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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의 세계: 프네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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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6-11 조회수6,783 추천수0

[성경의 세계] 프네우마

 

 

프네우마(Pneuma)는 숨과 호흡을 뜻하는 희랍어다. 원형은 동사 프네오(Pneo)로 바람이 분다는 뜻이다. 프네우마 원래 의미는 움직이는 공기라 할 수 있다. 희랍인은 이 공기를 만물의 근원으로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희랍어 성경에선 성령이 프네우마로 표기된다. 유대인은 기원전 3세기 히브리 경전을 희랍어로 번역했다. 당시 대부분 유대인은 히브리말보다 희랍어를 사용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전승에 의하면 12지파에서 6명씩 차출해 번역을 맡겼다. 70인 역이라 불리는 이유다. 로마식 표기는 LXX. L은 50, X는 10이다.

 

프네우마는 히브리어 루아흐(Ruah)의 번역이다. 창세기에 의하면 주님께서 첫 사람을 만드실 때 숨을 이용하셨다.(창세 2,7) 아담을 흙으로 만드신 뒤 숨(루아흐)을 불어넣자 움직이는 인간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루아흐는 주님의 숨과 호흡을 표현한 단어다. 구약성경에 300회 이상 등장한다. 그만큼 히브리인을 사로잡았던 말이다. 그 루아흐가 희랍어 성경에선 프네우마로 번역된 것이다. 우주의 바람 역시 주님의 숨이요 호흡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국포교에 나섰던 예수회 신부들은 성경을 한문으로 번역한다. 그들은 루아흐와 프네우마 번역을 고심하다 성신(聖神)으로 표기했다. 거룩한 귀신이란 뜻이다. 1977년 발간된 공동번역에선 성신을 성령(聖靈)으로 바꿨고 지금은 이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고대 희랍에선 프네우마를 의학용어로도 사용했다. 우주와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도 공기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봤다. 피와 함께 생리작용의 근원으로 여겼다. 그러기에 죽음은 호흡중단으로 해석되었다. 따라서 프네우마 중단도 죽음이 된다. 영적 죽음이 된다. 살아있음은 주님 숨결 안에 있다는 것과 같다. 바람이 부는 건 우주의 생명을 지탱시키는 그분의 호흡이다.(창세 8,1) 매일 그 바람(프네우마)을 만나는 것은 성령님을 만나는 것과 같다.

 

구약의 판관과 예언자는 보통사람들이었다. 주님의 영이 내리자 초자연적 사람들로 바뀌었다. 주님께서 숨(루아흐)을 불어넣으셨기 때문이다. 성령(프네우마)께서 그들을 움직이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성 생활은 특별한 삶이 아니다. 거룩한 영을 따라가는 삶이다. 나무는 바람이 불면 분명한 반응을 보인다. 현실에서 주님 숨결을 느낀다면 반응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영성 생활이다. 그분께서 숨을 불어 넣으시자 흙덩이가 사람이 되었다.(창세 2,7) 성령께서 오시면 죽었다고 포기한 것도 살아난다.

 

[2019년 6월 9일 성령 강림 대축일 가톨릭마산 8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신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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