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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로마서에서 기도를 배우다11: 아담과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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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3 조회수4,088 추천수0

로마서에서 기도를 배우다 (11) 아담과 그리스도

 

 

“그러므로 한 사람을 통하여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죄를 통하여 죽음이 들어왔듯이, 또한 이렇게 모두 죄를 지었으므로 모든 사람에게 죽음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율법이 들어와 범죄가 많아지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 이는 죄가 죽음으로 지배한 것처럼, 은총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는 의로움으로 지배하게 하려는 것입니다”(로마 5,1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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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1에서 바오로는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얻게 된 새로운 삶에 대해 설명한 후, 5,12-21에서 우리 삶을 받치고 있는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주제를 더욱 강조하기 위하여 ‘아담의 삶’과 ‘그리스도의 삶’을 비교한다. 12절은 죄와 은총의 비교를 설정하는 입문에 해당한다. 그러나 곧이어 13-17절에서 아담과 그리스도를 비교하지 않고 잠시 멈춘다. 죄와 율법(13-14절 참조), 아담과 그리스도의 차이(15-17절 참조)를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논리의 흐름에서 벗어나 샛길로 보이는 13-17절은 독자로 하여금 아담과 그리스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하는 데 필요하다. 그리고 18-19절에서는 12절과 연결하여 아담과 그리스도를 비교한다. 20-21절은 지금까지 말한 내용을 모두 요약하는 결론에 해당한다. 5,12-21에서 바오로는 선물로 받은 은총의 삶에 감사하라고 우리를 초대한다.

 

 

아담과 그리스도(5,12-19)

 

12절을 시작하는 말 ‘그러므로’는 5,12-21에서 계속 아담과 그리스도를 대조하여 인간과 하느님의 화해를 위해 그리스도가 한 역할을 더 잘 설명하려고 한다고 일러 준다. 12절은 인류의 죄의 기원을 다룬 창세 2-3장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이해해야 한다. “한 사람을 통하여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12절)에서 ‘한 사람’은 14절에 가서야 구체적 이름이 나온다. ‘한 사람’은 아담을 가리키고 ‘세상’은 인류를 가리킨다. 아담의 죄를 통해 죽음이 들어오는데, 이 죽음은 육체적 죽음을 가리키지 않는다. 창세 3장에서 아담은 죄를 지은 후 즉시 죽지 않고 하느님 앞에서 숨고 에덴 정원에서 추방된다. 창세기는 죄의 결과인 ‘죽음’이 근본적으로 하느님과 멀어지는 것, 하느님과 인격적 친교가 끊기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런 관계의 상실이 아담의 죄를 통해 세상 안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문맥에서 죄와 죽음은 인간 위에서 인간을 지배하고 노예로 만드는 막강한 ‘힘’으로 등장한다(5,14.17; 6,2.6.9.12.14.16.18.22.23 참조).

 

아담은 “장차 오실 분의 예형”(14절)인데 아담과 그리스도는 인류에게 각각 반대되는 영향을 끼친다. 바오로는 두 인물이 인류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기 위해 ‘한 사람’이라는 말을 열 차례[12,15(2번).16.17(2번).18(2번).19(2번)절]나 되풀이한다. 한 사람 아담의 죄는 죄(12.19절), 처벌(16.18절), 죽음(12.15.17절)을 인류에게 가져왔다. 대신 다른 한 사람 그리스도의 의로움(18절), 순종(19절)의 행위, 즉 그의 죽음과 부활은 의화(16-19절 참조)와 생명(17-18절 참조)을 인류에게 선물(15-17 참조)로 가져왔다. 12-19절에서 바오로가 아담과 그리스도를 비교하는 의도는 마지막 구절,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언급에서 드러난다(20-21절 참조).

