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서의 해: 나는 있는 나다(탈출 3,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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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9-05-20 | 조회수7,830 | 추천수0 | |
[2019 사목교서 ‘성서의 해Ⅰ’] 나는 있는 나다(탈출 3,14)
탈출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겪고 있는 모든 억압과 핍박으로부터 벗어나 하느님의 품으로 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이집트 탈출 사건 보도에 그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탈출기의 저자는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우리들에게 소개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천천히 단계적으로 하느님이 누구이신지를 밝혀집니다.
탈출기에서 하느님의 첫 등장은 아주 짧고 간결하게 묘사됩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신음과 그들의 탄식을 통해서 그들의 처지를 인지하는 분으로 등장합니다(탈출 2,25). 하느님은 책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지 않으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물론이요, 요셉을 알지 못하는 파라오 모두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창세기를 읽은 독자들은 분명 하느님이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데, 탈출기의 등장인물들은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모른 채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렇게 감춰져 있던 하느님은 모세와의 만남 속에서 자신을 거침없이 계시하십니다(탈출 3-4). 모세는 백성들과 파라오, 그리고 우리 독자들을 대신해서 하느님의 이름을 여쭤봅니다: “그들이 저에게 ‘그분 이름이 무엇이오?’ 하고 물을 터인데, 제가 그들에게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하겠습니까?”(탈출 3,13). 이 물음에 하느님께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하십니다. “나는 있는 나다. ...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있는 나`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여라.”(탈출 3,14). 뒤이어 바로 또 다른 이름을 알려주십니다. “‘너희 조상들의 하느님, 곧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신 야훼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여라. 이것이 영원히 불릴 나의 이름이며, 이것이 대대로 기릴 나의 칭호이다.”(탈출 3,15). 모세의 물음에 “나는 있는 나다”, “있는 나”, “야훼”라는 세 가지 이름으로 대답하십니다.
하느님의 이름에 대해서 짧게 언급하고자 합니다. 처음의 두 이름은 ‘있다’, ‘존재하다’ 라는 의미를 지닌 היה(hayah) 동사에서 왔습니다. 이상하고 신기하게 보이는 하느님의 이름을 히브리어 원문으로 조금 자세히 분석해 보면, “나는 과거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라는 존재론적 의미를 지닌 이름입니다. 또 “야훼(יהוה : YHWH)”는 하느님께서 자신의 이름이라고 직접 밝히십니다. 이는 “나는 있는 나다(אהיה אשר אהיה)”라는 히브리어 표현과의 유사한 형태에서 온 이름이라는 해석도 있으나, 정확한 어원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스라엘 백성은 야훼라는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야훼(יהוה)”라고 쓰고 주님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도나이(אדני)”라고 읽습니다.
이러한 유다인들의 전통을 수용하여서 우리 성경책에서도 “야훼(יהוה)”라고 표기된 부분을 “주님”으로 표기하였습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하느님께서 자신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계시하는 장면인 탈출기 3,15; 6,2.3; 33,19; 34,5; 이사야서 42,8; 예레미아서 16,21에서는 “야훼(יהוה)”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조금 복잡하지만, 하느님의 이름 부분이 매우 중요하기에 짧게라도 언급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하느님은 자신의 이름을 모세에게 계시하십니다. 그리고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전달됩니다(탈출 4,27-31). 모세를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들은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을 믿고, 무릎을 꿇어 경배합니다(탈출 4,31). 하지만, 이 탈출 드라마에서 하느님의 저항 인물로 등장하는 파라오는 이스라엘 백성과는 달리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 주님(야훼)이 누구이기에 그의 말을 듣고 이스라엘을 내보내라는 것이냐? 나는 그 주님(야훼)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이스라엘을 내보내지도 않겠다.”(탈출 5,2).
이제 탈출기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하느님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세와 아론, 이스라엘 백성, 마지막으로 파라오도 주님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또 어떤 분이신지 알려주고자 하는 탈출기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지요. 뒤이어 나오는 본문들은 “야훼(יהוה)”라는 이름을 지니신 하느님의 능력을 보여줄 것입니다. 하느님의 이름. 그것은 우리가 지금껏 몰랐던 이름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름을 통해서 반응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나는 하느님의 이름에 대하여, 누구인지 모른다고 외면하는 파라오의 모습이었습니까? 아니면 믿고 경배했던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이었나요? 이 물음 안에서 야훼라는 주님의 이름을 마음에 새겨 봅시다.
[2019년 5월 19일 부활 제5주일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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