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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서의 해: 인류의 범죄 이야기(창세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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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13 조회수7,748 추천수1

[2019 사목교서 ‘성서의 해Ⅰ’] 인류의 범죄 이야기(창세 3장)

 

 

하느님의 천지 창조(창세 1-2장) 이후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에덴동산에서 벌어지는 장면입니다(창세 3장). 그 장면은 에덴동산의 열매인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에 초점을 맞춥니다. 보기에도 탐스럽고 먹기에 좋은 온갖 나무들이 에덴동산에서 자라나고 있지만, 단 하나의 열매는 인간이 절대로 손을 대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뱀에게서 시작되는 유혹은 여자에게, 다시 남자에게 이어지면서 인류의 첫 범죄가 시작됩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은 세상이 인간의 죄로 변해갑니다.

 

아마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한 번씩 질문을 던져 보았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왜 선악과를 만드셔서 아담과 하와가 그것을 먹게 만드셨을까? 만약에 하느님께서 선악과를 만들지 않으셨다면, 첫 범죄도 없었을 텐데···.”,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인간이 죄를 저지를 것을 몰랐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적이고, 인간이 그렇게 범죄를 저지를 것을 알고도 선악과를 만드셨다면, 하느님이 더 나쁜 분이 아니신가?”

 

하지만, 창세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인류의 첫 범죄가 이러한 모습으로 진행되었다는 사건의 보도가 아닙니다. 창세기는 첫 범죄 이야기를 통해서 죄가 무엇이고, 죄로 인한 결과가 어떠한 것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첫 인류의 첫 범죄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바는 무엇일까요?

 

▶ 죄는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강조합니다. 아담과 하와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절대로 따먹지 말라는 명령을 거스릅니다.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는 행위, 그것이 바로 죄입니다.

 

▶ 죄는 유혹을 통해서 다가옵니다. 그냥 행해지지 않습니다. 범죄 이야기는 죄의 행위만을 단순하게 묘사하지 않습니다. 첫 인간인 아담과 하와는 열매를 바로 따먹는 것이 아니라, 뱀으로부터 유혹을 받습니다.

 

뱀의 유혹은 하느님의 명령을 쉽게 잊도록 만들어 버리고, 그 열매가 오히려 더 먹음직스럽고 더 탐스럽게 만들어 줍니다. 유혹은 그렇게 눈을 변화시킵니다.

 

▶ 죄는 개인의 행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확장성이 강조됩니다. 유혹을 받은 여자는 혼자서 먹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는 남자에게 그 열매를 건네줍니다.

 

▶ 죄는 하느님과의 관계의 단절을 가져옵니다.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하느님의 뜻을 거스른 인간은 열매를 따먹는 순간부터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이 아니라 하느님을 피해서 숨어버립니다. 주님과의 관계가 단절됩니다.

 

죄로 인해 자신들의 발가벗게 지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피해 숨으면서 주님을 거부합니다.

 

▶ 죄의 결과로 주어지는 심판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으로부터 심판을 받습니다. 노동과 출산의 고통을 벌로 받게 되면서 하느님과 함께 머물던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합니다.

 

▶ 하지만, 그들은 심판만 받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입혀주시는 가죽옷을 통해서 하느님의 따뜻한 자비도 체험하게 됩니다.

 

이처럼 인류의 첫 인간인 아담과 하와의 범죄 이야기는 우리에게 죄가 무엇인지, 죄가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죄의 결과로 생기는 벌과 하느님의 심판, 그분의 자비를 알려줍니다. 인류의 첫 범죄 이야기는 인간의 죄가 지닌 무서움을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죄는 하느님 창조의 힘을 파괴하는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던 세상이 인간의 죄로 인해 파괴되고 ‘그 좋음’이 유지될 수 없게 됩니다. 하느님의 심판이 무섭고 두렵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좋은 세상을 더 이상 좋은 세상으로 바라볼 수 없고, 하느님의 부르심에 “예, 여기 있습니다!” 하면서 하느님을 마주하는 삶이 아닌 숨어버리는 삶을 살도록 만들어 버립니다. 인류의 첫 범죄 이야기. 그것은 아담과 하와만의 이야기, 그들만이 책임져야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2019년 2월 10일 연중 제5주일 인천주보 4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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