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라삐 문헌 읽기: 교훈적이며 호교적인 미드라시 아가다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신약]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16: 세례자 요한의 활동과 증언(마르 1,2-8)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9-01-20 | 조회수8,030 | 추천수1 | |
[라삐 문헌 읽기] 교훈적이며 호교적인 미드라시 아가다
구약 성경을 둘러싼 유다교 문헌은 참으로 다양하고 방대하다. 유다인들은 하느님의 뜻과 계획이 성경 안에 담겨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구약 성경을 해석하고 연구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그 방대한 성과들 가운데, 전통적으로 라삐들이 성경을 다루어 온 형식이자 성경에 대한 신학적 통찰을 ‘미드라시’(שׁרדמ)라고 한다.
좁은 의미에서 미드라시는 ‘묻다, 탐구하다, 해석하다’라는 뜻의 동사(히브리어로 다라시שׁרד)에서 파생된 ‘연구, 해석, 주석’이라는 의미의 명사이다. 그런 탐구와 해석의 결과를 담은 작품 자체를 ‘미드라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성경만이 하느님께서 유다인에게 내리신 유일하고 일관된 계시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그들은 미드라시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과 만나는 장으로 삼았다. 미드라시의 기본 원칙은, 성경 구절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어 다양한 해석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해석 가운데 어떤 것은 인정받아 오래 보존되는 반면, 어떤 해석은 다른 평가를 받아 그저 그런 표현으로만 남는다.
미드라시는 그 형식도 다양하여 변경과 보충, 부연과 확장, 강조와 개작 등의 기법을 사용한다. 미드라시는 크게 둘로 나뉜다. 종교법과 윤리적 규정들, 구약 성경에서 규정하지 않은 세부 사항을 보충한 ‘미드라시 할라카’(הכלה רדמשׁ)와, 교훈적이고 호교적이며 더욱 창조적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미드라시 아가다’(הדגא רדמשׁ)가 그것이다. 특히 미드라시 아가다는 성경에 없는 이야기를 채워 넣거나, 모순을 없애려고 연관성 없어 보이는 본문을 끌어다 연결하기도 하여, 때로는 성경을 임의로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아래 두 편의 ‘아가다’는 동화 또는 우화의 성격을 띤 미드라시이다. 첫 편은 탈출기 “모세가 자란 뒤 어느 날”(2,11), 곧 어린 모세에게 일어난 성경 속 숨은 이야기로서 「미드라시 탈출기 라바」에서 인용하였다. 둘째 편은 시편 “땅이 뒤흔들리고, 하늘마저 물이 되어 쏟아졌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시나이의 그분, 하느님 이스라엘의 하느님 앞에서”(68,9)를 풀이한 「시편 미드라시」이다.
어린 모세에게 닥친 죽을 고비
어린 모세는 파라오의 딸과 궁에서 살면서 무럭무럭 잘 자랐다. 파라오의 딸은 그를 자기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였고, 이집트 임금 파라오도 모세와 자주 놀아 주었다. 모세가 세 살 때 파라오에게 안겨 왕관을 만지고 써 보며 놀고 있었다. 이를 본 이집트 제후 발라암이 놀라 큰 소리로 외쳤다. “임금님, 현인들이 하던 말을 잊으셨습니까? 어느 날 누군가 나타나 파라오의 왕관과 왕국을 빼앗을 것이라고 예언하지 않았습니까? 보십시오. 모세가 지금 임금님의 왕관을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가 이 왕국을 빼앗을 사람이라는 표시입니다.”
파라오는 발라암의 말을 듣고 두려워 원로 회의를 소집하였다. 그 가운데는 실제로 이집트의 원로가 아니면서 원로인 것처럼 변장한 가브리엘 천사가 끼어 있었다. 원로들도 발라암의 말을 듣고 모세가 그 예언의 주인공일까 봐 두려워 떨었다. “그가 분명히 우리 왕국을 빼앗을 것입니다. 그를 죽여야 합니다.”
모두가 동요하여 모세를 죽이려고 공모할 때, 변장한 가브리엘 천사가 나서서 말하였다. “모세는 그저 어린아이일 뿐입니다. 파라오의 왕관을 벗겼다고 해서 꼭 모세가 왕국을 빼앗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를 시험해 봅시다. 모세 앞에 금덩어리와 발갛게 타는 석탄을 놓고 그가 무엇을 고르는지 보고 결정합시다. 만일 금을 만지면 모세가 파라오의 왕관은 물론 금의 값어치를 알고 있다는 뜻이니, 그때는 그를 죽여야 합니다. 그러나 석탄을 만지면 어린아이가 파라오의 왕관을 장난감 정도로 여긴 것이니, 살려 둡시다.”
