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성경풀이: 개인의 삶, 혼인과 혼인잔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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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6-17 | 조회수9,181 | 추천수1 | |
[허규 신부의 성경풀이] 개인의 삶, 혼인과 혼인잔치
어느 나라에서든 개인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혼인입니다. 혼인은 종교의 테두리를 넘어 모든 사회에서도 중요합니다. 혼인을 통해 창조 때의 목적처럼 남녀의 일치가 드러나고 자녀를 낳아 기르며 세대를 이어가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도 혼인은 가장 중요한 일상의 잔치였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혼인은 무엇보다 먼저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느님은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시고 이들이 함께 살도록 하셨습니다. 또한 이들에게 “자손을 낳아 땅에 번성하라”(창세 1,28 참조)고 축복해 주십니다. 그렇기에 혼인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실현하고 하느님의 창조활동에 동참하는 장(場)이었습니다. 지금도 하느님은 혼인을 통해 당신의 창조활동을 지속해 가십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혼인 전에 약혼을 하던 풍습이 있었습니다. 보통 혼인을 하기 1년 정도 전에 약혼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신랑과 증인은 서약서에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약서에는 혼인에서 필요한 경제적, 사회적 책임을 규정했다고 합니다. 만일 약혼을 한 상태에서 남자가 사망하면 여자는 과부로 인정되었다는 것을 보면 약혼은 꽤 강한 구속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주 명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보통 남자는 18~20세, 여자는 12~15세 즈음에 약혼을 하고 결혼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요셉과 마리아의 이야기에서도 약혼에 관한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마태 1,18-19 참조) 구약성경은 혼인 이후에 새로운 부부가 함께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내용도 이야기합니다.(신명 24,5 참조) 혼인은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성경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성경은 하느님과 믿는 이들의 관계를, 하느님과 맺은 계약의 관계를 혼인관계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이사 62,4-5 참조)
혼인을 위한 잔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가장 풍성한 잔치였습니다. 혼인식은 보통 하루가 시작되는 저녁에 이루어지고 이것에 이어 일주일 정도 혼인잔치를 벌였다고 합니다. 혼인잔치에서 손님들은 새로운 부부를 축하하고 축복하며 함께 식사하고 시를 낭독하거나 축가를 부르며 혼인을 축하합니다. 이런 혼인잔치를 배경으로 한 내용들을 복음서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첫 번째 표징이 이루어진 카나의 혼인잔치나(요한 2,1-12 참조) 열 처녀의 비유(마태 25,1-3 참조) 그리고 혼인 예복에 대한 비유(마태 22,11-13 참조)는 혼인잔치를 배경으로 삼습니다. 또 혼인잔치의 표상은 성경에서 종말을 이야기할 때에 사용됩니다. 혼인잔치에 빠질 수 없는 포도주는 종말의 풍요함을 나타내고 혼인잔치의 기쁨은 종말의 기쁨을 표현합니다.(이사 25,6 참조) 성경은 이렇듯 가장 중요한 관계인 혼인을 통해 믿음의 관계를 표현하고 앞으로 오게 될 모습을 미리 맛보게 해 줍니다.
[2018년 6월 17일 연중 제11주일 서울주보 4면, 허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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