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갈무리] 해웃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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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꽃 자체의 부분 부분을 가리키는 말들을 훑어보았다면, 이제부터는 꽃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말들을 알아보자. 꽃이 성기이든 아니든 꽃이 주는 일반적인 관념은 아름다움이고, 그래서 꽃은 자연스럽게 여자를 의미하게 된다. 꽃나이나 꽃띠는 한창 젊은 여자의 나이를 뜻한다. ‘꽃 본 나비’라고 여자가 꽃이라면 남자는 나비인데, 나비나이나 나비띠라는 말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하기야 나비는 꽃처럼 피었다 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창때를 따로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꽃과 나비를 붙여 놓은 꽃나비라는 말은 무동, 즉 조선시대 궁중의 잔치 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 또는 농악대나 걸립패의 공연에서 상쇠의 목말을 타고 춤추고 재주를 부리던 아이를 가리킨다.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담장을 넘기 위해 남의 어깨 위에 올라타는 것을 ‘무동을 탄다’고 하는 것은 여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꽃뱀이나 꽃값의 꽃은 물론 여자를 뜻하지만 좋지 않은 뜻이다. 꽃뱀은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몸을 허락한 다음 금품을 우려내는 여자 제비족을 가리킨다. 꽃값은 여자와 관계를 가진 뒤 그 대가로 주는 돈으로, 다른 말로는 화대, 놀음차, 해웃값이라고 한다. 해웃값은 ‘해의+ㅅ+값’이 변한 말로, 옷(衣)을 벗는(解) 값이라는 뜻이다. 옛날 기생을 뜻하는 해어화는 직역하면 ‘말을 알아듣는 꽃’인데, 이 말은 원래 중국 당나라의 현종이 자기 애인 양귀비를 가리킬 때 처음 썼던 말이라고 한다. 물론 자기 애인에게 기생이라는 뜻으로 그랬을 리는 없을 테고, 그때는 미인이라는 뜻으로 썼던 말이 나중에 와서 기생을 지칭하는 말로 바뀌게 되었을 것이다.
꽃구름은 여러 가지 빛을 띤 아름다운 구름, 꽃노을은 곱게 물든 저녁 노을, 꽃불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이다. 어린아이가 죽어서 된 귀신은 꽃귀신이라고 한다. 꽃달임은 진달래가 필 때에 그 꽃을 따서 전을 부치거나 떡에 넣어 여럿이 모여 먹는 놀이, 즉 화전놀이를 가리킨다. 꽃달임은 음력 삼월 초사흘, 그러니까 삼짇날에 많이 했다고 한다. 꽃글은 꽃밭에 여러 색깔의 꽃으로 색을 배합해 새긴 글씨를 가리킨다. 지난 4월에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꽃 박람회 때도 고양 시내에서는 ‘WFEK’를 새긴 꽃글을 많이 볼 수가 있었다. 나는 꽃 박람회가 열린 호수공원의 길 건너 바로 앞에 살면서도 구경 한번 못했지만 말이다. ‘WFEK’는 ‘World Flower Exhibition Koyang’을 줄인 것이다.
(장승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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