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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라삐 문헌 읽기: 사울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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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30 조회수6,720 추천수0

[라삐 문헌 읽기] 사울 임금

 

 

사울은 판관 시대에서 왕정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살았던 이스라엘의 첫 임금으로, 주님의 영을 받았으나 등을 돌린 사무엘과(“사무엘은 죽는 날까지 사울을 다시 보지 않았다”[1사무 15,35].) 잘나가는 젊은 다윗(“사울은 수천을 치시고 다윗은 수만을 치셨다네”[1사무 18,7].) 사이에서, 구질서와 새로운 체제 사이에서 소외된 비운의 영웅이다.

 

다음은 사울의 등장과 몰락, 그가 지도자로서 겪은 갈등과 혼란 등을 전하는 미드라시들이다.

 

사울은 어떻게 왕이 되었나? 겸손 때문이다. “그만 돌아가자. 아버지께서 암나귀들이 아니라 우리를 걱정하시겠다.”(1사무 9,5)고 (종에게) 말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라고 하여) 자신을 종과 똑같이 여긴 것이다. 그는 통치자로 뽑힐 때도 숨어 있었다. 그래서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저기 짐짝 사이에 숨어 있다’”(1사무 10,22; 「토셉타」, 브라콧 4,18).

 

(사울이 사무엘의 집을 묻자 처녀들이 대답하길) “두 분이(사울과 종) 성읍으로 들어가시면, 그분이 식사하러 산당으로 올라가시기 전에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백성은 먹지 않고 그분이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그분이 제물에 축복하신 다음에야 초대받은 이들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지금 올라가시면 곧 그분을 만나실 것입니다”(1사무 9,13). 왜 이렇게 처녀들은 말이 많은가? 라브가 말하였다. 여자들이 수다쟁이라서 그렇다. 슈무엘이 말하였다. 사울의 잘생긴 얼굴을 (더 오래) 보려고 길게 말한 것이다.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 그처럼 잘생긴 사람은 없었고, 키도 모든 사람보다 어깨 위만큼은 더 컸다.”(1사무 9,2)고 하지 않았느냐. 라비 요하난이 말하였다. 아직 사울이 임금으로 기름 부음 받을 때가 되지 않아 그때까지 더 길게 시간을 끈 것이다(「바빌론 탈무드」, 브라콧 48ㄴ).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사울에게 “너는 이제 가서 사정없이 아말렉을 치고, 그들에게 딸린 것을 완전히 없애 버려라.”(1사무 15,3) 하고 말씀하셨을 때, 사울은 혼자 말하였다. ‘율법에서는 한 사람만 죽여도 암송아지 한 마리를 가져오라고 규정하는데(신명 21,1-9 참조), 이 많은 이를(아말렉) 죽이면 모두 얼마를 가져오란 말인가. 사람이 죄인이지 가축들이 죄인인가. 어른들이 죄인이지 아이들이 죄인인가.’ 그분의 목소리가 하늘에서 나와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너무 의롭게 되지 마라”(코헬 7,16). 나중에 사울은 도엑에게 명령하였다. “네가 돌아서서 이 사제들을 쳐라”(1사무 22,18). 그러자 그분의 목소리가 하늘에서 나와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너무 악하게 되지 마라”(코헬 7,17).

 

사울 임금은 무례해져 살해당했고 그의 왕조가 뿌리 뽑힌 것이다. 사무엘이 그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임금님은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으십니까?”(1사무 15,19) 그가 말하였다. “저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였습니다”(1사무 15,20). 사울은 다윗 때문에 질투심을 품고 이스라엘에 복수심을 품었다(「바빌론 탈무드」, 요마 22ㄴ; 「타나 드비 엘리야후 라바」, 31,1).

 

“혼백을 불러올리는 여자를 하나 찾아내어라. 내가 가서 그 여자에게 물어봐야겠다”(1사무 28,7). 라삐 시므온 벤 라키스가 말하였다. 사울은 어떤 나라에 침입한 임금과 비슷하다. 그 임금이 말하였다. “오늘 밤 이곳에 있는 모든 수탉을 잡아 죽여라.” 그러고는 아침에 길을 떠나기 위해 “(나를) 깨울 수탉이 있느냐?” 하고 물었다. 그들이 말하였다 “임금님이 수탉들을 다 잡아 죽이라고 명령하지 않으셨습니까?” 사울도 그 땅의 영매들과 마술사들을 다 없애 버리고 돌아와, “혼백을 불러올리는 여자를 하나 찾아내어라.”라고 명령한 것이다.

