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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그들은 어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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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5,283 추천수0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두 형제, 곧 베드로라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가 호수에 어망을 던지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거기에서 더 가시다가 예수님께서 다른 두 형제, 곧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이 배에서 아버지 제베대오와 함께 그물을 손질하는 것을 보시고 그들을 부르셨다. 그들은 곧바로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다(마태 4,18-22).

 

 

이민족의 땅, 갈릴래아

 

성경에 목축과 농사와 관련된 기록과 묘사는 많이 나오지만 어업에 관한 표현은 적습니다. 이스라엘이 농경과 목축을 경제 활동의 기반으로 한 농경 생활권에 속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중해에 인접한 해안 평야는 이스라엘의 힘이 강성할 때를 제외하고는 많은 경우 이집트, 가나안, 필리스티아, 로마 등 이민족 강대국들의 차지였습니다. 납탈리 지파가 갈릴래아 지역을 분배받았다는 기록이 있지만(여호 19,32-39 참조), 갈릴래아는 기원전 732년 아시리아의 티글랏 필에세르 3세에 의해 정복된 후 이민족의 문화가 섞인 ‘이방인의 땅’으로 멸시받았습니다(이사 8,23; 요한 7,41.52 참조). 그러나 기원전 104년에 다시 유다인들의 땅으로 편입되면서 예수님과 제자들의 주된 선교 활동 무대가 되었습니다(마태 2,22-23; 4,23 참조).

 

 

갈릴래아 호수 주변에서 벌인 고기잡이

 

예수님 시대에 물고기는 서민의 일상 먹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어부들은 지중해와 아카바 만에서 바닷고기를, 갈릴래아 호수나 레바논 지방의 하천, 요르단 강 등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공급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갈릴래아 호수에서만 작은 배 330여 척이 고기잡이에 나설 정도로 어업이 활발했습니다. 잘 잡히는 날이면 하루저녁에 10톤 이상의 물고기가 잡혔습니다.

 

배와 그물이 비싼 탓에 어부들은 6-7명씩 조합을 구성하여, 세금을 내고 호수의 일정 구역에서 고기를 잡을 권리를 얻었습니다. 밤새 잡은 물고기는 염장업(鹽藏業)이 발달한 막달라로 보내 소금에 절이거나 말려서 가까운 시장이나 예루살렘의 ‘물고기 문’ 근처 어시장에 내다 팔았고(2역대 33,14; 느헤 3,3; 12,39; 13,16 참조), 멀리 알렉산드리아나 로마에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물고기는 율법상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에 따라 정결한 것을 가려 먹었습니다(레위 11,9-10 참조).

 

 

고기잡이에 사용한 그물의 종류와 사용법

 

성경에는 모두 ‘그물’로 표현되어 있지만, 예수님 시대에 사용된 그물은 후릿그물, 투망, 삼중 자망 세 가지였으며, 주로 아마실로 만들었습니다.

 

후릿그물은 강이나 바다에 넓게 둘러치고 여러 사람이 두 끝을 끌어당겨 물고기를 잡는 큰 그물입니다. 이 그물을 사용하려면 두 조가 함께 일해야 합니다. 한 조가 물가에서 그물 한 끝을 잡고 있는 동안 다른 조는 다른 한 끝을 싣고 배를 저어 나갑니다. 이 그물의 아래쪽은 돌로 만든 추가 달려 있어 바닥으로 가라앉고, 위쪽은 부레가 달려 있어 물에 뜨기에 완전히 펼치면 길이 약 300m, 높이 4m의 그물 벽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물 벽이 만들어지면 배에 싣고 나간 그물 한 끝을 끌고 다시 물가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두 조가 그물의 양끝을 끌어당겨 물고기를 해안으로 끌어옵니다.

 

그물 중 가장 오래된 형태인 이 후릿그물은 어부들이 사용한 그물 가운데 가장 길고 무거웠습니다. 이 그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큰 배가 필요했으며, 한 번 작업할 때 1시간 정도 걸리므로 하루에 여덟 번 정도를 반복하여 상당한 양의 고기를 잡았습니다. 잡은 고기의 40%는 배와 그물 주인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어부들이 나눠 가졌습니다. 그물의 비유(마태 13,47-50 참조)에 나오는 그물은 그리스어로 ‘사게네(σαγήνη)’인 이 후릿그물을 가리킵니다.

 

투망은 어부가 혼자 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는 그물입니다. 원뿔 모양으로 윗부분에 몇 발의 벼리가 있고 아래에는 추가 달려 있습니다. 물에 던지면 낙하산처럼 좍 퍼지면서 가라앉고 바닥에 닿으면 그것을 당겨 올려 고기를 잡습니다. 어부들의 도시인 카파르나움에서 서쪽으로 2km 떨어진 곳에 오늘날 ‘타브가’(아랍어로 ‘7개의 샘’을 뜻함)로 불리는 지역이 있습니다. 이곳에 갈릴래아 호수보다 따뜻한 물이 솟아 나와 물고기가 몰렸기에 카파르나움의 어부들은 주로 이곳에서 그물을 던지거나 말렸습니다. 예수님께서 시몬과 안드레아를 만났을 때 그들이 호수에 던진 어망은 아마 투망이었을 것입니다.

 

자망은 바다나 호수에서 물고기 떼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쳐 놓아 고기를 잡는 데 쓰는 그물입니다. 물고기가 지나다가 그물에 말리거나 그물코에 걸리도록 해서 잡습니다. 삼중 자망은 이름처럼 세 개의 그물 벽으로 만들어집니다. 양쪽 바깥의 성긴 그물 사이에 촘촘한 중간 그물이 있어 물고기가 그물 안에 한번 들어오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보통 다섯 묶음으로 이루어진 삼중 자망을 밤새 깊은 물속 물고기 떼가 다니는 길목에 내려놓고 50-100kg의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어부들은 밤새 잡은 물고기를 갑판에 실어 새벽녘에야 뭍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 다음 그물에 엉킨 물고기들을 떼어 내고 그물을 깨끗이 씻어 말렸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이 부름을 받는 이야기(마르 1,19-20 참조),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신 고기잡이 기적 이야기(루카 5,2-7 참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일곱 제자에게 나타나신 이야기(요한 21,1-14 참조)에 나오는 그물은 삼중 자망이었을 것입니다.

 

초대 교회에서는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머리글자를 모은 그리스어 ‘익투스(ἰχθύϛ)’, 곧 물고기를 예수님을 상징하는 기호로 사용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보여 주신 ‘어부가 되어 사람을 낚는 방법’은 당신이 친히 사람의 먹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먹고 교회라는 그물 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세상이라는 바다에 나가 예수님과 같이 자신을 먹이로 내주며 사람 낚는 어부가 됩니다.

 

[성서와 함께, 2014년 1월호(통권 454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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