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가톨릭 서간에서 보물 찾기: 베드로의 둘째 서간 (1) 그리스도를 앎으로써 얻는 은총과 평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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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6-05 | 조회수8,177 | 추천수0 | |
가톨릭 서간에서 보물 찾기 - 베드로의 둘째 서간 (1) 그리스도를 앎으로써 얻는 은총과 평화
베드로의 둘째 서간은 특이하다. 저자는 베드로라 되어 있으나 베드로의 첫째 서간과 연결되는 내용은 없다. 내용상으로는 오히려 유다 서간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다시 말해, 한편으로는 베드로의 권위를 차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유다 서간의 관심사를 공유한다. 그렇다면 베드로의 둘째 서간만의 특징적인 가르침은 무엇일까? 베드로의 둘째 서간에서는 그리스도의 앎을 강조한다.
다른 서간들과의 연관성
베드로의 둘째 서간은 베드로의 첫째 서간과 유다 서간을 합쳐놓은 듯한 인사말로 시작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종”(유다 1,1)과 “사도인 베드로”(1베드 1,1)를 하나로 합쳐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며 사도인 시몬 베드로”라고 저자 자신을 소개한다. 또한 인사말의 마무리 역시 베드로의 첫째 서간과 동일하게 “은총과 평화”를 기원한다. 그런데 인사말 이후 이어지는 본문은 유다 서간 1,4-18절의 내용과 대부분 겹친다. 유다 서간이 불과 25개 절로 이루어진 짧은 서간임을 고려하면 베드로의 둘째 서간은 유다서의 내용 대부분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살펴보았듯, 유다 서간은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를 위협하는 ‘불경한 자들’을 강한 어조로 단죄한다. 그들은 죄지은 천사, 소돔과 고모라, 지각없는 짐승, 카인과 발라암 등에 비유되어 그리스도의 재림을 조롱하는 이들로 묘사된다(유다 1,6-7.10-11). 베드로의 둘째 서간은 “거짓 교사”들을 그와 동일한 표현으로 단죄한다(2,4.6.12.15; 3,3). 유다 서간에서는 공동체 안으로 몰래 숨어들어와 애찬을 더럽히는 불경한 자들이 문제가 되었다면, 베드로의 둘째 서간에서는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에 관한 목격자들의 증언을 “교묘하게 꾸며 낸 신화”(1,16)라고 공격하는 이들이 문제였다. 그리스도에 관한 진실을 허구로 변질시켜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을 그분에게서 멀어지게 만들뿐만 아니라 멸망의 길로 끌어들이는 자들이라면, 이들은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해 하느님께 대적하다 멸망해 간 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운명이라면, 그리스도인들은 사방에서 호시탐탐 자신들을 노리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베드로의 첫째 서간이나 유다 서간의 처방은 “믿음”이었다(1베드 5,9; 유다 1,20). 베드로의 둘째 서간은 “앎”(3,18)을 그 해법으로 제시한다.
그리스도를 아는 것
‘앎’의 중요성은 이 서간의 인사말에서부터 두드러져 보인다. 다수 서간의 인사말에서 일반적으로 기원하는 은총과 평화를 이 편지의 저자는 하느님과 예수님을 “앎으로써” 얻게 되는 은총과 평화로 구체화한다. 그리스도인들이 누려야 할 진정한 은총과 평화는 오직 하느님과 그 아드님에 대한 앎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고 함으로써, 앎이란 단순한 지식 차원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은총과 평화의 통로임을 강조한다.
‘앎’이라는 주제는 서간 전반에 걸쳐 전개된다. 우선, 그리스도인은 그분을 앎으로써 생명과 거룩한 삶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1,3). 이 서간의 저자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앎’에 중요한 역할을 부여한다. “믿음에 덕을 더하고 덕에 앎을 더하며, 앎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신심을, 신심에 형제애를, 형제애에 사랑을 더하십시오”(1,5-7). 믿음으로 시작한 그리스도인의 삶이 궁극의 덕행인 사랑으로 완성되는 여정의 중간에 ‘앎’의 자리를 두었다. 그리스도를 알고 그분을 믿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수덕의 삶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앎’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진 자는 더 갖게 되리라는 말씀처럼, 믿음에 앎을 더하며 사랑하는 삶으로 나아가다 보면 더욱 굳건히 그리스도를 믿게 되고 더 깊이 그분을 알게 되고 더 성숙한 사랑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믿음과 앎이 서로를 심화시키며 사랑의 완성에 이르게 하는 이 순환의 여정은 인간이 하느님을 뵙게 될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러기에 이 서간의 저자는 믿음, 덕, 앎, 절제, 인내, 신심, 형제애, 사랑으로 충만해지면 그리스도를 아는 일에 게으를 수가 없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이다(1,5-8). 곧, 그리스도를 알고자 하는 노력은 항상 현재진행형이어야 한다.
신앙과 이성
성경의 가르침은 주로 신앙적 또는 실천적 측면을 강조한다. 그런데 베드로의 둘째 서간은 앎을 강조함으로써 그리스도인들에게 균형 잡힌 가르침을 제공한다. 흔히 신앙과 지식은 서로 대립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신앙과 지식은 함께 가야 한다. 알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강조하는 저자는 성경의 어떠한 예언도 임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1,20). 그리스도에 관한 지식의 깊이를 더하는 일은 신심 위주로 흐르기 쉬운 신앙생활에 균형을 잡아 주는 매우 중요한 투신이다. 그러나 우리가 다루는 것은 유한한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초월적인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점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 강은희 님은 미국 The Graduate Theological Union에서 수학하였으며(성서학 박사), 현재 부산가톨릭대학교와 동 대학교 신학원에서 성경 전반에 걸쳐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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