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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나병 환자의 정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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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5,436 추천수0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나병 환자의 정결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그분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시는데 나병 환자 열 사람이 그분께 마주 왔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 소리를 높여 말하였다. “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가는 동안에 몸이 깨끗해졌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돌아와,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 이어서 그에게 이르셨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 17,11-19).

 

 

성경에서 말하는 나병(한센병)

 

성경에서는 나병뿐 아니라 온갖 종류의 피부병을 나병이라 부릅니다. 역사적으로 나병은 고대 중동 지방에서 구약 초기에 드물게 나타났다가 구약 말기에 점차 늘어나, 신약 시대에는 상당히 퍼져 있었습니다.

 

고대 세계에서 질병의 진단과 치료 등은 종교 지도자의 임무였습니다. 당시 유다인들은 질병의 원인을 종교적 이유에서 찾았는데, 그중에서도 나병은 하느님께 저주받은 징표로 여겼습니다(민수 12,10-12; 2사무 3,29; 2열왕 5,26-27; 2역대 26,19-20 참조). 레위 13-14장에는 악성 피부병에 대한 법조문들이 나옵니다. 피부병이 의심되는 사람은 격리된 채 사제에게 판별을 받았습니다. 악성 피부병이 확인되면 부정한 이로 선언되었는데, 그는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풀고 콧수염을 가리고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도록 자신을 부정한 사람이라고 외쳐야 했습니다. 또 병이 나을 때까지 공동체에서 떨어져 지정된 구역에서 혼자 살아야 했습니다. 이를 어기면 형벌로 채찍 40대를 맞았습니다. 한편 나병 환자도 회당 예배에 참석할 수는 있었지만 격리된 공간에서 혼자 예배를 드려야 했습니다.

 

 

나병 환자의 정결례

 

예수님께서는 나병 환자를 치유해 주시고 그들에게, 사제들에게 가서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치라고 하십니다(마태 8,4; 루카 17,14 참조). 레위 14장은 악성 피부병 환자의 정결례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나병 환자가 치유되면 사제는 그를 성 밖으로 데리고 나가 몸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이 검사는 무척 철저하게 이루어지는데, 이른 아침과 저녁, 흐린 날에는 검사하지 못했습니다. 구전 율법에 따르면 정해진 검사 시간은 오전 9-12시와 오후 1-3시였습니다. 그가 병이 나은 것이 확인되면, 사제는 옹기에 담긴 생수 위에서 새 한 마리를 잡게 했습니다. 이어 살아 있는 다른 새와 향백나무, 다홍실, 우슬초를 가져다가 생수 위에서 잡은 새의 피에 찍어 나병이 치유된 이에게 일곱 번 뿌리며 그를 정결한 이로 선언하고, 새는 날려 보냈습니다.

 

예식이 끝나면 정결하게 되려는 이는 옷을 빨고 털을 모두 민 뒤에 몸을 물로 씻고 성 밖 거처에서 칩거했습니다. 7일째 되는 날, 그는 다시 옷을 빨고 몸의 털을 모두 밀었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 성전 여인의 뜰 북서쪽에 있는 나병 환자를 위한 별실에서 물로 몸을 씻었습니다. 다음 날 사제가 율법에 따라 속죄 예식을 거행하면 그는 정결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정체를 묻는 세례자 요한에게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마태 11,5)고 말씀하십니다. 그분은 우리의 병고와 고통을 짊어지고 당신의 생명을 내주셨습니다(이사 53,2-5 참조). 전교의 달, 복음을 전하는 우리의 발길은 가난하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먼저 향해야 할 것입니다.

 

[성서와 함께, 2013년 10월호(통권 451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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