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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 말씀 피정15: 이스라엘인들이 바다를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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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5,967 추천수0

탈출기 말씀 피정 (15) 이스라엘인들이 바다를 건너다

 

 

드디어 이스라엘이 갈대 바다를 건넙니다. 탈출기는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일을 매우 생생하게 전해 줍니다. 그만큼 이 이야기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뒤늦게야 깨닫는 파라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이집트 땅에서 끌어내시어 시나이 산에서 당신을 예배하게 만드신 뒤(3,12 참조),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데리고 올라가고자 하십니다. 그리고 이 계획을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에게 알려 주십니다(3,17; 6,6-9; 12,25 참조). 하지만 파라오에게는 광야를 사흘 길 걸어가 하느님께 제사만 드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모세를 통해 명하십니다(3,18; 5,1-5.17; 7,16-17.26-27; 8,4 등 참조). 당신의 계획을 파라오에게는 명확히 알려 주지 않으신 것입니다.

 

파라오는 하느님을 섬기러 광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새로운 땅으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사흘이 지난 뒤에야 파라오와 그 신하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도망쳤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섬길 수 있도록 이스라엘을 내보낸 일을 후회합니다. “우리를 섬기던 이스라엘을 내보내다니, 우리가 무슨 짓을 하였는가?”(14,5) 그들은 곧바로 병거를 갖추어 군사들을 거느리고 이스라엘 자손들을 뒤쫓습니다.

 

 

전략가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탈출 과정에서 여러 전략을 사용하십니다. 파라오에게 당신 계획 중 일부만 알려 사흘의 시간을 버시고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칠 수 있도록 만드신 것입니다. 파라오는 이스라엘이 하느님께 예배만 드리고 돌아올 줄 알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는데, 하느님께서는 또 다시 파라오를 속일 전략을 세우십니다. 진군을 멈추고 돌연 이집트 땅쪽으로 되돌아가서 믹돌과 바알 츠폰 앞 바다 사이에 있는 피 하히롯 앞에 진을 치게 하신 것입니다(14,2 참조).

 

이집트를 떠난 이들의 수가 걸어서 행진하는 장정만 육십 만 가량이었다고 하니 그들을 모두 데리고 이집트 병사들을 피해 재빨리 탈출하기란 불가능할 것입니다. 또 파라오와 이집트인들이 다시 이스라엘을 치러 가나안 땅까지 올라올 것이니 그 싹부터 아예 없애 버리려고 작정하신 듯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파라오와 그의 군대를 모조리 괴멸하시고자 미끼 하나를 마련하십니다. 이스라엘의 행군 방향을 이집트 쪽으로 돌려놓아 이스라엘이 광야에 갇혀 헤매는 듯 보이도록 한 것입니다. 파라오가 그 미끼를 덥석 뭅니다. 하느님께 잔뜩 겁먹었던 그가 마음을 바꾸어 이스라엘을 뒤쫓고자 결심한 것입니다. 하느님을 깨닫지 못한 파라오와 이집트인들의 모습입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참된 주님임을 모든 이집트인이 알게 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14,4 참조). 마침내 파라오와 이집트의 모든 군대가 갈대 바다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경험합니다.

 

 

하느님과 파라오 사이에 갈등하는 이스라엘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출발할 때 이집트인들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들고 당당하게 행진했습니다. 그러나 이집트인들이 자신들을 뒤쫓아 바알 츠폰 앞 피하히롯 근처 바닷가에 진을 치자 두려운 마음이 들어 주님께 부르짖습니다(14,10 참조). 모든 것이 하느님의 계획이자 전략인데도 왜 자신들을 이집트 땅에서 끌고 나왔느냐고 모세에게 따집니다. 그러면서 이집트인들을 섬기는 것이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나으니 이집트인들을 섬기게 놔두라고 아우성칩니다(14,11-12 참조). 하느님께서 파라오와 이집트 군대를 상대로 놓으신 덫에 이스라엘 백성이 걸려 넘어진 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갈등합니다. 다시 한 번 역경을 이겨 내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들어가서 하느님을 섬기느냐, 역경을 피하기 위해 이집트로 돌아가서 파라오를 섬기느냐.

 

이스라엘 역사를 보면, 하느님과 이집트를 두고 누구에게 의지할지 계속 갈등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시리아가 쳐들어와서 북이스라엘을 멸망시킨 뒤 남유다를 침공했을 때도 그랬고(2열왕 18,19-25 참조), 바빌론이 쳐들어왔을 때도 그랬습니다(예레미야서 참조). 예언자들은 하느님께 의지하라고 한결같이 권하지만, 이스라엘은 당장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이집트에 손을 벌리곤 합니다. 그러나 그런 시도의 끝은 언제나 파멸이었습니다. 이집트는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민족은 언제나 친(親)이집트 정책을 펼칩니다. 이렇게 고집스러운 이스라엘 민족은 결국 나라를 모조리 빼앗겨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됩니다. 이러한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관계는 참으로 오랫동안 이어집니다.

