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3: 사람의 아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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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6-05 | 조회수6,720 | 추천수0 | |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 사람의 아들
요한 묵시록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도입(1,1-20), 일곱 교회에 보낸 편지(2-3장), 주요 환시(4,1-22,5), 마침(22,6-21)입니다. 전체 구조에서 볼 수 있듯, 일곱 교회에 보낸 편지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이 환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요 환시를 전하는 부분은 일곱 봉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에 대한 환시가 중심을 이룹니다. 환시를 묘사하는 많은 표현은 구약성경의 여러 상징과 연결됩니다. 요한 묵시록을 읽으면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저자가 본 환시를 지금 우리는 글로 읽는다는 점입니다.
요한 묵시록의 머리말
1,1-3은 요한 묵시록 전체에 대한 소개와 같습니다. 책의 처음에 표현된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1,1)는 앞으로 전해질 내용의 성격을 드러냅니다. 저자가 기록한 대로 “머지않아 반드시 일어날 일들”(1,1)에 관한 계시가 요한 묵시록의 내용입니다. 하느님께서 그 일들을 그리스도께 알리시고, 그리스도께서는 천사를 통해 “당신 종 요한”(1,1)에게 알려 주십니다. 이 내용은 하느님의 종들, 곧 모든 신앙인에게 전해지는 하느님의 계시입니다.
여기서 드러난 특별한 표현은 “예언의 말씀을 낭독하는 이”(1,3)입니다. 그리스어에서는 단순히 ‘읽다’라고 표현되었는데, 학자들은 이를 청중 앞에서 읽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낭독’이란 표현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회중 앞에서 읽는 것, 곧 요한 묵시록이 전례에서 낭독되었을 가능성입니다. 이런 까닭에 어떤 이들은 요한 묵시록에 전례적 성격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특징에 비하면 그리 비중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편지의 서문
1,4부터 나오는 인사는 전형적인 편지 형식입니다. 그 특징을 바오로의 서간과 비교해 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당시의 편지 서두에는 세 가지 요소가 담겨 있었습니다. 첫째는 편지를 써서 보내는 이에 대한 소개이고, 둘째는 편지의 수신인에 대한 언급이며, 셋째는 수신인에게 전하는 인사입니다. 요한 묵시록은 이 세 가지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요한’은 발신인이며, ‘일곱 교회’는 앞으로 전개될 내용의 수신인입니다. 그리고 상당히 길게 표현한 인사말은 여느 서간에서 보이는 것처럼 수신인에게 은총과 평화를 빌어 주는 형식으로 기술됩니다.
요한 묵시록의 편지 서문에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찬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직접 향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피로 우리를 죄에서 풀어 주셨고”(1,5)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1,6) 하셨다는 내용에서 세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죄의 용서와 하느님의 백성(또는 자녀)이 되는 것은 세례로 얻는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 표현을 통해 세례를 기억하도록, 세례 때의 첫 마음을 기억하도록 요청합니다.
지금도 전례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능하신 주 하느님”(1,8)이라는 용어는 구약성경의 “만군의 주님”에서 유래합니다. 현재 용어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구약성경에서 사용하던 ‘싸움에서 승리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표상이 담겨 있습니다.
소명 환시
1,9-20은 저자 ‘요한’이 소명을 받는 내용을 환시로 전합니다. ‘소명’은 예언서의 주된 특징입니다. 예언자들은 자신의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이 받은 소명을 환시와 함께 전해 줍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요한 묵시록의 저자 역시 예언자들의 전통과 닿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저자는 자신을 “형제”이고 “더불어 환난을 겪고 그분의 나라에 같이 참여하며 함께 인내”(1,9)하는 사람으로 소개합니다. 그는 현재 파트모스라는 섬에 갇혀 있습니다. 이 모든 정황은 저자가 “하느님의 말씀과 예수님에 대한 증언 때문에”(1,9), 곧 신앙으로 인한 박해 때문에 유배되었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저자에게 전해진 소명은 “네가 보는 것을 책에 기록하여 일곱 교회 … 에 보내라”(1,11)는 것입니다. 이 소명은 앞으로 소개될 책의 내용이 ‘보는 것’, 곧 환시라는 점을 명확하게 합니다. 소명을 전해 준 목소리의 주인공은 “사람의 아들 같은 분”(1,13)입니다. 이 표현은 다니 7,13(“사람의 아들 같은 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발까지 내려오는 긴 옷을 입고 가슴에는 금 띠를 두르고”(1,13) 있습니다. 이 구절은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대사제의 복장을 떠오르게 합니다(탈출 28장; 39장 참조). 요세푸스가 저술한 <유다 고대사>에서도 비슷한 표현을 찾을 수 있습니다(3권 7장 참조).
그분의 머리와 머리털은 흰 양털과 흰 눈에 비교되고 그분의 눈은 불꽃에 비교됩니다. 그분의 발은 놋쇠 같고 목소리는 큰 물소리 같습니다. 흰색은 요한 묵시록에서 하느님의 초월을 상징하기에, 환시를 통해 전해지는 이미지는 이미 사람의 아들이 세상을 초월하여 계신 분이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불(꽃)은 많은 경우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의 심판을 암시합니다. ‘사람의 아들의 눈이 불꽃과 같다’는 표현은 앞으로 펼쳐질 정의와 심판을 암시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표현을 다니 7,9과 10,6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표현된 사람의 아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나타냅니다. 그분의 목소리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는 죽었었지만, 보라, 영원무궁토록 살아있다”(1,18). 소명 환시에서 보이는 사람의 아들은 앞으로 일어날 종말 때의 심판을 이끌어 갈 분으로 소개됩니다. 특히 1,16에 표현된 일곱 별을 쥐고 일곱 교회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모습이나 입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쌍날칼”은 심판이라는 그의 역할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그러므로 환시에서 보이는 여러 상징은 구약성경의 맥락에서 사람의 아들이 가진 역할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암시합니다.
*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수학하였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신약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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