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서의 해: 파스카 축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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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9-06-03 | 조회수8,886 | 추천수2 | |
[2019 사목교서 ‘성서의 해Ⅰ’] 파스카 축제
부활 시기가 되면 우리는 ‘파스카’라는 단어를 참으로 많이 듣게 됩니다. 부활 시기 감사송에는 이러한 구절이 나옵니다: “그리스도께서 파스카 제물이 되신 이 밤(날, 때)에 더욱 성대하게 찬미함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울러 부활 성야 미사에서 구약의 일곱 개 독서가 낭독됩니다. 많은 경우에, 사목적(司牧的) 이유로 일곱 개의 독서 가운데 최소 세 개 이상의 독서가 낭독됩니다. 이 가운데에서 반드시 낭독되어야 하는 독서가 있는데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갈대바다를 건너는 장면을 묘사하는 탈출기 14,15-15,1입니다. 그리고 화답송으로는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이어집니다(탈출 15,1-18). 예수님의 죽음과 이스라엘 백성의 파스카 사건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이집트를 향한 하느님의 재앙 이야기가 탈출기 7,14-11,10까지 이어지다가 열 번째 재앙을 앞두고 갑자기 파스카 축제, 무교절의 이야기로 중간에 단절됩니다. 마지막 재앙인 이집트의 맏아들과 맏배의 죽음이 파스카와 깊은 관련을 맺기 때문입니다.
탈출기 12,1-14.21-28.43-51은 파스카 축제에 대한 설명과 하느님의 지시사항과 세칙에 대해서 알려줍니다. 시기적으로는 이스라엘 백성이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닛산달에 이뤄집니다. 축제를 지내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짐승은 작은 가축으로 일 년 된 흠 없는 수컷으로 양이나 염소 가운데서 마련합니다. 그리고 닛산 달 열나흗날 저녁에 공동체가 함께 짐승을 잡고 피는 받아서 짐승을 먹는 집의 두 문설주와 상인방에 바릅니다. 그리고 고기는 누룩 없는 빵과 쓴나물을 곁들여 먹습니다.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허리에 띠를 매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서둘러서 먹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을 위한 파스카입니다(탈출 12,11 참조).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축제일까요? 이스라엘 백성은 파스카 음식으로 잡은 짐승의 피를 집의 문설주에 바릅니다. 주님께서 이집트를 칠 때, 그 피를 보고 그 집은 거르고 지나가서 이스라엘은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하십니다(탈출 12,13 참조). 하느님 백성이라는 표지로서의 피입니다. 여기에서 사용된 “거르고 지나가다”라는 단어가 바로 히브리어 פסח(Peschach: 페샤흐)입니다. 이것이 아람어로 옮겨지면서 ‘Pascha’라고 음역이 되었고, 라틴어로 이와 같이 음역하면서 ‘파스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집을 거르고 지나가신 사건, 그것을 경축하는 것이 바로 파스카 축제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렇게 하느님의 거르고 지나가심을 통해서 이집트를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집트의 맏아들과 맏배의 죽음 이후 이집트 탈출 사건의 절정은 갈대바다를 건너는 사건에서 드러납니다(탈출 14,5-31). 그렇게 죽음의 땅으로 상징되는 이집트에서 약속의 땅으로 향해가는 여정, 갈대바다를 건너는 그 사건도 넓은 의미에서 파스카로 간주됩니다. 하느님께서 거르고 지나가신 사건을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은 갈대바다를 건너, 억압과 종살이에서 벗어나 약속의 땅, 자유의 땅을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그렇게 파스카를 체험한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의 노래를 부릅니다(탈출 15,1-18 참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이스라엘 백성의 파스카와의 연관성 안에서 바라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바로 예수님이 우리 죄를 대신하여 봉헌된 흠 없는 어린양이며, 그 어린양의 피로 하느님께서 거르고 지나가셔서 우리를 억압과 죽음에서 자유와 영생의 영역으로 이끌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구약의 파스카와 구별되는 새로운 파스카 축제를 지냅니다.
파스카는 해방의 축제입니다. 하느님의 강한 손으로, 억압받는 백성이 자유와 해방을 선사받은 기쁨의 축제입니다. 구약의 파스카 사건이 이제 예수님의 죽음으로 더 큰 해방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죽음까지도 이겨낸 새로운 파스카 사건으로 이제 우리에게 죽음의 두려움과 걱정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나를 억누르는 그 고통과 아픔들에서 새로운 파스카와 함께 해방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2019년 6월 2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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