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나는 포도나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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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6-04 | 조회수5,263 | 추천수0 | |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나는 포도나무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5,1-5).
이스라엘의 포도 농사
창세기는 노아를 “포도밭을 가꾸는 첫 사람”(창세 9,20)으로 소개하고, 살렘 임금 멜키체덱이 아브라함에게 포도주를 선물했다(창세 14,18 참조)고 전합니다. 이로써 일찍부터 가나안 땅에서 포도가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세가 파견한 정찰대가 가나안에서 가지고 온 포도송이는 얼마나 크고 알찼는지, 두 사람이 막대기에 꿰어 둘러메야 할 정도였습니다(민수 13,23 참조).
이사 5,1-2의 ‘포도밭의 노래’는 포도 재배 과정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내 친구에게는 기름진 산등성이에 포도밭이 하나 있었네. 땅을 일구고 돌을 골라내어 좋은 포도나무를 심었네. 그 가운데에 탑을 세우고 포도 확도 만들었네.” 포도를 재배할 적당한 장소는 햇빛이 잘 들고 공기가 잘 통하는 산기슭이었습니다. 농부들은 땅을 개간하여 묘목을 심고 야생동물과 도둑의 침입을 막기 위해 담을 쌓고 망대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적절히 가지치기를 하며 정성스레 포도나무를 가꾸었습니다. 약 3년이 지나면 포도가 열리는데, 7월부터 수확하기 시작하여 9월까지 계속하였습니다. 추수는 고된 노동이었지만, 농부들은 수확의 기쁨과 다가오는 초막절 축제를 기대하며 흥을 돋우어 일했습니다.
포도는 어떻게 먹었을까?
포도와 포도주는 빵과 기름과 더불어 유다인의 주식에 속합니다. 갓 수확한 신선한 포도는 바로 먹거나 으깨어 즙을 냈습니다. 일부는 올리브기름을 발라 햇빛에 오래 말려서 건포도를 만들고(1사무 25,18 참조), 일부는 끓여서 당도 높은 시럽을 만들었습니다.
포도주는 유다인이 흔히 마시는 음료로, 평소 식사 때에 곁들여 마셨고, 축제 때에는 흥을 돋우는 빠질 수 없는 음료였습니다. 포도주는 약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강도를 만난 이의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부어 싸맸고(루카 10,34 참조), 사도 바오로는 티모테오에게 건강을 위해 포도주를 마시라고 권하였습니다(1티모 5,23 참조).
포도주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바위를 깎아 만든 포도 확에 잘 익은 포도송이를 가득 넣고 여러 사람이 들어가 발로 밟았습니다. 그러면 확 아래에 뚫린 구멍을 통해 아래에 있는 작은 확으로 포도즙이 흘러 나와 모였습니다. 그렇게 모인 포도즙을 6주 정도 발효시킨 뒤 가죽 부대나 토기 항아리에 담아 보관하였습니다. 짐승의 생가죽으로 만든 부대는 탄력성이 있어 새 포도주가 발효되면서 생기는 가스로 팽창하더라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낡은 부대는 이를 감당하지 못했습니다(마태 9,17 참조). 토기 항아리에 보관할 때에는 가스가 빠져나가도록 작은 구멍을 뚫어 놓았고, 발효가 다 된 뒤에 구멍을 막았습니다. 유다인은 대개 발효된 포도즙을 물과 섞어 마셨고, 잘 숙성된 포도주를 귀하게 여겼습니다.
포도나무와 포도주의 상징
성경에서 포도밭은 이스라엘을 상징합니다(이사 5,7 참조). 하느님은 “시간마다 물을 주고 아무도 해치지 못하도록 밤낮으로”(이사 27,3) 지키는 포도밭 주인으로 비유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사랑에 자주 불순종으로 응답하였고(이사 5,3-6; 예레 2,21; 에제 19,10-14 참조), 그에 따른 하느님의 준엄한 심판이 포도 확을 밟는 것으로 묘사되곤 하였습니다(이사 63,2-6; 애가 1,15 참조).
포도주는 유다인에게 기쁨과 복을 상징했습니다(창세 14,18; 49,11; 판관 9,13; 시편 104,15; 아모 9,13 참조).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는 우기 동안 저장해 둔 물이 떨어질 무렵이기에, 포도를 수확하여 짜낸 포도즙은 목마름을 풀어 주는 기쁨의 음료였습니다. 유다인은 안식일에는 포도주 한 잔, 혼인식에는 두 잔, 파스카에는 넉 잔을 마시며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만찬 때 파스카 전통에 따라 감사의 잔을 돌리며, 포도주를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마태 26,28)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여기서 말하는 열매란 그리스도와 결합하여 풍요로워지는 삶의 거룩함이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의 신비에 참여하며, 그분의 계명을 지킨다면, 구세주께서 몸소 우리 안에서 당신의 아버지와 당신의 형제들, 곧 우리 아버지와 우리 형제들을 사랑하러 오신다. 그리스도 자신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우리 행실의 살아 있는 내적 규범이 되신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074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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