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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몇몇 여자도 그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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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4,964 추천수0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몇몇 여자도 그들과 함께

 

 

예수님께서는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시고 그 복음을 전하셨다. 열두 제자도 그분과 함께 다녔다.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된 몇몇 여자도 그들과 함께 있었는데,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레나라고 하는 마리아, 헤로데의 집사 쿠자스의 아내 요안나, 수산나였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루카 8,1-3).

 

 

예수님 시대 여자의 사회적 위치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은 독립된 지위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구약 시대부터 여자는 혼인 전에는 아버지의 종속 아래, 혼인 후에는 남편의 종속 아래에서 살았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로 여겨졌습니다(탈출 20,17 참조).

 

이스라엘에서는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복의 상징인 자녀를 많이 두는 것을 매우 중요히 여겼습니다. 그래서 여자아이는 훌륭한 아내와 어머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러지고(잠언 31,10-31 참조), 아버지가 정해 주는 남자와 혼인하였습니다. 혼인한 여자는 우물에 가서 물을 긷고, 집에서 음식을 만들고, 옷을 짓고,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등 가사를 전담하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들에 나가 남편을 도와 아이들과 함께 농사를 거들었습니다. 그러나 혼자 들판에 나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집에 남자 손님이 오면 집 안으로 몸을 숨겼고, 길을 갈 때는 남편 뒤에서 걸었습니다. 도시는 물론 시골에서도 여자가 낯선 남자와 이야기하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그러니 사마리아 여인이 자신에게 물을 청한 예수님의 행동에 당황한 것은, 예수님이 유다 사람이라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당연했습니다(요한 4,9 참조). 그밖에도 여자는 어떤 소유물을 가질 수 없고, 재판에서 증인이 될 수 없으며, 공무에 참여할 수도 없었습니다.

 

 

율법과 여자

 

레위기에 따르면, 딸을 낳은 산모가 부정不淨한 기간은 아들을 낳은 경우보다 두 배가 길었고(레위 12,2-5 참조), 여자의 서원 예물 값은 남성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레위 27,2-7 참조). 여성의 처지는 남성에 비해 매우 열등했지만, 율법은 약자인 여자를 보호하였습니다.

 

약혼녀가 있는 남자는 전쟁에 나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신명 20,7 참조). 여자는 종종 전리품으로 여겨졌지만(신명 20,14 참조), 여자 포로를 아내로 맞이할 경우에는 혼인 전에 그 여자가 한 달간 자기 부모를 위하여 곡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혼인한 뒤에 그 여자가 싫어지면 내보낼 수 있으나, 돈을 받고 팔지는 못하였습니다(신명 21,10-14 참조).

 

과부는 보호해야 할 약하고 소외된 이들에 속했고(신명 24,19-22 참조), 예수님 역시 그들을 가엾이 여기셨습니다(마태 23,14; 마르 12,43-44; 루카 7,12-15 참조). 한편 율법은 형제들 가운데 하나가 아들 없이 죽으면 다른 형제가 고인의 아내를 맞아들여 시숙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신명 25,5 참조). 이는 죽은 형제의 이름이 이스라엘에서 없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지만(신명 25,6; 룻 4,9-10 참조), 이를 통해 과부가 된 여자는 생계 걱정 없이 가족 공동체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었습니다.

 

자녀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똑같이 공경해야 했고(탈출 20,12; 신명 21,18-21 참조), 남녀가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히면 둘 다 처벌을 받아야 했습니다(신명 22,22 참조).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들이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자를 예수님께 끌고 왔을 때, 그들이 남자를 일부러 붙잡지 않았거나 놓쳤다 해도 여자만 처벌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요한 8,2-11 참조). 또 여자는 성전과 회당의 일정 구역을 드나들며 전례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과 만난 여자들

 

율법에서 여자를 보호하였다고는 하나, 여자의 권리는 소홀히 다뤄지곤 했습니다. 그런 사회에서 예수님께서는 여자를 남자와 동등하게 대하시고, 힘없는 여자들을 보호하셨습니다. 시몬의 장모(루카 4,38-39 참조), 야이로의 딸과 하혈하는 여인(루카 8,40-56 참조), 등 굽은 여자(루카 13,10-13 참조), 이방 여인의 딸(마르 7,25-30 참조) 등을 치유해 주셨고, 죄 많은 여자(루카 7,36-50 참조)와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요한 8,2-11 참조)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또 이혼에 관한 모세의 율법이 남편의 독단적 지배에서 아내를 보호하려고 마련되었음을 확인하시며, 아내의 권리를 옹호하셨습니다(마태 5,31-32; 19,3-9 참조).

 

그리하여 남자 제자들뿐 아니라 많은 여자가 예수님을 따르고 그분의 복음 선포 활동을 도왔습니다(루카 10,38-42; 요한 4,28-30; 11,1-5; 12,1-8 참조). 그 여자들은 예수님께서 잡히시고 열두 제자마저 모두 그분을 버리고 도망친 상황에서도 끝까지 예수님 곁을 지켰고 부활의 증인이 되었습니다(마태 26,55-56; 28,1-10; 요한 19,25-26; 20,1-18 참조). 그리고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뒤에 열두 제자와 함께 기도하며 성령을 기다렸습니다. 그 중심에는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님이 있었습니다(사도 1,13-14 참조).

 

“여성 여러분, 여러분은 언제나 가정을 지키고 생명의 샘을 사랑하고 요람을 돌보는 것을 천분(天分)으로 지녀 왔습니다. 생명의 신비가 시작되는 곳에 여러분이 있습니다. 죽음으로 헤어질 때에 여러분은 위로를 줍니다. 우리의 기술은 비인간적인 것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생명과 화해시키십시오. 우리는 여러분에게 간청합니다. 그 무엇보다도 우리 인간의 미래를 지켜 주십시오. 광란의 순간에 인류 문명을 파괴해 버리려고 하는 사람의 손을 붙들어 주십시오. … 진리를 온유하고 부드럽고 알기 쉽게 만들 줄 아는 여성 여러분, 이 공의회의 정신이 단체와 학교, 가정, 일상생활에 스며들도록 노력하여 주십시오”(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메시지’ 중에서).

 

[성서와 함께, 2014년 8월호(통권 461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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