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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창세기 인물 열전: 요셉, 야망을 성취한 꿈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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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10,843 추천수0

[창세기 인물 열전] 요셉, 야망을 성취한 꿈쟁이

 

 

가나안에 기근이 들면 성조들은 나일 강이 있는 이집트로 피신하곤 했다. 창세 12,10-20에는 아브라함이, 46장에는 야곱이 피신한 사연이 나온다. 그렇지만 야곱의 피신은 요셉 사건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정확히 말하면 그 사연은 37장부터 50장까지 이어진다. 야곱이 이집트로 가게 된 계기는 아브라함과 달리 매우 인간적이었다. 요셉에 대한 편애와 다른 아들들의 질투, 그리고 열일곱이나 먹은 요셉(37,2)의 고자질과 철없는 꿈 자랑이 요셉을 팔려가게 하는 비극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섭리였는지, 야곱의 가족은 그 일 덕분에 기근을 무사히 넘기게 된다.

 

 

야곱이 사랑한 아들

 

요셉은 야곱의 열한 번째 아들이자 라헬의 첫 아들이다. 요셉의 어근은 ‘아사프’ 또는 ‘야사프’로 추정되는데 전자는 ‘없애다’, ‘가져가다’ 후자는 ‘더하다’로 이중 의미를 띤다. 라헬이 불임의 수치를 ‘없애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아들 하나만 ‘더 주시라’고 청하면서 붙인 이름이다(30,22-24). 야곱은 요셉이 샘가에 심긴 나무처럼 번영하리라고 예고했는데, 이 “샘”(49,22)은 형제들이 요셉을 가두었던 “구덩이”(37,24)를 대체하는 것이다. 곧, 마른 구덩이가 샘으로 바뀌어, 형제들이 꾸민 악을 하느님께서 선으로 바꾸어 주심(50,20 참조)을 암시한다. 게다가 요셉은 형들을 제치고 맏아들 권리를 차지한다(1역대 5,1-2). 신명 21,17에 따르면, 맏이는 아버지 재산을 나눌 때 다른 형제들의 두 몫을 받을 권리가 있다(1역대 5,1-2의 맏아들 권리도 이 재산권을 가리키는 듯하다). 요셉의 후손은 이후 에프라임과 므나쎄 지파로 나뉘므로, 실제로 요셉은 상속 재산을 두 몫으로 받은 셈이다. 요셉이 차지한 맏아들 권리에 걸맞게 에프라임 지파는 훗날 북 왕국을 세운다(1열왕 11,26; 12,20 참조).

 

 

요셉의 꿈에 드러난 야망

 

성경에서 꿈은 하느님의 계시를 받는 수단 가운데 하나였다 (28,12; 요엘 3,1 등 참조). 요셉이 꾼 꿈은 37,7-8에 나온다. 그에게는 형들 위에 군림하고픈 욕망이 있었던 듯하다. 아버지 야곱이 형 에사우를 제치고 장자권을 갈망했듯 말이다. 그런데 두 번째 꿈에서는 부모까지 요셉에게 고개를 숙이니(37,9-10), 이쯤 되면 아버지의 야망을 넘어선 빙한어수(氷寒於水)라 하겠다. 요셉의 꿈에서 동생의 야망을 알아본 형들은 당연히 기분 나빴다. 형들이 요셉을 미워한 마음은, 에사우와의 대면을 앞두고 아버지가 라헬과 요셉만 특별히 보호하려 했던 일(33,2)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피는 못 속인다더니, 야곱은 자기만 싸고 돈 어머니 레베카를 답습했다. 게다가 요셉의 아름다운 겉모습(39,6)은 라헬을 꼭 닮아(29,17), 형들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제 어머니들의 처지를 늘 상기시켜 주었을 것이다.

 

아버지 심부름으로 헤브론에서 스켐까지, 방목하는 형들을 찾아 나선 여정에서는 요셉의 근성이 드러난다(37,12-14). 장장 오 일 동안 걸어야 하는 거리를 끈질기게 간 것이다. 어쩌면 이런 기질이 그가 이집트에서 홀로 이십여 년을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터이다. 그렇지만 그는 형들의 감정에는 둔감했다. 오죽하면 형들을 감시하러 가면서도(37,2.14 참조), 그들의 질투를 일으킬 “긴 저고리”(37,3)를 입고 나타났을까? 곧, 요셉에게 근성은 있었지만, 자기 꿈에 열중하느라 다른 건 못 보았다. 결국 편애의 상징인 저고리는 벗겨지고, 요셉은 팔려간다(37,23.28). 형들은 염소 피에 적신 옷으로 아우의 죽음을 위장하고 아버지를 기만한다(37,31-32). 그래서 야곱은 자신이 형 에사우의 ‘옷’과 ‘염소’ 고기로 아버지 이사악을 속였듯(27,1-29), 똑같은 방법으로 아들들에게 기만당한다.

 

 

요셉의 투옥 그리고 변모

 

이집트에서 요셉은 파라오의 내신인 포티파르의 수행원이자 재산을 총 관리하는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39,4). 그렇지만 그에게 반한 포티파르 아내의 유혹을 거절하려다 궁지에 몰리게 되고 투옥된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과거의 철없고 자기중심적이던 성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이러한 시련 속에서 성장한 요셉은 마침내 이집트 재상 자리에 올라 꿈을 이루고, 기근에 시달리던 가족도 구할 수 있었다.

 

창세 37-50장이 전하는 메시지는 한 구절로 응축된다. 야곱의 아들들은 악을 꾀했지만, 하느님께서 선으로 바꾸셨다는 것이다(50,20). 그 과정에서 요셉과 형제들은 한층 성숙해졌다(42,21-22 참조).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요셉과 유다(44,18-34 참조)는 훗날 북 왕국과 남 왕국을 세운다. 그렇지만 요셉은 이런 활약에도, 성조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하느님이 그에게 직접 계시하셨다는 말도, 그가 주님께 제단을 봉헌했다는 언급도 없다. 곧, 그 스스로도 고백하듯이(45,7-8), 자신은 자기 집안이 기근에서 살아남도록 돕는 도구 역할을 했던 것이다.

 

* 김명숙 님은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이다

 

[성서와 함께, 2017년 11월호(통권 500호),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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