원로들이 이 시험에 동의하였다. 한 신하가 반짝이는 금덩어리와 발갛게 타는 석탄을 모세 앞에 두었다. 어린 모세는 금이 있는 쪽으로 손을 들려고 하였으나, 가브리엘 천사가 몰래 재빨리 모세의 손을 찔러 모세가 석탄을 잡게 했다.
다행히 파라오의 시험은 무사히 통과하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렇듯이 모세는 타는 석탄을 입에 물어 혀를 데었고, 그 뒤로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잘 자라 그의 백성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빼앗은 지도자가 되었다(탈출기 라바 1,26).
왜 시나이산이어야만 했을까
모든 피조물, 새들과 바람, 강들과 산들이 새로운 소식을 들었다. 곧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산꼭대기에서 십계명을 선물로 주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산이 어딘지는 아무도 몰랐다. 모든 산은 뽑히기를 바랐고, 저마다 그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타보르산이 나섰다. “하느님께서 분명히 나를 뽑으실 것일세. 나는 가장 높은 산으로, 하느님이 대홍수를 보내셨을 때 물이 덮치지 않은 유일한 산이지. 노아와 방주는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길 기다리면서 나한테서 쉬었다네.” 그가 으스대자 산비탈이 떨리고 진동하여 짐승들은 깨어나고 덤불의 잎들은 흔들리다 떨어졌다.
“그건 맞아.” 카르멜산이 말하였다. “그렇지만 내가 아니었으면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를 건너지 못했을 거야. 이집트인들에게 쫓길 때 그들 앞에는 바다뿐이었으니까. 그들은 다시 붙잡혀 이집트로 돌아갈 뻔했지. 그런데 내가 그들을 구하지 않았겠나. 내가 바다 가운데로 내려가 이스라엘이 내 등을 밟고 건너갈 수 있게 했다네.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나를 뽑으실 것일세.” 카르멜산이 우쭐대자 들짐승들이 골짜기와 도랑으로 굴러떨어졌다.
시온산이 이 논쟁에 합류하였고, 그다음에는 헤르몬산이 나섰다. 이렇게 저마다 강하게 자신을 내세웠다. 아담한 시나이산만이 잠자코 있었다. 시나이산은 속으로 ‘왜 하느님께서는 나를 선택하셨을까? 나는 정말 가장 보잘것없고 공을 세운 적도 없는데….’ 하고 생각하였다. 그 논쟁은 밤새 계속되었다. 짐승들과 새들은 쉴 수 없었고 나무와 꽃들조차 짜증이 나서 서로 다투었다.
갑자기 어떤 소리가 들리더니 산들을 진정시켰다. “자랑들 그만하여라.”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결정할 일이다.” 산들은 조용해졌고, 새들과 짐승들, 나무들과 꽃들도 귀를 기울였다. “내가 선택한 산은 가장 보잘것없고 겸손한 산, 바로 시나이산이다.”
나머지 산들은 놀라며 불평하였으나 짐승들과 새들은 기뻐하였다. 존재감 없던 시나이산은 이렇듯 위에서 아래까지 찬란히 빛났다(시편 미드라시 68,9).
첫 번째 이야기는 「성경」의 아주 짧은 구절 “모세가 자란 뒤 어느 날”(탈출 2,11)에서 시작하여, 모세가 어떻게 자랐는지, 하느님께서 모세의 성장에 어떻게 개입하셨는지,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의 위대한 지도자 모세가 ‘입도 무디고 혀도 무디어 말솜씨가 없게 된’(탈출 4,10 참조) 사연까지 설명하였다.
두 번째 이야기는 “시나이의 그분 하느님”(시편 68,9)이라는 표현에서 시작하여, 하느님의 선택과 계획에 따라 보잘것없고 겸손한 시나이산이 모세에게 십계명을 선물로 건네신 거룩한 장소로 거듭나게 되었음을 재미있는 우화로 풀어내었다. 두 편 다 하느님의 섭리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신다는 확고한 신념을 보여 준다.
이 자리가 유다인들이 성경 해석에 쏟은 정성과 그들의 신실한 가르침을 배울 기회가 되길 바란다.
* 강지숙 빅토리아 -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9년 1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