 

 

아담과 그리스도를 비교하는 목적

 

바오로는 5,12-21에서 ‘아담 안에 있는 인간’, ‘그리스도 안에 있는 인간’이라는 두 원형 아래에서 인간의 모든 역사를 요약한다. 18절에 사용된 ‘모든’이라는 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범죄로 모든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았듯이, 한 사람의 의로운 행위로 모든 사람이 의롭게 되어 생명을 받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의식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아담과 그리스도라는 두 통치자가 지배하는 영역 안에서 항상 살아간다. 아담 안에서 아담과 더불어 죄와 죽음과 파괴의 삶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은총, 부활과 생명으로 살아간다. 인간은 한 사람 안에서 쓰러지고, 한 사람 안에서 다시 일어선다. 바오로 서간의 본문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이런 연대성은 바오로 신학의 열쇠이고 신비체(Corpo Mistico) 교의의 토대를 이루는데, 그것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

 

5,12-21의 주된 목적은 아담의 죄라는 교의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믿는 이의 삶에서 넘쳐흐르는 은총의 지배를 보여 주려는 것이다. 바오로가 아담과 그리스도를 비교하는 까닭은 그리스도를 닮으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이다.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의 죽음에 성사적으로 일치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죄와 죽음의 승리에도 참여한다. 필리 2,5-11은 로마 5,12-21에 담긴 바오로의 사고를 잘 해설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순종은 아담의 불순종을 극복하였다. 아담은 불순종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상실했으나(로마 3,23 참조), 예수님께서는 순종을 통하여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하셨기 때문이다.

 

바오로는 1코린 15,21-22에서 아담과 그리스도가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왔는지 더 간략히 소개한다. “죽음이 한 사람을 통하여 왔으므로 부활도 한 사람을 통하여 온 것입니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바오로는 모든 인류의 죄를 아담에게 돌린다. 그것이 당대 유다인들의 사고방식이었다. 5,12-21에서는 죽음뿐 아니라 죄도 아담의 것으로 돌린다. 바오로가 ‘그리스도 안의 새로운 삶’을 통해 얻게 된 자유를 다루는 로마 5장에서 ‘아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아담’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삶’이라는 그리스도의 체험을 설명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죄와 죽음의 삶, 은총과 생명의 삶(5,20-21)

 

20-21절은 12절부터 아담과 그리스도를 비교해 온 바의 절정 또는 결론에 해당한다. 20절에서 바오로는 갑자기 율법이라는 주제를 다시 소개한다. 15-19절에 길게 진행된 아담과 그리스도의 비교는 13-14절과 연결되는데도 이 구절에서 제시된 문제에 답변하지 않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율법이 없을 때도 죄의 결과인 죽음이 세상을 지배했다고 하면 ’왜 율법이 생겨났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바오로는 20ㄱ절에서 명확하게 답변한다. “율법이 들어와 범죄가 많아지게 하였습니다.” 율법은 죄를 의식하게 할 뿐 아니라(3,20 참조) 하느님의 분노를 불러일으킨다(4,15 참조). 율법의 규정은 적어도 인간이 알면서도 하느님의 뜻을 어기는 행위 때문에(7장 참조) 죄를 없애기보다 죄가 많아지는 데 공헌하였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구속 활동은 죄보다 우위에 있다.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왔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 부활로 우리에게 온 은총을 통하여 우리는 하느님 보시기에 의롭게 되었고 그리스도의 부활에 참여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영원한 생명‘(21절)이다. 5,12-21에서 아담과 그리스도의 비교는 아담의 죄가 아니라 그리스도에게서 비롯된 은총에 초점을 맞춘다.

 

 

바오로의 기도와 우리의 기도

 

5,12-21에서 바오로는 죄와 죽음에 대해,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은총에 대해 성찰하도록 초대한다. 인간이 숨 쉬고 일하며 평온하게 산다고 해서 정말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겉으로 큰 죄를 짓지 않았다고 죄인이 아닐까? 바오로의 관점에서 보면 죄인은 하느님에게서 멀리 떠나 아버지와 친교하기를 거부한 인간, 그리스도의 얼굴을 외면한 인간이다. 그는 살아 있지만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는 아담에 속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바쁘게 달리는 것을 잠시 멈추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볼 때 우리는 표면에 떠오르지 않던 우리의 죄, 아담의 죄와 그리스도의 얼굴에 빛나는 하느님의 자비를 발견한다. “우리 죄는 내적 성찰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신 그리스도를 관상할 때 발견됩니다. 죄의 발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의 발견입니다”(장 라 프랑스).

 

* 임숙희 님은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로마서의 바오로 기도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회의 신앙과 영성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며 글쓰기와 강의를 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2년 11월호(통권 440호), 임숙희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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