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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첫걸음: 시서와 지혜서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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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6,817 추천수0

[성경 첫걸음] 시서와 지혜서에 대해 알아볼까요

 

 

“지혜문학은 성서 안에서도 대단히 흥미 있는 책들이다. 왜냐하면 성서의 지혜문학이 다루는 직접적인 대상이 ‘삶’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현자들은 주님의 구원 개입에 대해 신명기계 역사가들과는 그 관심이 달랐다. 이스라엘의 현자들은 현재에 관심을 두었고, 따라서 인간이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서 부딪치게 되는 도전적인 상황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로 고심하였다”(《생명의 나무》, 6쪽).

 

 

Q ‘시서와 지혜서’는 무엇이죠?

 

A 구약성경에서 시서詩書와 지혜서의 범주로 묶이는 책은 욥기, 시편, 잠언, 코헬렛, 아가, 지혜서, 집회서입니다. 히브리 성경은 그중 지혜서, 집회서를 제외한 다섯 권을 성문서(커투빔)라 부릅니다. 유다인들은 다섯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신학적 권위를 부여해서 오경도 다섯 권, 시편도 다섯 권의 시편집(1-41, 42-72, 73-89, 90-106, 107-150), 성문서도 다섯 권이죠. 반면 가톨릭 교회는 칠십인역 성경과 동일하게 일곱 권을 모두 정경에 포함합니다.

 

구약성경의 내용은 무척 다양하고 방대하지만, 대부분이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이루어진 계약과 사랑의 긴 역사 체험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가집니다. 오경은 선택된 백성에게 하느님께서 내리신 율법을 설명하고, 역사서는 하느님에 대한 인간의 순종과 불순종의 역사를 기술하며, 예언서는 예언자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알립니다. 이는 이스라엘 민족의 고유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일부 시편을 제외한 시서와 지혜서는 이스라엘만의 특수한 상황을 꼭 집어 이야기하는 대신, 보편적 인간의 삶을 다루며 인생의 의미에 관해 탐구하고 통찰합니다. 마치 율법과 예언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삶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문제들의 해결책을 넌지시 가르쳐 주는 현인의 목소리가 담겼다고 할까요?

 

 

Q 시서의 특징은 무엇이죠?

 

A 시서에 속하는 책은 시편과 아가입니다. 운문 형식이지만 문학적인 ‘시’의 의미보다 ‘노래’의 의미가 더 강하다는 것을 히브리어 명칭에서 알 수 있죠. 시편은 ‘테힐림’인데 ‘찬양의 노래들’을 뜻하고, 아가는 ‘쉬르 핫쉬림’, 즉 ‘노래 중의 노래’라는 뜻입니다.

 

시편은 오랜 세월에 걸쳐 다듬어진 종교적 시가로 찬양, 탄원, 신뢰, 감사, 교훈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윗을 저자로 간주하기도 하지만 큰 인물을 성경의 저자로 내세우는 히브리 관습일 뿐, 수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을 것입니다. 저작 연대는 넓게 보아 고대 왕정 시기(기원전 10-6세기)부터 마카베오 시기(기원전 2세기)까지로 추정합니다. 아가는 이스라엘 초기부터 기원전 3세기경까지 불리던 사랑의 노래들을 모아 하나의 노래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아가에 등장하는 남녀의 사랑을 이스라엘과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해하는 우의적 해석이 중심을 이룹니다.

 

 

Q 지혜서(지혜문학)의 특징은 무엇이죠?

 

A 성경의 지혜문학은 고대 근동 지방(이집트, 우가리트, 메소포타미아)에서 꽃피웠던 지혜문학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왕정 시대에 국제 무역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새로운 문화와 사상이 유입된 것으로 추측하죠. 유다인들은 다른 민족들이 발전시킨 세속적 지혜문학을 야훼 신앙과 접목하여 종교적 지혜문학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지혜문학 작품의 으뜸으로 꼽히는 욥기는 바빌론 유배 이후의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한 인간이 부당하게 고통을 겪는 가운데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잠언은 지혜문학의 전형적 형태로 자연과 인간을 관찰하고 경험하면서 깨달은 수많은 경구를 통해 삶의 가르침을 주며, 기원전 10-4세기에 기록·편집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기원전 3세기 후반의 히브리어로 기록된 코헬렛은 인간 존재의 한계를 성찰하여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 경외라는 주제를 드러냅니다. 원래 그리스어로 쓰인 지혜서는 철학적 · 수사학적 작품으로 헬레니즘 시대에 쓰인 가치 있는 교훈들을 모았습니다. 집회서는 외래 사조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유다인들에게 이스라엘 전통을 옹호하고 전수하기 위한 작품으로, 기원전 180년경 예루살렘의 유다인 벤 시라에 의해 편집되었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지혜는 종종 인격화되어 나타나는데(잠언 7,4 참조), 이는 신약성경으로 이어집니다. 말씀 찬가(요한 1,1-18)에서 “말씀(로고스)”은 인격화한 하느님, 곧 그리스도와 동일시되며(잠언 8,23-36; 집회 24,1-22 참조) 사도 바오로도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1코린 1,24)라고 천명합니다.

 

지혜문학의 중심 명제는 “하느님을 경외함이 지혜의 근원”(집회 19,20 참조)이라는 것입니다. 경외심은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가 아니며, 흠숭과 사랑에서 우러납니다. 결국 지혜는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에 대해 인간이 취해야 하는 사랑과 순종의 응답 방식이 아닐까요? “지혜의 인식의 원천은 이성이며, 지혜의 목표는 일차적으로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성공적이고 훌륭한 삶의 실천이며, 지혜의 기본 원리는 세상의 창조주로서 악을 물리치고 선을 증진시키는 하느님께 대한 근본적인 앎이다”(《구약성경 개론》, 571쪽).

 

[성서와 함께, 2013년 4월호(통권 445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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