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사도행전 이야기3: 기도 그리고 사도단의 완성(사도 1,12-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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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9-01-19 | 조회수7,538 | 추천수0 | |
[이창훈 위원의 사도행전 이야기] (3) 기도 그리고 사도단의 완성(사도 1,12-26) 하느님께서 뜻하신 부활의 증인 선출하다
- 사도들을 포함한 예루살렘의 형제들은 예수님을 배반한 유다의 자리를 대신할 사도로 마티아를 뽑는다. 사진은 유다가 최후를 맞았던 피밭 ‘하켈 드마’(왼쪽 하단). 현재 그리스 정교회 수녀원이 있는 하켈 드마는 십자군 전쟁 전까지 실제로 아무도 살지 않은 황폐한 땅이었다. 가톨릭평화방송여행사 제공.
예수님 승천 후 사도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기도에 전념합니다. 그리고 배반한 유다를 대신해 마티아를 사도로 뽑습니다.
기도하는 사도들(1,12-14)
사도들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올리브산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그들이 묵고 있던 위층 방으로 올라갑니다. 루카는 올리브산에서 예루살렘까지가 안식일에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만큼 가까웠다고 전합니다. 유다인들은 안식일에는 규정에 따라 1000 걸음 이상 걷지 말아야 했습니다. 어른의 한 걸음이 1m가 조금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올리브산에서 예루살렘까지 1㎞가 안 되는 거리인 셈입니다.
사도들이 올라간 위층 방, 그들이 묵고 있었다는 위층 방이 어디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드신 그 이층 방이라고 여기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리스말 원문의 표현이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말로도 최후 만찬을 했던 방은 “이층 방”으로, 여기에서는 “위층 방”이라고 다른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 방이 꽤 컸으리라는 것입니다. 그 방에는 열한 사도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방에서 함께 지낸 사람들은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그분의 형제들”(1,14)입니다. 여러 여자는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목격한 그 여자들일 것입니다.(루카 23,49) 마리아 막달레나, 헤로데의 집사 쿠자스의 아내 요안나, 수산나,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루카 8,3; 24,10), 살로메(마르 16,2), 제베대오의 아들들의 어머니(마태 27,56)가 그들입니다. “그분의 형제들”은 누구를 가리킬까요? 마르코복음과 마태오복음을 보면 야고보, 요세(요셉), 유다, 시몬입니다.(마르 6,3; 마태 13,55)
그렇다면 위층 방에는 사도들을 포함해서 대략 20명이 함께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루카는 이들 모두가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1,14)고 기록합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친 기도는 어떤 기도일까요? 루카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에 사도들에게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 곧 성령을 입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으라고 당부하셨다고 전합니다.(루카 24,49) 또 사도들이 크게 기뻐하며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줄곧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다고 기록합니다.(루카 24,52-53) 이로 미루어 위층 방에서 바친 기도는 성령이 내리기를 청원하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도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루카는 복음서에서는 사도들이 줄곧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다고 쓰고는, 사도행전에서는 위층 방에서 기도에 전념하였다고 전합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혹시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일까요? 우선은 이런 물음을 던져놓고 봅니다.
마티아를 사도로 뽑다(1,15-26)
루카는 이제 예수님을 배반한 유다를 대신할 사도를 뽑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베드로가 나서서 이야기하는 부분(1,15-22), 베드로의 말이 끝나고 제비를 뽑아 마티아를 사도로 뽑는 부분(1,23-26)입니다.
루카는 “베드로가 형제들 한가운데 서서 말하였다”(1,15)고 하는데 “형제”란 예수님께서 수난 하시기 전에 베드로에게 당신을 부인할 것을 예고하시면서 “네가 돌아오거든 네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주어라”(루카 22,32) 하고 말씀하셨을 때의 그 형제와 같은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처럼 예수님을 믿고 따르던 이들, 남녀를 불문하고 그리스도인들을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베드로가 “형제 여러분…”(1,16)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대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자리에 모인 형제들이 120명가량 됐다고 하는데 12란 숫자는 이스라엘 백성 12지파를 상징한다고 학자들은 봅니다.
베드로가 한 말 또한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부분은 유다의 최후에 관한 부분입니다.(1,16-19) 베드로는 유다가 “부정한 삯으로 밭을 산 뒤 거꾸로 떨어져 배가 터지고 내장이 모조리 쏟아졌다”면서 이 일이 예루살렘의 모든 주민에게 알려져 그 밭이 그들 지방 말인 아람 말로 ‘하켈 드마’ 곧 ‘피밭’이라고 불리게 됐다고 이야기합니다.(1,18-19)
둘째 부분은 유다를 대신할 사도를 뽑는 기준에 관한 내용(1,21-22)입니다. 베드로가 제시하는 기준은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예수님의 세례 때부터 승천 때까지 사도들과 줄곧 함께 지내면서 동행한 사람이어야 하고, 둘째는 사도들과 함께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베드로는 유다의 비참한 최후에 관한 일과 유다의 직무를 대신할 사도를 뽑는 일이 모두 “성령께서 다윗의 입을 통하여 예언하신 성경 말씀이 이루어져야 했기”(1,16) 때문이라며 시편의 두 구절을 인용합니다.(1,20) 하나는 “그들이 사는 곳은 황폐해지고 그들의 천막에는 사는 이가 없게 하소서”라는 시편 69편 26절의 말씀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직책은 남이 넘겨받게 하소서”라는 시편 109편 8절의 말씀입니다. 여기서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는 분이 바로 성령이심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사도들이 펼치게 될 활동이 성령에 의한 활동임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베드로의 말이 끝나자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유다를 대신해 사도직을 수행할 후보자로 두 사람을 내세웁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 가운데서 유다를 대신해 사도직을 맡을 사람을 가리켜 달라는 기도를 바친 후 두 사람에게 제비를 뽑게 합니다. 마티아가 뽑혀 열한 사도와 함께 사도가 됩니다.(1,23-26)
생각해봅시다
유다를 대신할 사도로 마티아를 뽑는 이야기는 공동체에서 지도자 또는 일꾼을 뽑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우선 필요한 것은 공동체를 위해 요구되는 지도자 또는 일꾼의 선발 기준입니다. 그 기준은 누가 보더라도 합당한 기준이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그 기준에 맞는 후보자를 복수로 내세우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기도하는 일입니다. 기도의 내용은 우리가 바라는 사람을 뽑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뜻하시는 사람을 뽑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당사자들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제비뽑기는 공동체 안의 특정한 사람이나 계파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사자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사람을 뽑는 데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그 일에 필요한 합당한 기준을 설정하거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두 번째로 그 기준이나 계획에 맞게 노력해야 합니다. 노력하지 않고 이룰 수 있다는 기대는 허황한 꿈일 것입니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면서 하느님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내가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뜻하시는 대로 이루어지도록 청하는 것이 청원기도의 올바른 자세임을 위층 방 형제들의 기도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사심 없이 결정을 내리거나 일을 집행하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결과에 승복하는 것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월 20일, 이창훈 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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