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너희는 단식할 때 | |||
---|---|---|---|---|
이전글 | [문화]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예수님 시대에는 어떻게 혼인했을까? | |||
다음글 | [문화]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유다인의 장례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6-04 | 조회수4,820 | 추천수0 | |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너희는 단식할 때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 6,16-18).
단식은 보편적 종교 수행 방법
단식은 하느님에 대한 순종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표현으로 식사를 하지 않는 행위이며, 이를 통해 절약한 음식은 가난한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아울러 단식은 속죄와 정화, 수행과 극기를 위한 적절한 방편이기에 그리스도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에 공통된 수행 방법입니다. 유다교에서는 13세 이상인 남자와 12세 이상의 여자가 금욕과 단식을 하며(병자, 임산부 제외) 일상 음식 중에도 금지하는 식품을 상세하게 규정하였습니다. 이슬람교에서도 라마단에는 낮 동안 금욕과 단식을 하고, 단식 중 남을 관대하게 대하며 누가 모욕해도 보복하지 말라고 정하였습니다.
유다인의 엄격한 단식
구약성경에 나오는 단식은 개인이 애환 중에 하는 슬픔의 예식으로 재와 거적을 뒤집어쓰고 행했습니다(1사무 31,13; 2사무 1,12; 3,35 참조). 이는 참회의 표시였으며(1사무 7,6; 느헤 9,1-3; 예레 14,12; 요엘 1,14; 2,15-17; 요나 3,8 참조), 필요한 경우 기도와 함께했습니다. 가끔 공적 단식이 선포되기도 했습니다(판관 20,26; 1사무 14,24; 1열왕 21,9; 에즈 8,21-23; 예레 14,12; 36,6.9; 요나 3,5-10 참조). 모세와 다니엘은 하느님의 계시를 받기 위한 준비로 단식하였습니다(탈출 34,28; 신명 9,9; 다니 9,3; 10,2 참조).
속죄일(유다력 7월 10일)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모두 만 하루(해넘이에서 다음 날 해넘이까지) 음식과 음료를 끊고, 속죄복을 입고 목욕도 하지 않은 채, 재를 뒤집어쓰고 노동과 부부 간의 동침도 금하였습니다. 기원전 587년 예루살렘이 멸망한 뒤 유배 이후에는 그 대재난을 기억하며 해마다 4회(속죄일 외에 유다력 4월 17일, 성전 파괴일인 5월 9일, 10월 10일) 단식하였습니다(즈카 7,3-7; 8,19 참조).
보통 단식은 하루 동안 실시되었는데, 사흘 간 단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에스 4,16 참조). 단식은 자주 권장되고 높이 평가되곤 하였습니다(유딧 8,6; 요엘 2,12-17; 2마카 13,12; 판관 20,26 참조).
예수님 시대의 단식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단식과 고행을 하며 다가올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고, 그의 제자들은 철저한 참회와 단식을 실천하며 그를 따랐습니다. 당대에 율법을 모범적으로 준수한 바리사이들은 매년 두 차례의 공적 단식(속죄일과 성전 파괴일) 외에 일주일에 두 번(월·목) 단식했습니다(마태 9,14 참조). 예수님께서도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광야에서 40일을 단식하셨습니다.
그러나 단식에 대한 예수님의 태도는 당시 경건한 유다인들과 달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는 물론이고(루카 7,36 참조) 많은 세리와 죄인들과 자주 식사를 하셨기에(마르 2,15 참조), 어떤 이는 그분을 먹보요 술꾼이라 조롱했습니다(마태 11,19 참조). 혼인 잔치에 참석한 손님들처럼 신랑이신 예수님과 함께 기뻐하던 그리스도인들은 그분이 돌아가신 후부터 단식을 하였습니다(마태 9,15 참조).
오늘날 교회는 연중 모든 금요일과 사순절에 참회 고행을 실천합니다. 대축일을 제외한 금요일에는 금육재(만 14세부터 죽을 때까지)를,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는 금육재와 금식재(만 18세부터 60세까지)를 함께 지켜야 합니다. 현재 교회에서 규정하는 단식은 세 끼 중 한 끼만 충분히 먹고 한 끼는 요기 정도만 하며 한 끼는 완전히 금식하는 것입니다. 단식에서 중요한 것은 의무의 수행이 아니라 사랑과 희생의 정신으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참여하며 자기를 이기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