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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목수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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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5,647 추천수0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목수의 아들

 

 

예수님께서 고향에 가시어 회당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셨다. 그러자 그들은 놀라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 사람이 어디서 저런 지혜와 기적의 힘을 얻었을까?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그의 어머니는 마리아라고 하지 않나? 그리고 그의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모두 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지?” 그러면서 그들은 그분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이 믿지 않으므로 그곳에서는 기적을 많이 일으키지 않으셨다(마태 13,54-58).

 

 

나자렛의 목수 예수님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까지 그분의 탄생과 유년 시절에 대해 단편 기록만 전합니다. 예수님께서 나자렛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 사람들이 수군거린 말에서 보듯 예수님을 기른 아버지 요셉은 목수였습니다. 당시에는 직업이 세습되었기에 예수님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도우며 목공일을 배웠을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목수라고 하면 나무를 다루어 집을 짓거나 가구나 기구 따위를 만드는 사람을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당시 이스라엘에서는 목수가 하는 일이 오늘날같이 세분화·전문화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목수는 흔한 일꾼으로 존경받는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신 작은 산간 마을 나자렛의 인구는 적게는 200명, 많게는 1,200명으로 추정됩니다. 그런 규모의 마을에서 목수 일만 해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고향 나자렛에는 일거리가 별로 없었겠지만, 기원전 4년부터 기원후 20년까지 갈릴래아의 수도였던, 나자렛에서 북쪽으로 5km 떨어진 세포리스에는 일감이 제법 있었을 것입니다. 또 헤로데 안티파스가 갈릴래아 호수 서쪽에 새 수도 티베리아를 건설할 때(17-20년)는 일감이 넘쳤으리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예수님의 직업 활동에 대해 구체적인 것을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교회의 전승대로 요셉이 일찍 세상을 떠났다면,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하기 전까지 홀어머니 마리아를 모시고 목수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마르 6,3 참조).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가르치실 때 목수 일에 관련된 비유를 사용하거나 시편을 인용하기도 하셨습니다.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마태 7,24).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마르 12,10-11).

 

 

예수님 시대 이스라엘의 목공

 

과거에 유목 생활을 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목공일에 능숙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솔로몬은 성전을 짓기 위해 레바논에서 목재를 수입하고 건축가와 기술자들을 불러와야 했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새로운 기술을 배웠습니다(1열왕 5,20-32 참조).

 

목수는 여러 분야에서 일했는데, 우선 나무와 돌을 다 같이 다루며 건축현장에서 일했습니다. 목수는 돌이나 진흙 벽돌로 집을 지을 때 특정 부분을 맡았는데, 주로 문과 문틀, 창문과 창문틀을 만들었습니다. 간혹 부유한 집에서 사용되는 섬세한 나무 격자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 2층 집의 마룻바닥을 설치하거나 나무나 돌로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마당이 있는 부유한 집에는 나무나 금속 열쇠로 잠그고 열 수 있는 문을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가난한 이들이 쓸 수 있는 가구를 만들었습니다.

 

농기구를 전문으로 만드는 목수도 있었습니다. 그는 멍에, 쟁기, 소몰이용 막대, 쇠스랑, 삽, 타작기, 수레뿐 아니라 당나귀나 낙타 등에 짐을 싣기 위한 안장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가장 숙련된 기술자는 마차의 바퀴 축을 만들고 수리했습니다. 바퀴의 테두리는 금속 세공사가 만들었습니다.

 

목수는 선박에서도 몇몇 특수한 부분을 맡았습니다. 목재를 선체에 맞게 자르고 돛대를 제자리에 놓는 일입니다. 노는 보통 비상시에 사용하고, 배는 키로 조종되었습니다. 큰 배라면 갑판이 있었을 것입니다. 배의 방수 처리를 하는 기술자가 목수와 긴밀하게 일했습니다.

 

무기를 전문으로 만드는 목수는 활과 화살, 창과 창 자루, 철퇴 등을 만들었습니다. 또 투석기와 공성 망치를 만들고 공격 탑을 건설했습니다. 어떤 이는 감옥을 설비하고, 교수대, 십자가 등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목수는 균형 있는 저울 기둥이나 나무 열쇠를 만들고, 인형을 조각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쓸 공구를 만들 뿐 아니라 다른 기술자들에게도 숫돌, 줄, 톱, 분필, 끈 등을 만들어 제공했습니다.

 

“인간의 노동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어 서로 함께, 그리고 서로를 위하여 땅을 지배함으로써 창조 사업을 계속하라는 요청을 받은 사람들이 직접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은 하나의 의무이다. … 노동은 선물을 주시고 재능을 주신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노동은 구원을 받게 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나자렛의 목수이시며 골고타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과 일치하여 노동의 수고를 견뎌 냄으로써, 인간은 하느님 아들의 구속 사업에서 어떤 의미로 그분의 협력자가 된다. 인간은 맡겨진 일을 완수하고, 날마다 십자가를 짐으로써 그리스도의 제자임을 드러낸다. 노동은 성화의 한 수단일 수 있으며, 그리스도의 정신을 세상사들 안에 불어넣는 방법일 수도 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427항).

 

[성서와 함께, 2014년 5월호(통권 458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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