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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말씀과 함께 걷는다: 에제키엘서 - 희망을 설계하는 예언자 에제키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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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5,226 추천수0

[말씀과 함께 걷는다 – 에제키엘서] 희망을 설계하는 예언자 에제키엘

 

 

하루를 시작할 때 이 하루가 또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와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고, 미리 한 약속이 취소되기도 할 것입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계획대로 펼쳐진 하루란 거의 없었기에 이제는 아예 마음을 활짝 열고 펼쳐지는 사건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무대에 올려진 연극 한 편을 보는 듯 하루를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할 것입니다.

 

하루라는 저의 무대에는 여러 주인공이 등장하겠지요. 저는 이러저러한 주인공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스쳐 지나가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붙잡고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어떤 사람은 다음에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과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지요? 저는 가슴에 꿈을 품은 사람,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꿈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힘이 납니다. 그런 이의 꿈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의 꿈에 힘을 실어 주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아오릅니다. 저도 미래를 향해, 세상을 위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달에 소개할 에제키엘 예언자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심판 선언과 구원 예언

 

온갖 상징 행위를 통해 예루살렘의 멸망을 선포했던 예언자가, 일단 예루살렘이 포위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 예루살렘의 회복에 대한 꿈을 선포하기 시작합니다. 25-48장에는 예루살렘이 포위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 에제키엘 예언자가 선포한 희망의 메시지가 소개됩니다.

 

예루살렘은 기원전 588년에 포위됩니다. 포위된 지 일 년 반 만에 함락되는데 이스라엘의 멸망이 눈앞에 있을 때부터 선포된 이 메시지에는 놀랍게도 희망이 가득 차 있습니다.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듯 생생한 언어로 표현된 미래를 위한 청사진입니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이스라엘의 회복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를 화폭에 담아 그려 보임으로써 멸망한 나라의 백성이 된 유배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고자 합니다.

 

에제키엘서 제2부에 해당되는 25-48장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25-32장은 일곱 이민족(암몬, 모압, 에돔, 필리스티아, 티로와 시돈, 이집트)에 대한 심판 선언입니다. 이는 예루살렘에 대한 포위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24장과 예루살렘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에제키엘에게 전달되는 33장 사이에 위치합니다. 이 심판 신탁은 기원전 588년에서 585년 사이에 선포된 것으로 29,17-21만 예외적으로 기원전 571년에 선포되었습니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이민족들에 대한 심판을 선언함으로써 하느님께서 이스라엘뿐 아니라 모든 국가와 민족들의 하느님이시며, 그들을 통치하기 위하여 역사에 개입하신다고 선포합니다.

 

예루살렘의 멸망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는 33장부터 마지막 장인 48장까지는 유다와 예루살렘에 관한 구원 예언입니다. 에제키엘은 이제 이스라엘의 회복에 관해 예언하기 시작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유배된 이스라엘 백성이 고향 땅으로 되돌아가게 하시고, 그 땅을 영원히 소유하게 하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다윗 가문의 임금과 다시 영원한 계약을 맺으며,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당신의 거처와 성전을 두실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가장 깊이 절망한 순간에 가장 농도 짙은 희망을 선포하다

 

에제키엘이 꿈꾸는 미래의 왕국에서는 다윗의 후손이 임금이 되고, 누구도 사나운 짐승의 괴롭힘이나 굶주림, 노예살이와 전쟁의 공포나 수모를 경험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몸소 그들의 목자가 되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34,23-31 참조). 그분께서는 새로운 이스라엘에 새 마음과 새 영을 불어 넣어 주시어 이스라엘은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지닌 정화된 민족이 될 것입니다. 그들은 부정에서 해방되고,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깨닫고 회개한 이들로서 에덴 동산처럼 재건된 예루살렘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36,16-38 참조).

