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성경풀이: 유다교의 축제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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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11-19 | 조회수7,620 | 추천수0 | |
[허규 신부의 성경풀이] 유다교의 축제들
어느 민족이든 축제는 긴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민족의 특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유다인들에게도 축제는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과 함께 그들의 기본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문화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축제 가운데 중요한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파스카입니다. 과월절 또는 유월절이라고도 부르는 파스카는 이스라엘 민족의 최대 축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축제의 이름은 성경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것으로, 하느님께서 이집트에 내린 마지막 열 번째 재앙을 나타내는 ‘파스카’(지나가다)에서 왔습니다.(탈출 12-13장) 파스카에는 일 년 된 흠 없는 수컷 양을 잡아 구워 먹으며 누룩이 없는 빵과 쓴 나물을 곁들여 먹습니다. 원래 유다인들의 ‘탈출’을 기념하는 이 축제는 가톨릭 안에서 예수님의 최후 만찬 이후 새로운 사건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축제로 바뀝니다.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입니다. 신약성경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행방하신 것처럼 예수님 역시 우리를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같은 표현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파스카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한 구원을 나타냅니다.
유다인들은 파스카 이후 일곱 주간이 지나고 주간절 축제를, 달리 말한다면 파스카 후 50일이 지나고 오순절 축제를 지냅니다. 원래 이 축제는 밀의 수확과 관련된 감사의 축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순절은 지금도 유다인들에게 수확을 감사하는 축제이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오순절 때에 성령 강림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소개합니다.(사도 2장) 예수님의 약속대로 오순절 때에 믿는 이들에게 성령이 내려오시고 그들은 성령의 인도를 따라 교회의 삶을 시작합니다. 오순절 역시 파스카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건 이후 유다인들과 그리스도인들에게 성격이 다른 축제가 됩니다.
이와 함께 유다인들에게 중요한 축제는 초막절입니다. 팔레스티나의 특산품인 과실을 수확하는 시기에 맞춰 축제를 벌이며 일주일 동안 지속됩니다. 역사가인 플라비우스 요셉푸스는 이 축제를 ‘유다인들에게 특별히 중요한 거룩한 축제’라고 소개합니다. 초막절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집을 떠나 초막에서 생활하는 것을 기념하는 것으로 탈출 이후 40년간의 광야 생활을 기억하는 축제입니다. 유다인들에게 광야는 여러 사건을 통해 하느님의 현존을 직접 체험했던 곳이고 지금까지도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여겨집니다. 예수님 역시 공생활 전에 광야에서 단식하며 기도하십니다. 이 외에도 안식일과 안식년 등은 일상에서 맞는 축제의 성격을 갖습니다. 축제는 유다인들에게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일깨우는 잔치입니다.
[2018년 11월 18일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서울주보 4면, 허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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