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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양들이 생명을 얻어 넘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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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4,561 추천수0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양들이 생명을 얻어 넘치게

 

 

“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이렇게 자기 양들을 모두 밖으로 이끌어 낸 다음, 그는 앞장서 가고 양들은 그를 따른다. 양들이 그의 목소리를 알기 때문이다.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올 뿐이다. 그러나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3ㄴ-4.9-10).

 

 

팔레스티나 경제의 기반, 목축업과 농업

 

이스라엘 백성은 팔레스티나에 정착한 뒤에 농경과 목축을 겸한 혼합 영농 방식을 취했습니다. 이는 그 지역의 강우량과 강우 기간이 들쑥날쑥해서 몇 년에 한 번씩 가뭄이 들곤 하여 농경만으로 살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가정에서는 고기, 털, 가죽, 젖을 제공하는 가축을 길렀습니다. 목축업과 농업은 신구약 시대를 통틀어 유다인의 일상생활을 대표하는 팔레스티나 경제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목자의 한해살이

 

건기가 끝나고 이른 비가 내리면(10월경 초막절) 바싹 마른 땅에 풀이 조금씩 납니다. 이때부터 목자의 한해살이가 시작되는데, 먼저 남자가 양을 이끌고 집에서 먼 광야로부터 점차 집 가까이로 오면서 풀을 뜯게 하였습니다. 목자는 양을 세거나 비탈길을 걸을 때 유용한 지팡이, 들짐승에게서 양을 보호하기 위한 돌팔매와 막대기(1사무 17,34-35; 시편 23,4 참조) 등을 지녔습니다. 우기가 끝나고 풀이 집 근처에만 남으면 여자가 양들을 돌보고, 남자는 들판에서 보리를 추수했습니다(4월경 건기 초 파스카 절기).

 

 

양과 염소를 섞어서

 

척박한 광야에는 양이 먹을 풀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목자는 어떤 잎이든 줄기째 다 뜯어 먹는 양과 다 자란 풀의 잎사귀만 살살 뜯어먹는 염소를 섞어 키워(양 세 마리당 염소 한 마리 꼴) 목초지를 보호했습니다. 한편 양은 뭉쳐 다니며 다른 양의 그림자에 제 머리를 넣어 더위를 피합니다. 또 겁이 많아 높은 바위나 험한 비탈 앞에서는 목자가 뒤에서 막대기로 때려 가며 몰아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반면 염소는 목자보다 앞서 가며 험한 바위와 비탈을 용감하게 오르내리는데, 이런 염소를 본 양이 염소를 따라 움직입니다. 이렇게 해서 목자는 광야에서 양 떼를 인도하여 무사히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목자의 사회적 처지

 

인구가 늘어나 농경지가 부족해지자 산악 지대 대부분이 계단식 경작지로 바뀌고 목자들은 척박한 광야로 더 멀리 밀려났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목자는 세리처럼 법정에 증인으로 설 수 없었고, 도둑이나 사기꾼처럼 취급되었습니다. 이는 고용된 목자들이 건기에 양을 남의 목초지에 무단으로 방목하거나, 주인 몰래 새끼 양을 팔아 이익을 챙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목자가 루카 복음에서 아기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 들은 사람으로 등장합니다(루카 2,8-20 참조). 심지어 요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양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는 헌신적인 목자로 묘사하십니다. 이는 당시 경멸받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며 그들과 친교를 나누고 함께 생활한 예수님의 삶을 반영합니다.

 

양 떼를 위해 헌신하는 예수님의 목자 영성은 교회의 모든 지도자뿐만 아니라, 하느님 백성 전체의 영성입니다. 특히 평신도는 세속에서 살면서 자신의 형편과 처지에 따라 나름대로 이웃에게 헌신하고 봉사하여, 세상 사람을 영원한 목자이신 그리스도께 인도해야 할 사명을 실천하도록 부름을 받습니다.

 

[성서와 함께, 2013년 4월호(통권 445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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