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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토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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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18 조회수6,652 추천수1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토빗

 

 

페르시아 시대 이스라엘에서는 새로운 기록들이 꽃피웁니다. 잠언과 같은 지혜문학과 미드라쉬 문학이 대표적입니다. 미드라쉬(‘찾다, 탐색하다’라는 말에서 유래)는 성경의 가르침을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구체적으로 풀어내어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법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을 ‘할라카 미드라쉬’라고 부르고, 구체적 인물의 삶을 극적인 방식을 통해 이야기하며 성경의 가르침을 깨우치도록 이끄는 것을 ‘학가다 미드라쉬’라고 부릅니다. 우리 성경에서, ‘토빗, 유딧, 에스테르’ 등이 후자에 해당합니다.

 

토빗기는 기원전 8세기 아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드라쉬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러한 역사적인 부분은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만들기 위한 설정일 뿐이고, 실제 역사와는 부합하지 않습니다. 실제 이야기가 만들어진 시대는 기원전 2세기 초로 보입니다. 이 책은 국가나 민족 차원의 이야기가 아닌, 개인의 삶 속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사는 이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러한 삶으로 나아가도록 독자들을 초대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토빗’(주님은 좋으시다)은 아시리아에 의해 니네베로 유배 간 이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토빗기의 첫 부분에 토빗이 유배 이전 고향에서 어떻게 살았는가(토빗 1,3-9)를 말하는데, 이는 신명기의 율법에 충실한 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납탈리 지파, 곧 북왕국의 주민이었지만, 그럼에도 남쪽의 예루살렘까지 찾아가 거기에서만 제물을 바칩니다(신명 12,4-12), 가난한 이를 위한 십일조(신명 14,22-29; 26,12-13), 맏물의 봉헌(신명 15,19; 26,2), 레위인의 몫(신명 18,3-4) 등에 대한 대목도 다 신명기의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유배를 가며 그 모든 것을 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결혼(토빗 1,9)과 음식 규정(1,11)을 지키고, 정결례(2,5.9; 참조 7,9ㄴ)를 행하며 이스라엘 자손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나갑니다. 그의 실천 중 자선(1,16-17ㄱ), 특히 죽은 이를 장사지내주는 일(1,17ㄴ-18)이 강조됩니다. 그가 목숨의 위협을 받아 모든 재산을 버리고 달아난 것(1,18-22)도 임금의 명령을 거역하고 죽은 이를 묻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그는 이국의 땅, 이민족들 가운데 살면서도 율법의 가르침을 따라 살기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가 죽음을 생각하며 자신의 아들 토비야에게 남기는 유언(4,3-21)도 자기처럼 ‘율법에 따른 삶에 충실하라’는 권고의 말입니다. ‘주님을 경외하라’, ‘어머니에게 효도하라’, ‘간음하지 마라’는 십계명의 규정부터 ‘주님을 생각하고 진리와 선의 삶의 살라’, ‘하느님을 찬미하라’, ‘이스라엘 민족의 후손과 결혼하라’, ‘자선을 행하라’, ‘주님께 간청하라(기도하라)’ 등 당시 ‘해외 유다인 공동체’(디아스포라)에서 강조되던 윤리들이 등장합니다. 결혼과 관련된 말 중, ‘우리는 예언자들의 자손이다.’(4,12)는 말은 그들이 지녔던 선민의식을 엿보게 해줍니다. 자선(4,7-11)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4,14-17)이 중요한 실천으로 강조되는데, 이것이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라고 설명하는 점(4,11.14)은 특이할 만합니다.

 

이렇게 율법에 충실하게 살며 그러한 삶을 살도록 자녀를 교육하는 토빗, 그에게 시련이 닥칩니다. 오순절 축제를 맞아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이스라엘 동포 중의 한 사람이 죽임을 당하고 거리에 그 시신이 버려졌다는 소식이 그의 집으로 전해집니다. 토빗은 지체하지 않고 나가 그 주검을 수습하고 장사를 치릅니다(2,1-7). 사람들의 조롱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아모스 예언자의 말씀(아모 8,10; 토빗 2,6)이 현실처럼 다가와 슬픔에 젖어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2,7). 장사를 지내고 돌아온 그는 더위를 피해 마당에서 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그의 눈에 참새 똥이 떨어져 그만 그는 앞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2,9-10). 이미 재산을 임금에게 다 빼앗긴(1,20) 그의 집은 점차 기웁니다. 품팔이로 가사를 책임지며 4년을 버티던 그의 아내는 참다 참다 결국 한 마디 합니다. “당신의 그 자선들로 얻은 게 뭐죠? 당신의 그 선행들로 얻은 게 뭐죠?”(2,14) 토빗은 비참한 자신의 현실 앞에서 주님께 기도합니다. “주님, 제 목숨을 앗아가게 하소서. 저에게는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습니다.”(3,6) 바로 그날에 ‘엑바타나’라는 또 다른 유배지에서 ‘사라’라는 여인이 절망 속에서, 토빗처럼 ‘죽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합니다(3,7-15). 그는 신혼 첫날 밤을 치르기도 전에 ‘아스모대오스’(페르시아의 악령)에게 남편을 잃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일곱 번이나 그런 일이 벌어져 하녀에게까지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하소연 할 데가 어디에도 없던 사라도 슬픔에 가득 싸여(3,10) 그렇게 주님께 간청하고 있었습니다.

 

절망의 상황, 자신의 힘으로는 도무지 뚫고 나갈 수 없는 거대한 한계상황에서 이 두 사람은 하느님을 찾습니다. 비록 목숨을 거두어달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주님만이 이 모든 상황을 뒤집어 새롭게 하실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기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기도합니다. 주님을 간절히 찾습니다. 주님의 개입을 요청합니다. 이 두 사람의 기도가 마침내 하느님 대전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당신의 천사 ‘라파엘’(주님께서 치유하신다)을 보내 그 둘을 도와주도록 하십니다(3,16-17).

 

이제 토빗의 아들 토비야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그와 만남으로써 사라는 죽음의 절망에서 벗어날 것이고, 토빗은 어둠의 세계에서 벗어나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2018년 12월 16일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의정부주보 5-6면,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선교사목국 성서사목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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