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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이사야서 해설: 이사야서라는 거대한 광산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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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9,351 추천수0

[이사야서 해설] 이사야서라는 거대한 광산 앞에서

 

 

“성경 전체에 나오는 모든 것과 인간의 혀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 그리고 인간의 이해력이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성 예로니모의 《이사야서 주해》 서문에서).

 

이사야서는 섣불리 다가가기가 두려울 만큼 방대한 책입니다. 그래서 성 예로니모는, “내가 주님의 모든 신비를 포함하는 이 성경 책의 내용을 몇 마디 말로 다 취급하려 한다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이사야서는 분량만 많은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책으로, 이스라엘 역사에서 중요한 여러 사건을 증언합니다. 신학적으로도 큰 비중을 차지하며, 신약성경에 미친 영향도 지대합니다. 구약의 여러 예언서 가운데 한 권만 공부하려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 이사야서를 공부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사야서가 유배 전, 유배 중, 유배 후의 세 시기를 전부 거치면서 형성되어 각 시대 예언의 특징을 모두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바빌론 유배 기간만 오십 년입니다(기원전 587-538년). 한 사람이 유배 전부터 유배 후까지 예언자로 활동했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사야가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은 때가 우찌야 임금이 죽던 해 곧 기원전 740년경이라고 한다면(이사 6,1 참조), 그가 유배 때까지 살 수도 없습니다. 결국 이사야서는 한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한 사람이 이 책을 모두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약성경에서도 마찬가지로 예를 들어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이사 40,3과 53,4을 인용하면서, 루카 복음서에서는 이사 61,1을 인용하면서 그것을 이사야 예언자의 말이라고 합니다. 40장 이후에는 이사야 자신이 쓴 것이 없는데도, 이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지요. 이러한 견해가 18세기까지 정설이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11세기 이븐 에즈라(Ibn Ezra)나 17세기 바뤼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의 경우 이 책이 한 사람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니라는 견해를 내놓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극소수의 예외적인 주장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66장 전체가 “아모츠의 아들 이사야가 유다의 임금 우찌야, 요탐, 아하즈, 히즈키야 시대에”(이사 1,1) 쓴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렇다면 이사야서 전체가 기원전 8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셈입니다.

 

 

크게 세 시대로 구분되는 이사야서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이 책이 한 사람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니라는 견해가 점점 강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시대적 배경이었습니다.

 

이사야서 39장에는 히즈키야 임금이 병에 걸렸다가 나았을 때 바빌론에서 사절단이 찾아온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들이 다녀간 후 이사야는 히즈키야를 만나, 히즈키야가 사절단에게 보여 준 왕궁의 모든 기물을 바빌론에게 빼앗기게 될 것임을 선고합니다. 유다 왕국의 멸망을 예고한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이야기가 뚝 끊깁니다. 히즈키야 이후의 다른 임금들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이사야도 더 이상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40장에서는 갑자기 어조가 밝아지면서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40,1)이라는 말로 유배에서 해방될 때가 되었음을 알립니다. 유다 왕국이 무너질 때까지 역사와 유배 초기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39장과 40장 사이에 백오십 년 이상의 시대 격차가 있습니다. 또 39장까지 유다 왕국을 위협하는 외세는 아시리아인데 40장부터는 바빌론이 문제가 됩니다. 바빌론을 무너뜨린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의 이름이 정확하게 언급되기도 합니다(44,28; 45,1). 키루스는 기원전 6세기 후반 인물입니다. 그래서 1-39장과 40-66장은 서로 다른 시대에 작성되었다는 이론이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40-66장도 다시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40-55장에서는 바빌론을 떠나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는 반면, 56-66장은 이미 이스라엘 땅에 돌아와 있는 상태에서 말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56장 이후로는 시온의 재건에 대해 말하며 바빌론보다 유배에서 돌아온 이들의 공동체 내부 문제들이 주제로 다뤄집니다.

