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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경과 그리스도교 문화: 그리스도교는 사기꾼을 추종하는 무리인가? - 오리게네스의 켈수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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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6,704 추천수0

[성경과 그리스도교 문화] 그리스도교는 사기꾼을 추종하는 무리인가?


오리게네스의 <켈수스 반박>

 

 

초기 그리스도교는 정치적·문화적 주도권을 지닌 그리스–로마 문화로부터 많은 비난과 공격을 받았다. 대표적 예를 들어 보면 성찬례에서 ‘식인(食人)의 풍습’을 행하고, 그리스도인끼리 혼인하며 ‘근친상간’을 벌인다거나, 유일신을 믿기 때문에 다신교를 숭앙하던 국가 제례를 모독한다는 오해를 받았다. 초기에 악의적 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은 그리스도교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세간에 널리 퍼진 대중의 선입관에 따라 비방하는 것을 넘어서, 지식인들이 직접 성경을 읽고 연구하면서 그리스도교를 반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리스도교를 반박한 대표적 인물 켈수스(Celsus, 2세기)는 이교인 철학자로서, 178년경 그리스도인을 논박하는 <참된 가르침>이란 작품을 저술했다(소실된 이 책의 내용을 오리게네스의 <켈수스 반박>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을 거룩한 그리스 정신에 반대하는 성가신 폭도이며, 거름더미 구석에 있는 구더기들과 같은 하찮은 무리라며 증오했다(<켈수스 반박> 4,23).

 

 

그리스도교에 대한 켈수스의 비판

 

켈수스가 보기에 그리스도교는 매우 비합리적이었다. 합리적인 그리스인의 철학적 신에 관한 신앙과 너무나 달라 보였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그리스도가 ‘육화’하여 구체적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에 따르면 완전하고 불변한 하느님은 결코 자신을 낮추어 어린아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선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분으로서 가장 아름다운 상태로 존재한다. 만일 그런 상태에서 하느님이 사람들에게 내려온다면, 하느님은 선에서 악으로, … 가장 좋은 것에서 가장 사악한 것으로 변화되었을 것이다. 누가 이 같은 변화를 선택하겠는가? 하느님은 이런 변화를 겪을 수 없는 존재이다”(<켈수스 반박> 4,14).

 

켈수스는 ‘육화’와 관련해서 ‘하느님의 아들이 동정녀에게서 불가사의하게 태어났다’는 주장도 판테라라는 군인과 간통한 여인이 예수를 낳았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꾸며낸 것이라고 주장했다(<켈수스 반박> 1,32.69). 결국 켈수스는 그리스도가 ‘사기꾼이자 마술가’였으며, 그리스도의 육화 및 부활 신화는 사도들이 날조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도교는 모든 관점에서 전통 철학보다 열등하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유일신론 자체와도 모순 관계이기 때문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켈수스가 보기에 그리스도교는 실천 면에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우선 그리스도교는 민족 정신에 바탕을 둔 전통 없이, 어느 민족이든 어느 신분이든 모든 사람을 받아들여 하나의 율법에 결합하려는 세계 종교의 환상을 추구한다. 이러한 환상은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조상들에게서 이어 온 민족 종교인 유다교는 용인되더라도 그리스도교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켈수스 반박> 5,25; 8,72). 더욱이 그리스도인은 조상들의 관습을 인정하지 않아 도시 종교의 예배에도, 황제 숭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은 행정 기관 근무뿐 아니라 군 복무마저 거부했다. 그래서 켈수스는 “만일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인처럼 행동한다면, 로마 제국도 외적의 침입을 받아 십중팔구 멸망해 버릴 것”(<켈수스 반박> 8,68)이라고 비난했다.

 

 

신앙의 순수성 주장만으로 비판을 반박하기에는 불충분하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켈수스의 비난에 당황하지 않았다. 그가 신랄하게 비판한 내용은 국가의 박해와 이교인 백성의 불신 속에서도 자기 정체성을 지켜온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볼 때 근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체의 성장기에 그리스도교가 선교에 성공하려면 켈수스의 비판에 어떤 식으로든 답변이나 반박을 제시해야 했다. 켈수스가 “그리스도인은 무식하면서 허세 부리는 가난뱅이”라고 규정한 것이 선교에 큰 장애가 되었기 때문이다.