 

“사울은 주님의 이름으로 맹세하였다”(1사무 28,10). 라삐 시므온 벤라키스가 말하였다. 사울은 사랑하는 남편을 걸고 맹세하는 여자와 같다. 사울은 영매와 마술사에게 주님을 걸고 맹세한다. “주님께서 살아계시는 한, 이 일로 그대가 벌을 받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1사무 28,10; 「탄후마」, 에모르 2; 「레위기 라바」, 26,4).

 

라삐 예호슈아가 라삐 레비의 이름으로 말하였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모세에게 장차 일어날 모든 것을 보여 주셨다. 곧 판관 시대와 왕정 시대, 현인 시대와 대의회 시대와 미시나 시대 등 모든 시대의 세대들에게 일어날 일들을 보여 주셨는데, 사울과 그의 아들들이 칼에 쓰러지는 것도 보여 주셨다. 모세가 그분 앞에 아뢰었다. “당신 자손들 위에 세우신 첫 임금이 칼에 찔린단 말입니까?”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나한테 묻지 말고 죽은 (놉의) 사제들에게 말하여라(1사무 22장 참조). 그들이 그를 고발하였다.” 그래서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사제들에게 말하여라.’”(레위 21,1)라고 한 것이다(「레위기 라바」, 26,7).

 

라브 예후다가 라브의 이름으로 말하였다. 어찌하여 사울이 벌을 받았는가? 사울은 자신의 영예를 양보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불량한 자들은 ‘이 친구가 어떻게 우리를 구할 수 있으랴?’ 하면서, 사울을 업신여겼다. … 그러나 사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사무 10,27)고 한 것이다. 라브 예후다가 슈무엘의 이름으로 말하였다. 어찌하여 사울 가문의 왕국은 지속되지 못하였나? (그의 가계에) 아무 흠이 없었기 때문이다(「바빌론 탈무드」, 요마 22ㄴ).

 

“다윗 시대에 … 기근이 들었다. … 주님께서 ‘사울 탓이다.…’고 대답하셨다”(2사무 21,1). 그는 율법대로 칭송받지 못하였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다윗에게 말씀하셨다. “다윗아, 사울은 기름 부음 받은 임금이 아니더냐? 사울은 사는 동안 이스라엘에 우상 숭배를 없애지 않았더냐?(1사무 28,3) 사울은 (다음 세상에서) 사무엘 예언자와 함께한다 하지 않았더냐?(19절) 그런데 너는 이스라엘 땅에 있고, 그는 이스라엘 밖에 묻혔구나!”

 

다윗은 곧바로 일어나 이스라엘의 모든 원로와 대신을 소집하여 요르단강을 건넜다. 그는 길르앗에 이르러 방치된 사울과 요나탄의 유골을 찾았다. 그들은 유골들을 가져다 궤 안에 넣고 요르단강을 건넜다. 다윗은 사울의 유골이 담긴 궤가 모든 지파의 구역을 지나가게 하라고 명령하였다. 사울의 궤가 들어간 지파에서는 남자들과 여자들, 그들의 아들들과 딸들이 나와 사울과 요나탄을 칭송하며 함께하였다. 온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의무를 벗기 위해서였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그들이 죽은 이들과 함께하며 칭송하는 것을 보시고는 자비를 가득 채워 주시며 이스라엘 땅 위에 기근을 멈추게 하셨다(「민수기 라바」, 8,4; 「라삐 엘리에제르의 어록」, 17; 「얄쿳 시므오니」, 사무엘 154).

 

겸손한 사울은 하느님의 눈에 들어 통치자로 뽑혔지만, 자신의 영예를 지키지 못하고 불순종하여 하느님께 신뢰를 잃었다. 라삐들은 사울을 통해서 의로우면서도 악한 인간의 양면성, 나약함, 어리석음 등을 지적하였다.

 

한편 처참하게 죽고 묻힌 사울과 요나탄의 유골이 제 나라 땅으로 돌아와 온 이스라엘의 칭송을 받았고, 이를 지켜보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자비로 이스라엘 땅에 기근을 멈추게 하셨다는 마지막 설화는, 기름 부음 받은 이스라엘의 첫 임금 사울의 명예를 회복하고도 남는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9년 10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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