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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5: 일곱 교회에 보낸 편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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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6,559 추천수0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 일곱 교회에 보낸 편지 (2)

 

 

페르가몬

 

페르가몬은 오늘날 터키의 베르가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페소 이후에 소아시아 지방의 행정 중심지로, 관청이 있고 지방관이 머무른 곳이며 기원전 133년 로마의 통치 아래에 놓이게 된 도시입니다. 이미 기원전 29년 페르가몬에는 로마의 여신과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위한 신전이 있었을 정도로 소아시아 지방에서 황제 숭배 의식과 관련이 깊은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발라암의 가르침

 

페르가몬은 “사탄의 왕좌”이자 “사탄이 사는 고을”이라고 표현됩니다. 아마도 황제 숭배 의식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위한 신전이 있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페르가몬을 황제 숭배 의식의 중심지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또 이 공동체에서는 박해로 인한 순교가 벌어졌습니다. 황제 숭배 의식으로 인한 안티파스의 순교로 여겨지는데, 이 사건이 페르가몬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상당히 큰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안티파스의 순교를 기억하도록 합니다.

 

발라암의 이야기는 민수 22-24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발라암은 이방인 출신의 예언자로 등장합니다. 모압의 임금 발락은 이집트를 탈출하여 점차 세력을 확장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저주해 달라고 발라암에게 청합니다. 민수기에서 발라암은 겉으로는 하느님의 신탁을 충실히 수행하는 바람직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유다교 전승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전승은 발라암이 하느님의 천사를 만나는 부분에서 나귀도 볼 수 있는 하느님의 천사를 보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하느님의 뜻을 충실하게 따르지 않은 본보기로 제시합니다(민수 22,22-35 참조). 또 후대의 기록에 따르면 발라암은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이스라엘 백성이 모압의 여인들과 죄를 짓게 하여 바알 신을 섬기게 한 장본인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민수 25장 참조). 이런 점에서 발라암의 가르침은 내용상 불륜과 우상 숭배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페르가몬 신자들에게 보내는 말씀

 

여기서 강조되는 것 역시 불륜과 우상 숭배를 버리고 하느님께 돌아오라는 것입니다. 회개하지 않는 이들이 받는 것은 심판이며, 그것을 저자는 “내 입에서 나오는 칼”(2,16)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미 소명 환시에서 언급된 것처럼 그리스도의 심판은 요한 묵시록에서 전쟁의 이미지로 표현됩니다. 반면에 믿음을 간직한 이들이 받는 약속은 “숨겨진 만나”와 아무도 모르는 새 이름이 새겨진 “흰 돌”(2,17)입니다. 숨겨진 만나는 탈출 16장에 묘사된 이스라엘 민족의 광야생활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 표현은 2,14에 언급된 “우상에게 바친 제물”과 대조를 이룹니다. 우상의 음식과 천상의 음식이 대조를 이루는 셈입니다.

 

나아가 숨겨진 만나는 요한 6장의 성체성사를 나타내는 상징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으로 설명합니다. 현재의 전례에서 성체성사는 어린양의 혼인 잔치와 연결됩니다(19,5-10 참조). ‘아무도 모르는 이름’은 3,12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밝혀집니다.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은 그분께서 계시한 이들에게만 알려진 이름으로, 다시 오실 때까지 믿음을 간직한 이들에게만 유보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 이름은 장차 우리를 구원할 이름입니다.

 

 

티아티라

 

티아티라는 2-3세기에 전성기를 맞은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약성경에서는 필리피에서 바오로 사도에게 복음을 받아들인 리디아라는 여인이 이곳 출신이라고 이야기합니다(사도 16,14-15 참조).

 

 

여예언자 이제벨

 

티아티라에 보낸 편지에는 이제벨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제벨은 이스라엘 임금 아합(기원전 875-853년)의 이방인 출신 부인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성경과 유다교의 전승에서 이스라엘에게 바알 신에 대한 숭배를 요구한 인물이기도 합니다(1열왕 16,31-34 참조). 성경은 이제벨의 특징을 음행과 주술이라고 말합니다(2열왕 9,22.30-34 참조). 이러한 배경에서 아마도 당시 니콜라오스파에 속한 여예언자가 있었으리라 생각하며, 그를 불륜 및 우상 숭배와 연관하여 ‘이제벨’이라는 상징적 이름으로 표현했을 것입니다.

 

요한 묵시록에 표현된 니콜라오스파, 발라암의 가르침과 여예언자 이제벨은 내용상 불륜과 우상 숭배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이런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에 대한 경고는 하느님께 다시 돌아오라는, 곧 회개하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여전히 믿음을 잃지 않은 이들에게는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티아티라 신자들에게 보내는 말씀

 

티아티라 신자들에게 보내는 경고는 불륜과 우상 숭배를 버리고 회개하라는 것입니다. 페르가몬 신자들에게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제벨의 악행을 따르는 이들이 받는 것은 심판입니다. “나는 너희가 한 일에 따라 각자에게 갚아 주겠다”(2,23). 하지만 이제벨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사탄의 깊은 비밀’을 따르지 않는 이들에게 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샛별”입니다. 샛별은 금성(Venus)을 의미하는데, 새벽녘에 나타나는 특성을 따라 ‘아침의 별’로 불렸다고 합니다. 샛별은 이미 고대 사회에서 ‘통치권’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여기서 샛별은 그리스도를 의미하고, 22,16에서도 같은 내용이 표현됩니다. ‘샛별을 주겠다’는 약속은 믿음을 간직한 이들도 그리스도의 통치권과 주권에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쇠 지팡이와 샛별은 통치와 주권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시편을 인용한 본문에서 이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족들을 다스리는 권한을 주겠다. … 그는 쇠 지팡이로 그들을 다스릴 것이다”(2,26-27). 특히 쇠 지팡이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내아이에게 주어질 것이라고 다시 언급됩니다(12,5 참조).

 

*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수학하였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신약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5년 5월호(통권 470호), 허규 베네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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