 

에제키엘이 본 마른 뼈들에 대한 환시(37장 참조)는 새로워질 이스라엘의 모습을 가장 생생하게 묘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의 가능성이라곤 하나도 없던 마른 뼈들이 하느님의 명령으로 서로 결합되고 근육과 살과 피부가 생겨나며, 하느님의 숨으로 마른 뼈들이 모두 되살아나는 모습은 절망의 늪에 빠진 이들에게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더할 나위 없이 강렬하게 전했을 것입니다. “우리 뼈들은 마르고 우리 희망은 사라졌으니, 우리는 끝났다”고 말하며 생존 의지를 상실한 유배 공동체를 흔들어 깨웠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영이 공동체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새롭게 살게 해 주실 것이라는 이 선포는 공동체가 새로운 의지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내적 힘을 불어넣어 주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미래를 위해 꿈을 꾸는 자는 다른 이들까지 꿈꾸게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깊이 절망에 빠진 때에 활동한 예언자가 가장 농도 짙은 희망을 선포합니다. 절망의 심연속에 가라앉은 유배민들을 건져 올리려고 희망의 언어를 매우 구체적으로 빚어냅니다.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말은 내적 힘을 불러일으키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에제키엘은 미래의 청사진을 건축가가 하는 것처럼 꼼꼼하게 그려 냅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는 자신의 청사진을 유배민의 가정마다 걸어 두고 싶었을 것입니다. 절망의 언어가 그들의 삶을 헤살할 때마다 그 청사진을 쳐다보게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회복된 이스라엘의 모습을 그리다

 

그가 꿈꾸는 회복된 이스라엘의 모습은 이러합니다. 그는 유다와 북이스라엘의 이름이 적힌 두 나무토막을 하나로 연결하는 상징 행위를 통해 하느님께서 흩어진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모두 모아 한 왕국을 만드실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회복된 이스라엘은 남북 왕국이 통일되어 다윗 시대처럼 다시 한 국가가 되는 것입니다(37,15-28 참조). 그는 이스라엘의 참평화가 이룩될 날의 비전도 제시합니다. 세상에 잠재된 악이 존재하는 한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의 참평화는 마지막 때에 이르러 완성될 것입니다.

 

38-39장은 일종의 묵시문학적 환시인데, 마곡 왕국이 하느님에 의해 파멸되는 마지막 때에 이르러 이스라엘은 완전한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40-48장은 에제키엘 예언자가 가장 정성을 들여 만든 회복될 새 예루살렘에 대한 청사진입니다. 이 청사진은 기원전 573년에 환시 가운데 예루살렘의 높은 산으로 인도된 에제키엘이 본 것을 묘사한 것이라고 합니다.

 

에제키엘은 새 예루살렘에 세워질 성전의 규모와 성전 대문의 구조, 성전 내부의 모습을 자세하게 그려 보입니다. 이 성전에 주님의 영광이 되돌아올 것이며, 이곳에서 일하게 될 레위인들과 사제들의 의무가 무엇인지, 이스라엘의 새 경계와 땅의 분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후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규정합니다.

 

새로 세워진 성전의 제단 오른편에서 흘러 나오는 물은 생명수로 그 물이 흘러 들어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살아날 것이고, 그 물이 흐르는 강가 양쪽에 들어선 나무의 열매는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에덴 동산에서 네 강이 흘러나와 온 땅을 적시듯, 예루살렘의 성전 제단은 사방으로 생명이 넘쳐흐르게 하는 곳이 되리라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새로워진 예루살렘은 ‘야훼 삼마’라는 새 이름으로 불리게 될 터인데, 이는 ‘주님(야훼)께서 여기에 계시다’는 뜻입니다(48,35 참조).

 

희망을 설계하는 에제키엘 예언자를 만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제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그의 꿈으로 제 마음이 좀 더 희망에 가까워졌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 김영선 수녀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소속으로, 미국 보스톤 칼리지에서 구약성경을 공부하였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5년 3월호(통권 468호), 김영선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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