 보겠습니다.
루카 복음서 1장 41~42절
(한글)
1: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었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어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1:42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영문)
1:41 And it came to pass, that when Elizabeth heard the salutation of Mary, the infant leapt in her womb. And Elizabeth was filled with the Holy Ghost: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었을 때, 아기가 그 태 안에서 뛰었다. 그리고서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찼다:
1:42 And she cried out with a loud voice, and said: Blessed art thou among women, and blessed is the fruit of thy womb.
엘리사벳은 큰 소리로,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라고 외쳤다.
성모송은 원래 천사의 인사와 엘리사벳의 인사, 그리고 교회의 기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천사의 인사: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2. 엘리사벳의 인사: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3. 교회의 기도: 이제, 그리고 저희 죽을 때에 죄인인 저희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십시오.
(저는 어렸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라는 말이 저희들의 죄인들이라는 뜻인줄 알았습니다. 영어로 치면 our sinners요. 하지만 나중에 알았습니다. us sinners라는 것을요. 즉 저희 스스로가 죄인이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죄인인 저희들이라고 번역하는게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왜 로마가톨릭과 성공회의 성모송 번역은 위의 천사의 인사/엘리사벳의 인사를 짬뽕시키는 것입니까?
그렇게 번역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아니면 없습니까?
제가 알기로... 성공회와 한국천주교는 한글 번역이 제각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밖에 개신교회도요.)
예를 들면... 사도 신경에서...
I believe in the holy catholic church, the communion of saints ~
천주교)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성공회) 거룩한 공교회와 모든 성도의 상통을 믿으며
개신교)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소통하는 것과 ~~~~을 믿사옵나이다.
한국 개신교회는 그렇다 치고,(공동번역 성서도 개신교때문에 망했는데...)
천주교와 성공회는 둘 다 보편교회(에클라시암 카톨리쿰)이라고 생각됩니다만....(저만 그럴지도;;)
더구나 에큐메니컬 운동을 같이 하고 있지 않나요?
기도문의 통합의 필요성이 있는거 같은데... 왜 서로 다른 번역의 기도문을 쓰고 있는지 안타깝습니다.
더군다나, 왜 하필 한국천주교와 성공회 모두
천사의 인사 / 엘리사벳의 인사 부분의 번역이 짬뽕된 것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번역이 이렇게 된 것일까요? 정말로 궁금합니다.
ps. 이 글은
대한성공회 공식홈페이지에 먼저 올린 질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천주교에도 질문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되어서 같이 올립니다.
다만, 성공회 홈페이지에 먼저 써서 성공회 이야기도 나옵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이왕이면 주교회나 이런 곳에서 답변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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