 

지금은 이렇게 이사야서를 세 부분으로 나누는 견해를 거의 모든 이가 받아들이기 때문에, 《성경》에도 1장에는 “이사야 예언서 제1부”, 40장에는 “이사야 예언서 제2부”, 56장에는 “이사야 예언서 제3부”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대략 이사야 예언서 제1부(1-39장)는 기원전 8세기, 제2부(40-55장)는 유배 중, 제3부(56-66장)는 유배 이후에 작성되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앞부분에도 더 늦은 시기에 만들어진 본문이 삽입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이사 24-27장의 경우, 이사야 예언서 제1부에 속해 있지만 제2부보다도 늦은 시기의 것으로 앞쪽에 끼어들어 온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자동적으로, 몇 장이라는 것만 보고 시대를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씨앗처럼 뿌려진 하느님의 말씀

 

이사야서가 모두 이사야가 쓴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당황스러우세요? 교회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했습니다. 특히 20세기초 교회는 근대주의의 영향으로 이성적인 학문의 도구로 신앙을 파헤치는 것을 경계했고, 그래서 나날이 발전하던 성경 연구에 대해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교황청 성서위원회는 1908년에 이사야서의 저자가 한 사람이 아니라는 주장은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40년대 이후에 들어와서는 이서야서의 세 저자 이론을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요.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왜 후대 사람들이 이사야 예언자의 책에 손을 대었는가를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모츠의 아들 이사야”(이사 1,1)라는 인물이 이사야서를 썼습니다. 그가 쓴 책에는 하느님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었고, 그것은 살아 있고 힘이 있는 말씀이었습니다(히브 4,12 참조). 그런데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대가 달라졌고 이스라엘 백성이 처한 상황도 달라졌습니다. 과거에 이사야 예언자가 예고했던 심판은 이미 이루어졌고, 유다 왕국은 멸망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이사야 예언자가 기록했던 말씀은 어떻게 될까요? 이백 년 전에 선포된 말씀을 흠 없이 보존하면 그것으로 전부일까요?

 

후대의 편집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살아 있다면, 이백 년 전 아모츠의 아들 이사야 시대에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들의 시대에도 살아 있어야 하고, 그래서 그 말씀은 지금도 의미 있는 말씀으로 울려 퍼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과거에 예언자가 선포한 말씀을 그들의 시대에서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이 모든 작업은 성령의 영감 아래 이루어졌습니다. 예언서에서 성령의 영감은 예언자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한 말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의 여러 책에서, 저자 문제와 경전성 문제는 별개입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만, 서간들 가운데 바오로 사도가 직접 쓴 것만 성령의 감도로 기록된 성경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예언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령의 영감은 이사야라는 한 사람에게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하느님의 말씀이 이사야를 통하여 이 세상에 들어오고, 그 말씀이 지닌 생명력은 여러 세기를 거치면서 자라납니다. 씨앗처럼 뿌려진 하느님의 말씀이 자라나 나무가 된 것이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이사야서입니다.

 

이사야서는 그 오랜 과정을 거치면서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리고 이사야서라는 책이 완성된 후에도, 특히 신약성경을 통해 다시 새롭게 해석되면서 더욱 충만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성 예로니모는 첫머리에 인용한 《이사야서 주해》 서문에서, “사실 이사야서에는 주님이 동정녀에게서 탄생하신 임마누엘로, 놀라운 여러 가지 일과 기적을 행하시고 죽으시고 묻히셨으며 부활하신 분으로, 그리고 만백성의 구세주로 예언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사야서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땅 속에 층층이 만들어진 광산과 같습니다. 이제 그 광산의 입구에 발을 들여놓아 봅시다.

 

* 안소근 수녀는 성 도미니코 선교 수녀회 소속으로 로마 교황청 성서대학에서 수학하였고, 현재 대전가톨릭대학교와 가톨릭교리신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다. 《아름다운 노래, 아가》, 《굽어 돌아가는 하느님의 길》 등을 썼고, 《약함의 힘》, 《예수님은 누구이신가》 등 여러 책을 옮겼다.

 

[성서와 함께, 2016년 1월호(통권 478호), 안소근 실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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