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서의 해: 사무엘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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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9-10-01 | 조회수7,093 | 추천수1 | |
[2019 사목교서 ‘성서의 해Ⅰ’] 사무엘기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었던 판관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립니다. 동시에 이스라엘 백성 공동체는 새로운 왕정(王政)체제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판관의 마지막 시대이며, 왕정의 새로운 시작점에 사무엘이라는 마지막 판관이 등장합니다. 사무엘의 등장과 함께 사무엘기가 시작됩니다. 사무엘의 책이라는 제목만 본다면, 독자들은 사무엘의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무엘기에서 사무엘은 전반부(1사무 1-7장)에서만 활약할 뿐입니다. 실질적 주인공은 사울과 다윗, 그 중에서도 다윗 임금입니다. 그렇다면 사무엘기라는 책의 제목이 붙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무엘기는 이스라엘의 통치체제가 지파들의 연합체에서 왕정이라는 국가 체제로 옮겨지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그 가운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 바로 사무엘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역할을 부각시키고자 사무엘의 책이라는 이름이 붙여집니다.
사무엘은 히브리어로는 쉐무엘(שמואל)이라고 발음됩니다. 사무엘의 이름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하느님의 이름’, 혹은 ‘그분의 이름은 하느님’이라는 뜻입니다. 둘째는 ‘하느님께서 (청원을/기도를) 들어주셨다’라는 뜻입니다. 두 번째 해석은 사무엘의 탄생 이야기와 관련이 되어있습니다.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는 주님께서 태를 닫아 놓으셨기 때문에 자식이 없음을 슬퍼하였습니다. 그러한 고통 속에서 한나는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고 그 기도를 통해서 얻은 아들이 바로 사무엘이었습니다(1사무 1,20 참조). 사무엘이란 이름이 지닌 의미는 두 가지가 다 유효합니다. 사무엘의 이름 속에 하느님이 계시다는 사실이 중요하지요. 그의 이름은 하느님께서 사무엘과 함께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활동을 하실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하여 줍니다.
사무엘기는 상권과 하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두 권의 책은 분리된 책이 아닙니다. 상권과 하권의 각 내용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따라서 책을 두 권으로 나눈 이유는 단순합니다. 분량이 많기 때문에 분리한 것이지요. 정경목록에서 두 권으로 구성된 열왕기와 역대기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마카베오기는 상권과 하권이 완전히 구별된 책입니다(이 부분은 마카베오기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사무엘기의 전체 구성은 1사무 1-7장(‘1사무’는 사무엘기 상권의, ‘2사무’는 사무엘기 하권의 표기 방법입니다)에서는 사무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판관의 마지막 시대를 마무리합니다. 사무엘의 탄생과 사무엘의 소명사화(召命史話)를 시작으로 판관으로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1사무 8-15장에서는 사무엘과 함께 이스라엘의 첫 번째 임금 사울이 등장합니다. 8장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은 임금을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하느님께서 사울을 선택하시고, 사무엘은 사울에게 기름을 부어 임금으로 세웁니다. 1사무 16-31장에서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임금으로 평가되고 추앙받는 다윗 임금이 등장합니다. 사울이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기에 이제 사울을 하느님의 눈 밖에 나게 됩니다. 아울러 다윗의 높아지는 인기에 사울은 질투와 시기를 품고 심지어는 다윗을 죽이려고 합니다. 다윗에게도 사울의 목숨을 뺏을 기회가 있었으나 사울이 바로 ‘하느님의 기름부음 받은 이’라는 이유로 그의 목숨을 함부로 거두지 않습니다. 다윗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줍니다. 바로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그분을 섬기는 사람입니다. 사무엘기 하권으로 넘어가면서 이제 주인공은 다윗 홀로 남습니다. 2사무 1-10장에서는 사울의 죽음과 임금으로 즉위하는 다윗을 묘사합니다. 하느님께서 성별(聖別)한 자, 그리고 그에게서 시작되는 다윗 왕조를 향한 하느님의 약속이 주어집니다. 승승장구하는 다윗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승과는 정반대의 길을 다윗은 걷습니다. 그 추락은 2사무 11-20장에서 알려줍니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는 부하의 아내를 취하였으며, 자신의 아들 압살롬의 반란과 그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소위 잘나갈 것 같던 다윗도 결국 자신의 욕심과 탐욕으로 좌절의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마지막 2사무 21-24장에서는 부록의 이야기로 전체 사무엘기가 마무리됩니다.
사무엘기는 이스라엘의 역사적 격변기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그 격변의 시대에 그들은 하느님의 가르침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았는지를 물어봅니다. 또한 왕정이라는 새로운 체제 속에서 참된 임금이신 하느님의 통치와 지상의 대리자인 인간 임금의 통치가 어떠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강조합니다, 하느님만이 참되고 유일한 임금님이라는 사실을.
[2019년 9월 29일 연중 제26주일(이민의 날)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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