 

로마 문명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켈수스는 가난한 하층민 즉 절망에 빠진 육체 노동자, 베 짜는 직공, 신발 장수, 무두장이를 신자로 포섭하는 그리스도교를 경멸했다. 이를 보고 켈수스는 “목수에서 도둑의 두목으로 탈바꿈하고, 열등한 사람들, 세리, 어부 등을 자기의 가장 가까운 추종자로 선택한 예수”를 따른다며 비아냥거렸다. “이처럼 어리석고 무식한 자만 이 하느님을 받아들일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그들이 어리석고 멍청하다는 증거가 아닌가? 그들은 바보와 무식쟁이, 노예와 여자와 어린이들만을 유혹한다”(<켈수스 반박> 3,44).

 

더욱이 켈수스는 몇몇 그리스도인이 믿음만으로 구원받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조롱했다. “몇 사람은 그들이 믿는 것에 관해 해명하려고도 하지 않고 해명을 요구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파헤치지 말고 믿으시오’, 그리고 ‘당신 믿음이 당신을 구원할 것입니다.’ … ‘현세 생활에서 지혜는 악이고 어리석음은 선입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켈수스 반박> 1,9).

 

이 구절은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그리스도인의 이상으로 삼는 테르툴리아누스의 주장을 패러디한 것이다. 따라서 신앙의 순수성만 강조하는 테르툴리아누스식의 태도로는 “그리스도교는 바보와 우매한 이들이 믿는 종교”라는 켈수스의 비판을 해결할 수 없었다.

 

 

오리게네스가 저술한 <켈수스 반박>

 

켈수스의 비방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가장 강력한 반박은, ‘셉투아진타(칠십인역)’가 번역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Origenes, 185?–254?년)를 통해 제시되었다. 알렉산드리아 교회의 몇몇 지도자가 오리게네스에게 켈수스를 반박하라고 요구했다. 오리게네스는, 왜곡된 비난은 무관심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처음에는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아직도 전혀 맛보지 못했거나 바오로 사도의 말대로 신앙이 약한 사람들(로마 14,1 참조)”(<켈수스 반박> 서론 6)을 위해 반박서를 집필했다.

 

오리게네스의 반박서는 켈수스의 책 순서에 따라 매우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전반부에서는 우선 유다교에서 그리스도교가 유래된 경위와 일반적 신론과 육화론으로 시작하여, 그리스도와 그리스의 영웅 숭배 및 제신(諸神) 숭배를 비교한다. 이어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특징이 주로 다루어지는데 삼위일체, 창조, 선과 악, 신과 세상의 관계, 교회론, 그리스도인의 윤리 생활과 종말론을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이교인, 유다인, 그리스도인의 신 흠숭 차이점에 대해 논하며, 한 분이신 참된 신과 그분에 대한 흠숭을 다룬다. 오리게네스는 켈수스의 비판에 대항하여 그리스도의 신성을 주로 그리스도의 기적 및 그리스도인이 늘 실행하는 그리스도교의 진리로 논증했다.

 

 

반박의 기초를 이룬 성경에 대한 영적 해석

 

오리게네스의 이 모든 신학적 답변의 기초를 이룬 것은, 바로 성경을 문자 그대로만 이해한 켈수스의 주장을 무력화하기 위한 ‘영적 해석’의 시도였다. 켈수스는 성경, 특히 네 복음서의 모순을 계속 지적했다. 예를 들어 ‘소위 자기 제자 일당에게 배신당해 붙잡힌 그 사람을 어떻게 하느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인가’ 등의 질문을 퍼부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변은 문자나 보고된 사실 배후에 더 깊은 의미가 숨어 있음을 이해했을 때에만 가능했다.

 

오리게네스는 영감을 받아 집필된 성경에는 오류가 없다고 믿었고, 이를 토대로 켈수스의 비판에 반박했다. 그는 문자적 해석에서 오류처럼 보이는 문제들을 우의적 해석을 통해 합리적으로 설명했다. 따라서 이러한 우의적 해석은 단순한 성경 해석이 아니라 이교인의 비판을 거슬러 한 분이신 하느님을 선포할 수 있게 하는지를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로 떠올랐다. 오리게네스는 우의적 해석을 부인하는 사람들이 켈수스와 같이 성경을 웃음거리로 만든 반대자들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뿐이라고 생각했다. 오리게네스가 이 ‘영적 해석’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는 다음 호에서 다루겠다.

 

* 박승찬 님은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와 가톨릭대학교 신학부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신학부에서 석사 ·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 분야는 중세철학이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있다.

 

[성서와 함께, 2015년 5월호(통권 470호), 박승찬 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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