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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와 거울 보기10: 믿음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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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7,839 추천수0

탈출기와 거울 보기 (10) 믿음으로 산다는 것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을 의미할까요? 이집트를 떠나 갈대 바다를 건너게 된 이스라엘 백성의 여정을 살펴보면 믿음으로 사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드러납니다. 13,17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마침내 이집트 땅을 떠나 약속의 땅을 향해 가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지름길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하느님 현존을 경험하는 신앙 여정

 

지름길은 빨리 갈 수 있는 대신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큽니다. 필리스티아인들의 땅을 지나는 지름길은 군사도로여서 이집트인들이 추격해 오면 이스라엘로서는 피신할 곳이 없게 됩니다.*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이 닥쳐올 전쟁을 두려워하여 이집트로 돌아갈 마음을 품을까 봐 하느님이 그들을 광야 길로 인도하셨다(13,17)고 설명합니다.

 

하느님은 이집트를 떠나 자유를 향한 여정에 들어선 이스라엘 백성을 홀로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그들이 어둔 밤길을 걸을 때면 불기둥으로 그들의 길을 밝혀 주시고, 광야의 뜨거운 모래밭 길을 걸을 때면 구름 기둥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시며 함께하십니다. 잠시도 이스라엘 백성 곁을 떠나지 않으십니다(13,22). 이처럼 신앙의 여정은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경험하는 여정입니다.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의 필요를 채워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알고 믿는 것입니다. 이 믿음은 하느님의 사랑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순간에도, 하느님의 현존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에도 하느님을 신뢰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이스라엘 백성도 광야로 들어선 여정에서 이것을 경험했습니다.

 

 

시련이라는 신앙의 디딤돌

 

이스라엘 백성의 신앙 성숙은 시련 없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구름 기둥과 불기둥으로 늘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현존 속에 산다고 해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시련이나 위험이 닥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의 현존은 우리의 삶에서 모든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밖에 없는 시련과 위험을 어떻게 이겨 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것 같습니다. 시련과 어려움은 우리 인생의 장애물이 아니라 참된 성장과 성숙에 이르게 하는 디딤돌임을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이집트를 떠난 이스라엘 백성은 큰 시련을 겪습니다. 파라오가 병거 육백 대에 이르는 정예 부대와, 군관이 이끄는 이집트의 모든 병거를 거느리고 이스라엘 백성의 뒤를 쫓습니다. 피하히롯 근처 바닷가에 진을 치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은 파라오의 병거 소리에 혼비백산합니다. 앞에는 넘실거리는 바다 물결이, 뒤로는 추격해 오는 파라오의 병거 소리가 그들을 극심한 공포로 밀어 넣습니다. 그들은 두려움에 가득 차서 주님을 원망하고, 모세에게 이 모든 탓을 돌립니다. 이렇게 죽느니 차라리 이집트인들을 섬기겠다고도 말합니다. 모세가 어렵사리 이루어낸 모든 일이 결국에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만 같습니다. 놀라운 기적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파라오의 손아귀에서 구해 내신 하느님의 크신 권능을 체험하고도 그들은 그 체험과 현재의 위기를 연결 짓지 못합니다. 그들을 구해 내신 하느님이 또 그들을 구해 내실 수 있음을 믿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위기를 통하여 한 차원 더 깊은 믿음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신앙 깊은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시련이 키워 낸 굳건한 신앙

 

여러분이 모세라면 이 위기의 때에 어떻게 하였겠습니까? 앞에는 바다, 뒤에는 파라오의 군대, 인간적인 차원에서는 아무 대안이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모세는 하느님에게는 대안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알지 못하였지만, 하느님의 약속이 헛되지 않을 것임을 굳건히 믿었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놀라운 명령을 내립니다. “두려워하지들 마라. 똑바로 서서 오늘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이루실 구원을 보아라. …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워 주실 터이니, 너희는 잠자코 있기만 하여라”(14,13-14).

 

두려움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느님을 신뢰하며 마음을 굳건히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모세는 하느님에게로 시선을 고정합니다. 그런 후 하느님의 말씀대로 바다를 향해 지팡이를 내뻗습니다. 그러자 기적적으로 바다가 갈라지고 마른 땅이 드러납니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그 길로 들어선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은 하느님의 크고 놀라우신 사랑 앞에서 환희와 경외로 가득 찼을 것입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기적을 체험하였고, 믿음의 한층 더 깊은 차원을 배웠습니다. 하느님의 부재가 느껴질 때라도 하느님의 구원 의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언제든 그 사랑에 의지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제 하느님을 조상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그들의 하느님으로 고백합니다.

 

우리 자신의 신앙을 돌아봅시다. 일상의 삶에서 구름 기둥, 불기둥으로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체험합니까? 시련이 닥치면 곧바로 하느님의 사랑을 의심하고, 하느님이 아닌 다른 존재에 의존하려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경험하는 시련이나 위기가 우리를 더 깊은 신앙으로 이끄는 하느님의 초대장임을 알아볼 수 있습니까? 곤란과 어려움 한가운데 하느님을 신뢰하며 가만히 있을 줄 압니까?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나올 무렵에는 아직 필리스티아인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오지 않은 때이므로, “필리스티아인들의 땅을 지나는 길”(13,17)이라는 표현은 탈출기 시대보다 훨씬 더 후대에 살았던 저자가 사용한 표현입니다.

 

* 김영선 수녀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소속으로, 미국 보스톤 칼리지에서 구약성경을 공부하였으며,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구약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6년 10월호(통권 487호), 김영선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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