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성경풀이: 약자들과 가난한 이들 | |||
---|---|---|---|---|
이전글 | [인물]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솔로몬 | |||
다음글 | [인물]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예로보암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9-16 | 조회수8,141 | 추천수0 | |
[허규 신부의 성경풀이] 약자들과 가난한 이들
경제적인 요인과 함께 사회 안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노동력이 유일한 재산이었던 이들입니다. 대표적으로 소작인이나 일일 노동자와 노예가 여기에 속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불평등한 힘의 관계에서 생겨난 이들이었습니다.
소작인들은 토지 주인과의 불평등한 계약 관계에서 오는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주인의 몫에 따라 수입이 정해지는 구조였습니다. 작황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일정한 주인의 몫은 정해져 있고 그 이외의 것이 그들의 몫이었습니다. 일일 노동자는 복음서에 나오는 비유를 보면 하루에 한 데나리온을 받았습니다.(마태 20,1-15 참조) 기록에 따르면 한 데나리온으로 밀 12되 정도를 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일일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일 년에 200일 정도 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일자리가 불확실하다는 것이었고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들 역시 가난한 부류에 속합니다.
노예는 사회적으로 가장 억압받는 계층이었습니다. 그들은 재산의 개념으로 모든 것이 주인에게 종속되었습니다. 이런 현실은 성경에서도 자주 언급됩니다. 전쟁의 포로들은 보통 노예가 되었고 심지어 많은 세금과 기근 등의 상황에서 농부들 역시 노예로 전락하기도 하고 빚을 갚지 못하거나 벌을 받아 노예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경제, 사회적으로 가난한 이들에 속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것과 대조적으로 세례 받은 종을 하느님 안에서 한 형제로 받아들이도록 권고합니다.(필레몬서)
그 외에도 여자들과 병자들, 고아들은 대표적인 사회의 약자들이었습니다. 당시에 여자들은 아무런 권한을 갖지 못했고 남자에게 속했습니다. 그들은 제사를 바치는 장소에 갈 수 없었고 어려서는 아버지를 통해 그리고 결혼 이후에는 남편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유다인들 안에는 독특한 법이 있었습니다. 한 형제가 자식을 낳지 못하고 죽으면 다른 형제가 그의 아내와 결혼하는 것입니다.(신명 25,5; 마르 12,18-27 참조) 이렇게 해서 여자의 사회적인 권한을 지켜줍니다. 이런 면에서 과부나 어버이가 없는 고아들은 성경에서 가장 소외된 약자에 속합니다.
성경에서, 특별히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는 달리 여자들에 대한 특별한 시각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 중에는 여자들도 많았고(마르 15,40-41 참조) 비유에서도 자주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또 사도행전은 초대 교회의 성령 강림 때에 여자들과 남녀 종들도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전합니다.
물론 성경이 지금과 비교해서 사회적인 약자들에 대한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소외되던 이들이 예수님의 활동과 초대 교회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2018년 9월 16일 연중 제24주일 서울주보 4면, 허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