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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와 거울 보기1: 하느님이 인간에게 희망하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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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8,337 추천수0

탈출기와 거울 보기 (1) 하느님이 인간에게 희망하시는 것

 

 

성녀 클라라는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에게 써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권고하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정배여, 왕후이신 자매여, 이 거울을 매일 들여다보십시오. 그리고 거기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보고 안팎으로 단장하고 여러 색깔의 꽃으로 치장하여 지극히 높으신 임금님의 딸과 정결한 정배에게 있어야 하는 온갖 덕행의 옷을 입도록 하십시오.” 매일 거울을 보고 단장하듯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고 덕행으로 단장하라는 권유입니다.

 

 

우리 삶에 반사된 하느님의 현존

 

저는 성녀의 말씀에서 영감을 받아 이 꼭지의 이름을 ‘탈출기와 거울 보기’로 정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탈출기라는 말씀의 거울 앞에 서도록 독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어서입니다. 우선 탈출기라는 거울부터 간략하게 소개하고, 그 거울 앞에 서기 위한 방법을 일러 드리겠습니다.

 

창세기가 이스라엘 성조 개개인의 신앙 여정을 전해 주는 책이라면, 탈출기는 이스라엘이 한 민족으로서 걸어갔던 신앙 여정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그들의 신앙 여정은 이집트에서 시작됩니다. 탈출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이르기까지 긴 여정의 초반부를 소개합니다. 그러므로 탈출기의 주된 공간적 배경은 이집트와 광야 그리고 시나이 산이 됩니다. 시나이 산에서 계약을 맺은 후 그들은 두 번째의 광야 여정을 거쳐 모압 평원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이 여정은 민수기에서 소개됩니다.

 

이제 여러분은 이집트 땅을 거쳐 시나이 반도에 들어서는 과정, 그리고 그곳에서 시나이 산에 이르는 신앙 여정을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걷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할 일은 탈출기에 담긴 하느님 말씀의 거울에 우리 자신을 비추어 보는 것입니다. 때로는 흩어진 옷매무새를 고치게 될 것이고, 때로는 모습을 다듬어 더 아름답게 만들기도 할 것입니다. 가끔은 우리 자신의 삶에 반사된 하느님의 현존과 발자취를 발견하고, 그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기도 할 것입니다.

 

 

하느님 현존의 표지를 발견하기

 

이번 호에서는 탈출 1,1-14에 나오는 말씀의 거울에 우리 자신을 비추어 보겠습니다. 탈출 1,1-14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부분(1,1-7)은 요셉이 이집트에서 재상으로 활약하던 시절에 기근을 피하여 이집트로 내려간 야곱의 후손 일흔 명이 이집트 땅에서 번성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이사악, 야곱에게 하셨던 후손에 대한 약속이 성취되었음을 보여 주는 단락입니다.

 

첫 번째 단락에 담긴 말씀의 거울에 우리 자신을 비추어 봅시다. 일흔 명밖에 되지 않았던 이스라엘 백성의 수효가 계속해서 늘어나 “그 땅이 이스라엘 자손들로 가득 찼다”(1,7)고 성경은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성조들에게 주셨던 약속을 잊지 않으시고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복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은혜로 보잘것없었던 그들이 하나의 큰 민족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말씀에 비추어 우리 삶을 돌아본다면 그 안에서도 하느님의 성실하고 중단 없는 축복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와 가정의 삶에, 우리 교회 공동체의 역사에, 그리고 우리나라와 온 인류 역사에 내내 베푸셨고, 지금도 나누어 주시는 축복을 발견할 수 있습니까?

 

두 번째 단락(1,8-14)은 이스라엘 백성의 삶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전해 줍니다. 요셉의 공로를 알지 못하는 파라오가 이집트에 군림하면서 이집트인들보다 이스라엘 백성의 수가 더 많고 강하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품고 그들을 억압하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강제 노동으로 억압하고자 그들을 피톰과 라메세스라는 양곡저장 성읍을 짓는 데 동원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은 억압을 받을수록 더욱 번성하고 널리 퍼져 나갑니다. 첫 번째 억압 정책이 실패하자 파라오는 더욱 혹독하게 이스라엘 백성을 다루고자 진흙을 이겨 벽돌을 만드는 고된 일을 시킵니다.

 

이스라엘 백성처럼 우리 또한 삶의 급격한 변화를 겪을 수 있습니다. 행복한 삶에 날벼락처럼 날아든 불행의 경험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조각낼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까? 그때 어떻게 그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었습니까? 무엇이 도움이 되었습니까? 이 단락에서 하느님은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숨어 계신 듯합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계신 듯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이 “억압을 받을수록 더욱 번성하고 더욱 널리 퍼져 나갔다”(1,12)고 합니다. 심한 억압을 받고도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고 가정을 지키며 더욱 번성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 계셨다는 표지는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불행을 경험하였을 때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셨다는 표지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숨겨진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우리 인생의 갈피갈피에 감추어진 하느님 현존의 표지들을 발견해 봅시다. 그리고 미처 드리지 못했던 때늦은 감사를 온 마음으로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하느님이 여전히 숨어 계신 분이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탈출기의 거울 앞에서 그분의 뒷모습이라도 보게 해 달라고 간절히 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거울 보기 팁 1

 

묵상 노트를 하나 마련하기 바랍니다. 제가 이 꼭지에 드린 숱한 질문을 묵상하고 마음속에 떠오른 답을 기록해 보십시오. 그러면 탈출기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동시에 자신의 삶에 함께해 온 하느님 현존의 자취도 확연하게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 김영선 수녀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소속으로, 미국 보스톤 칼리지에서 구약성경을 공부하였으며,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구약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6년 1월호(통권 478호), 김영선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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