 

 

모세와 하느님의 구원 실행

 

모세는 이런 백성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똑바로 서서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어떻게 구원해 내시는지 보라고 말합니다. 주님께서 싸워 주실 것이니 잠자코 서 있기만 하면, 이집트인들을 영원히 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14,13-14 참조). 그러고는 하느님께 간청합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어찌하여 나에게 부르짖느냐?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일러라. 너는 네 지팡이를 들고 바다 위로 손을 뻗어 바다를 가르고서는, 이스라엘 자손들이 바다 가운데로 마른 땅을 걸어 들어가게 하여라”(14,15-16). 하느님께서 나서서 모든 것을 해 주시는 것이 아니라, 모세더러 직접 이스라엘을 구하라고 명하십니다. 이에 모세는 하느님의 명을 행합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밤새도록 거센 샛바람으로 바닷물을 밀어 내시고, 바다를 마른 땅으로 만드십니다(14,21 참조). 바다를 가른 것은 모세이면서 동시에 하느님이심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가 물을 갈라 백성이 바다를 건너가게끔 하시면서, 당신의 천사를 이스라엘 군대 뒤로 보내 구름 기둥으로 하여금 이집트 군대와 이스라엘 군대 사이를 가르게 하십니다. 이집트 군대 쪽은 어둡게 하고 이스라엘 쪽은 밝게 하시어, 밤새 아무도 그 사이를 통과할 수 없도록 만드십니다(14,19-20 참조). 이런 와중에 이스라엘 민족은 마른 땅을 걸어서 갈대 바다를 건너가는데, 이집트 병사들을 파괴할 그 물이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보호벽이 됩니다.

 

이집트 군대는 이런 상황도 모른 채 계속 이스라엘의 뒤를 쫓습니다. 새벽녘이 되어 주님께서 이집트 군대를 혼란에 빠트려 병거의 바퀴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시자, 이집트 군대는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14,24-25 참조).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손을 뻗어 이집트인들과 그들의 병거와 기병들 위로 물이 되돌아오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집트인들은 죽기 직전에야 참된 주님이 누구인지 깨닫지만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런 상황을 이튿날 아침에 알게 됩니다. 바닷가에 죽어 있는 이집트인들을 보면서 주님께서 자신들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원해 주셨음을 알게 됩니다. 비로소 이스라엘은 주님을 경외하고, 주님과 그분의 종 모세를 믿게 됩니다(14,30-31 참조).

 

 

모세와 미르얌의 노래, 새로운 노래

 

모든 것이 마무리된 뒤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 모세의 누이 미르얌은 주님께서 이루신 구원 업적을 노래로 만들어 부릅니다(15,1-21 참조). 이 노래는 전쟁의 용사이신 주님께서 당신의 힘으로 원수들을 부수어 버리고 이스라엘 백성을 구출해 내시어 온 세상 모든 민족에게 당신 이름을 알리게 되었음을 찬양하려는 것입니다. 이제 그 어떤 민족도 이스라엘을 넘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모든 민족이 주님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분만이 참된 하느님이심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스라엘 민족만 갈대 바다를 건넌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 역시 죄가 다스리는 이집트 땅(묵시 11,8 참조)에서 세례를 받아 주님께서 다스리시는 새로운 땅으로 건너왔습니다. 그리고 모세와 미르얌처럼 새로운 노래를 주님께 불러 드리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두루마리를 받아 봉인을 뜯기에 합당하십니다. 주님께서 살해되시고 또 주님의 피로 모든 종족과 언어와 백성과 민족 가운데에서 사람들을 속량하시어 하느님께 바치셨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이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한 나라를 이루고 사제들이 되게 하셨으니 그들이 땅을 다스릴 것입니다”(묵시 5,9-10).

 

이 대목은 요한 묵시록이 전하는 성도들의 기도요 새 노래로, 모든 그리스도인이 부르게 될 노래입니다. 탈출 사건을 묵상하면서, 나는 주님의 구원을 노래하는 새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아니면 왜 이집트 땅에 편안히 내버려 두지 않으시냐고 따지며 투정하고 있는지 되돌아봅시다.

 

* 염철호 신부는 부산교구 소속으로 부산가톨릭대학교에서 성서학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우리 선조들이 전해 준 이야기》(공역) 등이 있다.

 

[성서와 함께, 2015년 3월호(통권 468호), 염철호 사도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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