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토비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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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12-23 | 조회수7,083 | 추천수0 | |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토비야
눈이 먼 토빗은 예전에 친척에게 맡겨 둔 돈이 생각납니다(4,1). 그래서 아들 토비야를 보내 그 돈을 받아오게 합니다. 이제부터 토빗기는 토비야의 여행과 결혼 이야기로 바뀝니다. 이 여행길에 주님께서 보내신 천사 라파엘(주님께서 치유하신다.)이 ‘아자르야’(주님께서 기억하신다.)라는 이름의 젊은이로 나타나 길안내자의 역할을 합니다. 천사는 토비야를 라구엘이라는 그의 친척의 집으로 인도해 사라와 결혼하게 합니다.
이 이야기는 여행 도중에 이상한 물고기를 잡는 장면, 그리고 그 물고기의 내장을 이용한 악령의 퇴치 등의 민간전설 같은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는 창세기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바로 이사악과 결혼할 여인을 찾아 나선 아브라함의 종이 하는 말입니다.
“내가 모시고 살아가는 주님께서 당신의 천사를 너와 함께 보내시어 네 여행의 목적을 이루어 주셔서, 너는 내 친족, 내 아버지의 집안에서 내 아들의 아내가 될 여자를 데려올 수 있을 것이다.”(창세 24,40)
천사가 동행하고 친척 중에서 결혼할 여인을 찾는다는 주제가 그대로 담겨 있는데, 그것을 긴 이야기로(4장-10장) 풀어내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학가다 미드라쉬(지난 주 참조) 방식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토비야는 효성이 강한 청년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아버지의 말에 순종해 먼 길을 가지만(5,1),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모습을 보입니다(5,17; 6,15; 9,4.7-9). 장인과 장모를 위한 배려(8,20; 9,7ㄴ)와 마지막에 자신의 부모가 돌아가시자 장인의 집으로 가 그들을 모셨다는 말(14,12-13)은 그의 효심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신혼 첫날밤에 기도하는 모습(8,4-9)은 그가 신앙 안에서 성장했음을 말해줍니다. 그는 순명의 사람이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말과 천사 라파엘의 말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러한 순명이 사라를 괴롭히던 마귀를 쫓아내고, 아버지를 치료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토빗기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는 토빗의 아내 안나입니다. 그는 눈먼 남편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해야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런 상황의 여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나 수입은 매우 한정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4년 동안 침묵 속에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일 잘한다고 얻은 염소를 ‘훔친 것 아니냐?’고 다그치는 남편의 말에 그만 버럭하고 맙니다(2,11-14). 먼 길을 떠나가는 아들 앞에서 보내지 말자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하고(5,18-20), 아들이 돌아올 날짜가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자, 죽었을 거라며 ‘울고 통곡하고’, 아들이 떠난 길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다가 “해가 지면 집으로 들어와 밤새도록 통곡하며 우느라고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10,1-7) 아들이 돌아오자 “달려가서 아들의 목을 껴안고” 죽어도 좋다며 울먹입니다(11,9). 평범한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이 안나가 하는 말 중에, 토비야를 보내지 말라고 남편에게 간청하며 하는 말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살림, 우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5,20) 돈보다는 가족이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족하다는 말, 그 안에는 가족을 위한 자신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평범한 어머니의 비범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또 다른 인물로 라구엘을 지나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는 ‘솔직한 사람’입니다. 토비야를 보자, 자신의 친족 토빗을 닮았다고 표현하고(7,2), 그가 토빗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자 ‘목을 껴안고 눈물을 흘립니다.’(7,7) 자신의 딸 사라를 아내로 달라고 하자, 사라가 겪은 끔찍한 일, 곧 신랑 일곱이 첫날밤을 치르지도 못하고 죽었다는 것을 그대로 말합니다(7,11). 토비야가 신방에 들어가자 그도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당에 무덤으로 쓸 구덩이를 팠다가 도로 메꾸기도 합니다(8,9ㄴ.18).
토빗기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에게 공통적인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동족을 환대하고(7,1-9), 정결례를 지키고(7,9ㄴ), 동족과 결혼하고 율법을 준수하는 것(1,8; 6,13; 7,11.12.13)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냥 선한 마음으로 ‘진심으로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일을 행하는 삶’(14,9), 그런 선한 삶을 삽니다. 그렇게 선한 의지의 사람들을 하느님은 외면하지 않으시고 도와주셔서,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행복한 결말을 얻도록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간절히 기도할 때만이 아니라 주님의 섭리를 발견했을 때도 주님을 찬미하는 말을 쏟아냈나 봅니다(3,1-6.11-15; 8,5-7.15-17; 11,14-15; 13,1-18). 그래서 이러한 찬미의 말이 자손들에게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랐나 봅니다(5,19; 12,6.18.19; 14,9).
토빗기는 해피엔딩입니다. 토빗은 눈을 뜨고, 사라는 결혼을 합니다. 분명 이민족 사이에서 사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 속에서 신앙을 이어가며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님께 충실한 이들은 주님의 도우심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좋은 교훈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잘해 주셨으니, 살아 있는 모든 이 앞에서 그분을 찬미하고 찬양하여라. 그리고 그분의 이름을 찬미하고 찬송하여라. 하느님께서 하신 일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그분을 찬양하기를 게을리하지 마라. 임금의 비밀은 감추는 것이 좋고, 하느님의 업적은 존경하는 마음으로 드러내어 밝히는 것이 좋다. 선을 행하여라. 그러면 악이 너희에게 닥치지 않을 것이다. 진실한 기도와 의로운 자선은 부정한 재물보다 낫다. 금을 쌓아 두는 것보다 자선을 베푸는 것이 낫다.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주고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 준다. 자선을 베푸는 이들은 충만한 삶을 누린다.”(12,6-9)
[2018년 12월 23일 대림 제4주일(자선 주일) 의정부주보 5-6면,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선교사목국 성서사목부 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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